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만 들어와요’

최근 대학가에서는 방 구하기와 룸메이트 구하기에 있어 소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개강 전에 웬만하면 이미 방을 구했지만 일단 1개월 정도를 살아보고 나니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모 대학 인근의 한 부동산 업자는 “개강 직전인 대략 2월말까지는 방을 구하려는 학생들이 많고, 3월에는 원래 얻었던 방을 빼고 새로 얻으려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며 “일단 처음에는 무작정 계약을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불편해서 그렇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애써 룸메이트를 구했지만 성격이 맞지 않아 ‘불화’가 잦아지고 결국 서로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요즘과 같은 시기는 개강직전보다 더욱 많은 학생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인터넷을 뒤지면서 새로운 룸메이트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틈을 타서 ‘섹스 파트너’를 구하려는 일부 남학생들.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대학 전문 포털 사이트나 학교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룸메이트를 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올리기 전에 이미 자신의 나이와 성(性)을 밝히게 된다. 또 신속한 연락을 위해 자신의 정확한 핸드폰 번호를 올리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틈을 타서 일부 남성들은 ‘노골적인 접근’을 하기도 한다는 것. 서울 A대학 경영학과 2학년생인 이모양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공개했다가 한동안 호되게 고생을 했다. ‘흑심’을 품은 한 남학생이 ‘자신과 함께 방을 쓰자’는 황당한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남학생은 ‘룸메이트’라는 이름의 섹스 파트너를 구하고 있었다. 놀란 이모양은 냉정하게 거절했지만 문제는 그 전화가 한번으로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3~4차례에 걸쳐 남학생의 전화가 이어졌고 심지어는 ‘월세는 모두 내가 다 낼테니 몸만 들어와도 된다’는 성희롱에 가까운 전화까지 했다고. 이양은 ‘자꾸 이러면 경찰서에 고발하겠다’는 엄포를 놓고서야 겨우 남학생의 전화를 물리칠 수 있었다. B대학 서양학과에 다니는 최모양도 마찬가지의 경험을 당했다. 모 원룸 사이트의 ‘룸메이트 구하기’ 코너에 글을 올렸더니 죄다 남학생들만이 줄기차게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그녀는 “낯선 사람한테 같이 살자는 이야기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또 일부 남학생들은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자신을 여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또 글 역시 매우 차분하고 정겹게 쓰면서 일종의 ‘덫’을 놓는다는 것. 여기에 혹한 여학생이 전화를 하면 남학생은 그때서야 노골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며 함께 살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아예 게시판 자체에 노골적인 요구를 하기도 한다. ‘사생활에 서로 간섭하지 말고 즐길 것만 즐기자’, ‘프리(free)하게 만나고 한학기가 끝난 뒤에는 쿨하게 헤어지자’며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방 보러 와서 ‘작업’

물론 남학생들의 이런 제안에 쉽게 응할 여학생들은 많지 않지만 일부 ‘이상한 룸메이트 관계’를 맺고 있는 여학생들에 대한 소문이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B대학에 다니는 최모군은 “경제가 어려워져서인지 월세도 내기 힘들어하는 여학생들이 있는 모양이다”라며 “꼭 월세가 안들어서라기 보다는 그냥 외롭지도 않고 생활도 편하고 해서 룸메이트 생활을 하고 있는 여학생도 있는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방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룸메이트 동거’는 상당히 확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유학’을 온 학생들 중 일부는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다고. 또 방을 구하는데 있어서도 일부 남학생들은 교묘히 이를 이용하고 있다. 여학생이 혼자서만 살다가 방을 내놓으면 밤늦게 전화를 걸어 방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거나, 낮에 방을 보러 간 경우도 방보다는 오히려 ‘작업’에 신경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한 여대생은 “방을 보러 온 건지 작업을 하러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학생들도 있다”며 “그럴 땐 기분이 나빠 그냥 눌러 살고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성적으로 개방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예인 누드나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 문화의 광범위한 확산이 남녀관계를 보다 ‘인스턴트’화 하고 있으며 나아가 성을 ‘언제든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부 여학생들의 ‘생각 없는 자유분방함’이 이러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한 남학생은 “대학가의 이러한 풍조는 물론 남녀 모두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면서도 “실제 그런 여학생들이 있으니까 남학생들도 그러한 것에 용기를 갖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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