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과학수사과장 최모(54) 총경과 대구 용지신협 전 이사장 심모(44), 중리신협 전 상무 노모(48)씨 등 3명이 수 십억원에 이르는 돈을 대출 받아 착복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최 총경은 간부후보생 28기로 97년 총경으로 승진해 대구경찰청 경비교통과장과 서부경찰서장, 수성경찰서장, 청문감사담당관을 지낸 뒤 지난해 4월부터 경찰청 과학수사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최 총경은 2001년 11월께 당시 용지신협 이사장인 권모씨에게 5억원을 주고 이사장직을 사임하게 하고 대리인인 심씨를 이사장으로 앉힌 뒤 의성군내 농지 감정가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부실담보를 통해 2002년 8월부터 10월까지 38차례에 걸쳐 11억3,600만원을 부당 대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 총경은 이어 2002년 8월에도 역시 같은 수법으로 중리신협 이사장인 배모씨에게 4억3,800만원을 주고 이사장직을 사임케 하고 대리인인 이모(56·구속)씨를 이사장으로 앉혀놓고 허위담보를 제출해 6억7,000만원을 부당 대출을 받는 등 모두 18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심모씨와 이모씨가 최 총경과 특별한 사이는 아닌 것으로 밝히고 있으나 심모씨의 경우 예전부터 최 총경과 가깝게 지내던 사이인 것으로 알려져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현재 검찰은 그의 금전 출납내역을 조사중에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수 십명의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대출받은 정황이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으로 누구의 계좌로 얼마나 들어왔고 나갔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 총경은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최 총경은 또 주위의 지인들을 이용해 신용협동조합법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신용협동조합법 규정상 이사장만 조합원 총회에서 선임토록 규정돼 있는 점을 악용해 이사 중 한 명을 고의로 결원시켜 그의 최측근 인사를 조합원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 이사회를 통해 자신의 최측근 인사를 부이사장으로 선임한 뒤 이사장을 사임시키고 권한대행으로 앉혀 실질적인 운영권을 장악하는 식의 수법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최 총경은 이사장직을 사임케 하는데 드는 비용마련을 위해 사채 등 다양한 루트의 자금책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이번 사건에 과거 높은 지위에 있던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가담한 흔적도 보인다”며 “현재 이들이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며 곧 최 총경과 공모한 이들과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언론에는 최 총경이 98년부터 2002년까지 주식투자 등으로 4억여원의 채무를 지게 돼 부실신협을 인수해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도되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최 총경은 주식에 관심이 많고 예전에 채무를 진 적이 있지만 이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이다.검찰은 부실대출로 2개 신협 모두 경영난으로 2002년 말 부도가 났으며 예금보험공사의 고발로 대리인인 이씨 등 2명이 구속돼 지난해 말 실형선고를 받은 뒤 최근 최 총경이 실질적인 운영자이고 수 십억원의 자금을 착복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검찰은 이들 외에도 관련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추궁 등 수사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검찰 조사에 따르면 최 총경은 신협 인수 과정에 대해 당초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개를 해준 것일 뿐”이라며 범죄사실을 부인해오다 영장이 발부된 현재는 일부 혐의들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여러 사람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15일 가량은 더 지나야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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