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사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2월25일 취임하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겪어보지 못했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데서 기대와 우려를 수반한다.
여성으로서 박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갈등과 대결보다는 화합, 경직보다는 유연성, 고집보다는 설득 등을 꼽는다. 그러나 그의 문제점으로는 소통(疏通)을 막는 불통(不通), 타협을 거부하는 원칙과 신념, 개방보다는 폐쇄적 정책결정 과정 등이 지적된다.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이 당면한 난제들은 여성으로서 유연성보다는 남성으로서의 근육질 지도력을 요구한다. 국민이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도 그가 부드러운 여성이어서가 아니었다. 그가 지난 날 갈등과 표류의 정치판에서 보여주었던 믿음직한 신념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었다.
그동안 남자 정치 지도자들이 드러냈던 기회주의적 타협, 말 뒤집고 딴 소리하기, 소신 없이 여론에 흔들리는 가벼움 등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박근혜를 남자보다 듬직한 지도자로 확신한데 기인했다.
박 대통령의 결점으로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대목은 불통과 폐쇄적 결정 과정이라고 했다. 물론 각계의 민의를 균형 있게 담아내기 위해선 소통과 개방적 결정 과정은 필요하다. 여러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폭넓은 공감대 형성을 위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정치적 이슈마다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면서 시간만 끌게 되다보면 실기(失期)하고 만다. 시의에 맞게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선 폐쇄적이면서도 불통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많다. 꼿꼿한 불통은 약점이면서도 장점임을 부인해선 안 된다.
그밖에도 박 대통령은 원칙과 소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타협에 인색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했다. 정치에서는 타협, 화합, 유연성, 공감과 배려 등이 없어서는 아니 될 대목들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야와 이해대립 집단들이 극한 상태로 치닫는 한국적 정치문화 속에서 대통령이 타협한다면서 끌려 다닌다면, 결코 소신과 신념을 펼칠 수 없다. 대통령은 우왕좌왕하면서 등뼈 없는 지도자로 깔보이며 권위를 상실하고 국정은 표류하게 된다.
자유주의 국가에서도 대통령의 원칙과 소신은 가장 중요한 덕목들 중 하나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통령 선거공약으로 국민 건강보험제도 도입을 내걸었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과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았고 차기 재선의 명운을 걸고 추진, 2010년 봄 의회를 통과시켰다. 그는 100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여론에 흔들려 구현치 못했던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물러설 줄 모르는 원칙과 소신으로 관철시켰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1984년 영국의 전투적 탄광노조의 임금인상 파업에 양보하지 않고 10여개월 이나 맞서 굴복시켰다. 세계2차대전 후 역대 총리들이 노조에 굴복했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대처는 남성 정치인들에 의해 잘못 길들여진 노조의 고약한 버릇을 원칙과 소신으로 끝내 바로잡았다. 그는 “철의 여인” “노동당의 유일한 남자” 등으로 불렸다. 오바마와 대처는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신념으로 역사에 길이 빛나는 치적을 쌓았다.
박 대통령이 타협·소통 등의 덕목에 갇혀 소신과 신념을 펴지 못한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선 여성의 유연함 보다는 남성다운 근육질의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들 중 “첫 여성 대통령”이라기 보다는 “첫 소신과 신념의 대통령” “첫 철의 여인” “역대 대통령들 중 유일한 남자” 등으로 평가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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