새정부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국회 청문회 열기가 뜨겁다. 앞선 총리 청문회 때부터 달아오른 전과예우 논란은 무수한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 행정안전부가 법령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판, 검사나 국세청 공무원들이 퇴직하면서 곧바로 대형 로펌과 회계, 세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고액 연봉을 받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변호사법은 판, 검사와 군 법무관 그 밖의 공무원으로 재직한 변호사는 공직을 그만두기 전 1년 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국가기관이 처리한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겼을 때의 형사처벌 조항은 없다. 다만 대한변호사협회가 자체 징계토록 해놓았다.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직자윤리법 역시 있으나 마나할 정도로 허점 투성이다.

법조인이 로펌으로 옮겨가 고액 연봉을 받은 사례들은 새정부 인선 과정에서 드러난 정도는 아주 약과다. 매 정권 청문회 때마다 입이 딱 벌어질 액수가 국민감정을 후벼 팠으나 그렇게 한차례 들끓고 나면 또 그만이었다. 전관예우는 특권의식과 도덕불감증, 온정주의와 변칙 비즈니스가 낳은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라는 진단만 할뿐 단호한 처방은 힘 가진 자들이 애써 기피해왔다.

유명 로펌이 돈이 홍수같이 넘쳐나서 전관들에게 그 많은 돈을 그저 주는 게 아니다. 분명한 대가가 돌아와 준돈의 열배 스무배 그 이상의 장사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처벌할 방법 없는 대가성 뇌물에 가까운 거액의 돈이 거래되는 것이다. 대가성 뇌물이 아니라면 ‘알선수재’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 발호의 극치 현상인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고는 공정사회를 입에 담기가 민망하다.

전관예우 위력에 투자를 한 로펌들은 소송가액이 수십억, 수백억인 사건들에서 그 위력이 한건만 통해도 크게 득 된다는 뚜렷한 계산이 있다. 따라서 고액 연봉을 받고 로펌에 들어간 전관들은 사실상 로비스트로 활동 한다는 국민시각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 후배 법관들 입장에서는 모시던 분이 자신이 맡은 사건에 소송대리 변호사로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거기다 전화라도 한통 받게 되면 부담은 백배로 가중된다. 판결 결과에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이들 전관들이 음으로 양으로 현역들의 인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소리가 공공연하다. 또 이들 전관들이 로펌에 있다가 언제 다시 대법관이나 법무장관으로 올지 모를 일이다. 법원, 검찰뿐만 아니라 정부 경제부처나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의 고위직 출신과 고위급 군 출신들도 법조 전관에 못지않은 전관예우를 받는다고 한다.

국회가 청문회를 통해 정부 인사 검증을 하면서 수십 년 전에 관례적으로 행한 부적절 행위를 질타하는 모습을 보면서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로서 특별한 이득을 누리다가 국회의원 된 사람도 없지 않을 듯싶다. 전관예우 실컷 누리다가 다시 장관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그 이상도 되는 우리 한국이다. 그래서 돈 있고 힘 있으면 제일 살기 좋은 나라가 우리나라라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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