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뒷담화] ‘군 반발’ 거센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개구리 파티, 장뇌삼까지 꿀꺽? 제보 속출…X파일만 30여개
백군기·정수성 육사출신들 ‘김병관은 아닌데…’끙끙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요즘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겹친 데다 육사출신 의원들은 물론 육사 동기생들까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이 군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이한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김 내정자의 지인과 주변은 “그동안 가면을 쓰고 있었다”며 각종 투서와 제보를 하고 있다. 더욱이 육사출신 의원들까지 김내정자를 ‘살려야 되냐, 말아야 되냐’에 대해 고민 중이다. 김 내정자에 대한 ‘안티’세력들이 급증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까. 그 속사정을 들춰봤다.

▲ <뉴시스>
1972년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군내에서 평가가 좋았다. 군내에서 전략가·지략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고, 김 내정자의 아내 또한 검소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내부서 투서 쏟아져

그러나 외부평과는 달리 김 내정자 인선을 두고 군 내부가 시끄럽다. 김 내정자가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다음날 일본으로 온천관광을 다녀왔는가 하면 2010년 천안함 폭침 다음날과 희생자 애도 기간 중 골프장을 출입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내정자의 육사 동기들은 배신감에 가득 차 있다.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김 내정자의 각종 비리가 불거져 나오자 ‘그 동안 가면을 썼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이라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김 내정자의 육사 동기들이 김 내정자의 군내 생활에 대한 X파일을 야당에 제보하고 있다. 사단장 시절 있었던 일을 하나둘씩 제보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실 한 관계자는 “김 내정자의 육사동기뿐 아니라 전 부하직원까지 대거 제보를 해왔다”며 “30여 개가 넘는 제보가 올 정도로 김 내정자에 대한 배신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내정자는 육군 2사단장으로 재직하던 2000년 새벽 5시까지 연병장으로 대대장과 장교, 부인 30~40명을 불러 모았다. 단체복까지 맞춰 입고 종교적인 분위기의 체조를 했다는 게 전 부하직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장병 심신 단련, 정서 순화, 말은 그렇다”며 “종교화된 기체조에 아주 심취된 분”이라고 폭로했다. 사단장이 자율적으로 하자고는 했지만 ‘사단장에 찍히면 끝’이라는 이유에서 마지못해 나갔다는 것이다.

또 장뇌삼과 관련된 투서까지 들어왔다. 전직 사단장이 산에 심어놓은 장뇌삼을 김 내정자가 ‘꿀꺽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장뇌삼 사건 뿐 아니라 사단장 시절 회식을 할 때마다 ‘개구리 파티’를 했다는 의혹도 야당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2사단 OO연대는 강원도 인제에 있고, 그 당시 주변에 개구리가 많았다”며 “회식 때마다 개구리 회식을 했고, 사병들은 사단장 회식이 있을 때마다 하루 종일 개구리를 잡아야 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김 내정자가 외국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2 전차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이 갑자기 독일산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모종의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것.

1군 사령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5년 8월에는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군 내 자살은 개인의 문제"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 내정자는 “젊은이들 대부분이 좌편향 교육을 받았다”거나 “남한 내 좌파의 방해” 등 발언으로 편향된 인식을 보였다. 이 외에도 사단장 시절 공사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거나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등에 대한 의혹 등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양파 이동흡’과 같은 ‘이동흡 2-김병관’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 껍질을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의혹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한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이렇게 의혹이 많은 장관 내정자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특히 이러한 의혹들이 내부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군 조직은 상명하복이 가장 강한 곳으로 내부에서 투서와 진정서가 몰려든 것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과거 인사청문회를 할 때는 일부 장관 내정자의 의혹이 있을 때 내부에서 ‘쉬쉬’하거나 무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김 내정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군 내부의 권력다툼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과거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내정자가 내부 관계자들의 투서로 인해 자진사퇴했고, 그 이면에는 헌재 내 권력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다.

육사배지들도 반대

문제는 김 내정자의 내부에서 쏟아지는 의혹으로 인해 육사출신 의원들이 한숨을 내쉬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는 점이다. 육사 출신 장관 내정자로서 봐주려고 했지만 검증이 계속될수록 부적격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육사 출신인 새누리당 정수성 의원, 민주통합당 백군기 의원 등은 같은 육사 출신으로 김 내정자에게 우호적이었지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봤을 때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 ‘김병관 자진사퇴론’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정부조직개편안으로 인해 김 내정자가 ‘무사통과’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김 내정자를 사퇴시키면 ‘박근혜 정부 발목잡기’로 보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자진사퇴 압박이 높아지던 지난달 22일 박근혜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 방문시에 김병관 후보자를 대동해 김 후보자에 대한 굳은 신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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