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복지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일요서울 | 김대운 대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어려운 처지의 상대방을 돕도록 제도화시킨 것이 사회복지직 공무다.

사회복지직은 사회복지사 자격을 소지하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실시한 소정의 시험을 거쳐 소위 신의 직장이라는 공직사회에 들어와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종이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적 소양과 멸사봉공의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채 그늘지고 소외된 곳의 사람들에게 최소한 보편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예산으로 뒷받침하는 국가제도의 업무 수행을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복지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도 성장보다도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분배를 염두에 둔 복지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업무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지난 5년간 복지정책 재정은 45%, 복지 대상자는 157.6%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업무를 수행하는 복지담당 공무원은 4.4%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만 따져 봐도 이들의 격무는 눈에 선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남시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A씨(32·여)는 공직에 들어선지 채 1년도 되지 않았고 더구나 결혼을 몇 개월 앞둔 예비신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용인시 기흥구에 근무했던 B씨(29)도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이승을 달리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에 들어온 이들은 사회복지의 일선행정을 담당하면서 자신의 업무결과에 흡족해 하는 당사자들의 표정을 읽으면서 한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근무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자신의 현실은 그렇게 눅눅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A씨의 경우 그가 맡은 업무는 만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700여 명에 기초노령연금 신청대상자 800명,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300여 명, 장애인 1000여 명 등 4800여 명에 관한 업무를 임용 한 달도 되지 않은 공무원과 둘이서 업무를 관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경우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들은 하루 평균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19명 정도를 현장 방문 대면과 상담을 해야 하고 관련 서류를 꾸미는 등 거의 중노동에 시달렸다고 봐야한다.

보편적 복지 구현에 따라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업무담당자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현상이 결국 업무과중을 불러왔다. 자기희생을 강조하는 사회복지업무라 지만 정작 자신의 복지는 챙겨볼 시간적 여유도 없이 결국 이승을 달리하게 만들고 말았다.

‘복지국가’ 달성을 위해 일선 현장에서 발로 뛰며 기초생활수급 등 각종 복지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직 행정공무원들은 신종 3D업종이라고 하고 있다.

현장을 발로 뛰는 이들을 기다리는 수급자들에게는 봄을 알리는 전도사였지만 정작 본인은 봄이 와도 온 것 같지 않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사회복지학문을 공부하는 동안 몸에 밴 희생정신의 이론과 현장의 현실과는 괴리현상이 심했을 것이고 여기에 따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자신의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결혼을 3개월 앞두고 신혼의 단상을 꿈꾸던 30대 여직원과 20대 한창 청년의 나이에 이승을 달리한 이들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복지와 경제부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중앙정부부터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처우와 증원 등 복지수요에 맞는 공무원사회의 조직개편 등 구조조정에 신경을 쏟아야 할 때다.

일선 현장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활동역량은 국가가 지향하는 보편적 복지 실현의 바로메타가 되기 때문이다. 복지 업무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버려야하는 서글픈 현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한 박근혜 정부는 사회복지직에 대해서 그동안 정부의 시혜성 복지 사업의 일선행정 집행자라는 역할론에서 벗어나 국가정책 사업의 최일선 역군이라는데 방점을 두고 우선순위를 새롭게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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