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개월간 자총 먼지털기식 수사 ‘특별한 이유’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한국자유총연맹(이하 자총)이 국고보조금 전용과 횡령 등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자총직원들의 국고보조금 전용과 횡령 등의 혐의를 포착하고 10개월간 수사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자유총연맹 직원들이 용도가 제한된 1억 원 안팎의 국고보조금을 장학금 등으로 불법 전용하고 일부 직원들이 수천만 원 상당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경찰수사를 두고 일부에서는 “경찰이 문제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는 일명 ‘먼지털기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자유총연맹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아 수사를 진행해 왔으며 계좌 추적과 직원 소환조사 등을 통해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혐의 내용을 정리해 비리 혐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고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따르면 자유총연맹 일부 직원들이 ‘내고장 영웅 찾기’ 사업을 한다며 국고보조금 약 1억 원을 받아 실제로는 장학금 등의 용도로 불법 전용한 혐의로 수사 중이다.

경찰은 또 자총 직원 2〜3명이 공금 수천만 원을 식사 등 개인적인 용도로 유용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총 전직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내용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 계좌추적과 직원 진술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자료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조만간 혐의 내용을 정리해 비리 혐의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총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경리과 직원이 업무상 미숙으로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은 후 연맹 계좌로 바로 옮긴 것을 두고 리베이트를 받거나 횡령했다는 식으로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어떤 경로로 누가 경찰과 언론에 자총의 비리파일을 제보했는지 우리도 충분히 짐작하고 있다”며 “제보한 이들은 자총의 이권을 원했으나 자총에서 거부하자 악의적으로 허위비리파일을 만들어 언론과 경찰에 흘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요서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자총 관련 비리 의혹을 제보하는 이들 중에는 전직 국정원 직원 A씨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직원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일명 ‘박근혜 파일’을 만드는 일에도 개입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유총연맹 비리 파일

우선 최근 자총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살펴보면 자총이 국고 예산을 전횡하고 있다고 한다. 돈이 엉뚱하게 쓰이거나 거액의 기부금이 정상 회계 처리되지 않고 비자금화 되는 등 불법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4년 동안 자총 공금 수십억원이 불투명하게 집행되거나 빼돌려진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이 부분을 캐기 위해 계좌 추적과 자총 관련자 진술 등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아 경찰은 정황증거들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총 경리과 직원 등의 개인 계좌로 관리된 억대의 뭉칫돈을 발견하고 자금 흐름 파악에 수사력을 모았다. 수사초기 경찰은 여러 정황들에 비춰 의혹들이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자총 예산은 매년 본부 예산만 연 100억 원 규모이고 여기에 10억 원 이상의 국고 지원금을 받는다. 경찰이 확보한 제보와 내부 문건 등에 따르면 2011년 국고 예산 13억6000여만 원 중 4억7000만 원이 다른 곳에 사용됐다. 국고 1억 원이 지원된 ‘내 고장 Hero Korean 찾기' 사업의 경우 5700만 원이 자총 홍보영상 제작과 장학금 명목으로 쓰였다.

 2010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낸 7억2000여만 원의 기부금 등 매년 자총에 들어오는 수억 원대의 기부금이 제대로 회계 처리되지 않은 의혹도 있다. 경찰은 억대의 뭉칫돈이 자총 임직원 여러 명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뒤 현금으로 인출되거나 제3의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포착했다. 2010년 자총 회계장부에는 기부금 수입이 2억9500여만 원만 잡혀 있다.
이뿐만 아니다. 자총은 불법 정치개입 혐의도 받고 있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선거운동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총 측은 당시 선거운동이 자총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자총의 회원이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것이고 자총이 이와 관련해 아무런 참여나 지지의사를 표명한 적도 없고 물밑에서 도운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자유총연맹의 회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들 개개인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치 활동을 하는 게 무슨 연맹의 조직적인 정치개입인 것처럼 확대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런 사실관계를 입증할 증거도 다 있고 당사자 증언도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이미 경찰도 다 조사해 특별한 내용이 없는 걸로 마무리 한 것인데 다시 문제 삼는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총 직원들이 국고보조금 전용과 횡령 등의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야권은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기름을 부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6일 “별별 의혹이 줄지어 쏟아지는 것을 보며 자유총연맹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단체인지, 정치에 개입하거나 사익을 취득하기 위한 단체인지 알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언론보도를 근거로 “그 내용을 보면 국고예산을 엉뚱하게 쓰거나 거액의 기부금을 비자금화 하는 등 불법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행사업체 등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무자격자에게 훈장이 수여되도록 추천했다는 등 갖가지 의혹이 뒤따르고 있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특정후보를 지원하는 등 불법 정치개입에 대한 경찰수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임회장이 수억 원의 운영비를 횡령해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최근 특별사면됐다는 점에서 자유총연맹 내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의 독버섯이 뿌리까지 퍼진 것이 아닌지 의문스럽다”며 “사법당국이 엄정한 수사로 자유총연맹 내에 퍼진 부정과 비리를 일소하고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엄벌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자총 음해세력의 실체

이에 대해 자총은 경찰과 일부 언론 보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음해세력의 집요한 공작에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자총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전용 의혹에 대해 “사업이 바뀔 때마다 모두 행정안전부에 분기별로 승인 요청을 했던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또 자유총연맹 측은 “경찰에 허위사실을 마치 심각한 범죄사실이 있는 것처럼 제보한 이들은 자유총연맹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이권을 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비리파일을 만들어 언론과 경찰에 제보하는 작업을 집요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원들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사업을 다음해로 미루는 과정에서 업체 측이 되돌려준 돈을 내부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지 횡령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총은 “국고사업은 모든 사업 계획과 실행, 사후 회계처리 과정에서 정해진 법률에 따라 분기별로 관계기관의 사전승인과 엄격한 지도점검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짜 영수증과 허위서류 등 보고를 조작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국고사업의 전용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기부금 처리와 관련해 자총은 “기부금은 자유수호활동을 위하여 적절하게 집행됐으며, 연맹은 그에 관한 증빙을 가지고 소명한 바 있다”며 “더불어 연맹은 사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훈장 수여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정부포상업무지침에 따라 공적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민간심사 위원을 참여시켜 공적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연맹 자체 공적심사위원회와 행정안전부의 신원조회, 국무회의와 대통령 재가 등 엄격하고 철저한 절차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격 미달의 회원에게 정부포상인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총에 대한 음해 세력이 치밀하게 기획해서 언론사에 허위 제보한 내용이 보도된 것”이라며 “경리과 직원이 업무상 미숙으로 기부금을 개인계좌로 받은 후 연맹 계좌로 바로 옮긴 것을 두고 리베이트를 받거나 횡령했다는 등의 내용으로 부풀려진 것”이라고 자유총연맹은 주장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자총과 관련된 경찰발표와 언론 보도를 석연치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경찰수사 내용과 자총에 악감정을 가진 제보자들의 제보 내용이 일부 언론 보도에 그대로 담겨있을 뿐 아니라 이 같은 보도가 나오는 시점에 경찰 발표가 동시에 이뤄진 것이 공교롭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자총 내부에서는 1년여 전부터 특정 인물들이 자총 내부문건을 언론사와 검찰 경찰 등에 제보하면서 자총 비리를 고발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음해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은 전직 자총 고위임원들이었으나 어느 순간 자총에 등을 돌린 것이다.
자총의 한 관계자는 “음해세력들이 여기저기 제공한 정보들을 살펴보면 누가 이런 내용들을 제공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며 “그들은 자총에 몸담고 있을 때 자총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에 참여해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 했던 이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수 없자 자총을 떠나 밖에서 자총을 음해하는 말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총 측은 “허위사실과 음해성 제보를 기반으로 자유총연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향후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자유총연맹
전국 회원 150만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국민운동단체로 매년 10억 원 이상의 국고를 지원받는다. 1954년 이승만 대통령과 대만 장제스 총통이 주도해 만든 아시아민족 반공연맹 한국지부로 출발, 1989년 한국자유총연맹으로 개편됐다.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확산을 목적으로 민주시민 교육·자원봉사·북한주민 지원 사업 등의 활동을 한다. 서울 본부와 전국 시·도에 16개 지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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