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귀국해 노원병 재보궐 선거 출마를 확인했다. 작년 12월19일 대통령 선거 당일 미국으로 떠났던 그가 다시 정치권을 파고든 것이다. 몰아친 정치권 불신을 배경으로 틈새를 파고든 ‘안철수 바람’이 어느정도 위력을 되찾을 것인지는 속단하기 어려우나 전과 달리 당장 야권내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새정치를 표방해온 그의 정치적 위상으로 볼 때 부산 영도에 출마해야 한다는 꼬리를 문 지적에 대해 그는 고향 출마는 지역주의라는 괴상한 논리를 피력했다. 한순간에 지역구 국회의원 대다수가 지역주의에 편승해서 쉽게 뱃지단 사람들로 낙인 찍혀버렸다. 영호남 불모지에 각각 꽃을 피우려던 이정현 전 한나라당 의원이나, 김부겸 전 민주당의원의 용기 있는 행동이 한참에 매몰당하고 말았다.
야권 지지성향이 강한 노원병에서 쉽게 당선되려는 사람이 정치공학을 비판할 때는 참 앞뒤 안 맞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정부가 출범한지 20일이 넘도록 여야가 정부조직개편안도 통과시키지 못하는 정치현실이 유권자들에게 ‘구름 정치’를 ‘희망 정치’로 보이는 착시효과를 낸 것도 같다. 결국 기성 정치권이 안철수 씨의 정치복귀 여지를 만들어 준 것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당장 5·4전당대회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야권 재편과 함께 존립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안 전 교수가 또 한 번 절묘한 ‘타이밍 정치’를 선보이면서 이렇듯 야권의 긴장이 태풍 전야를 맞은 것 같지만 상황을 예리하게 보면 그렇게 호들갑스러울 이유 없다. 그의 대선출마 때 쏠렸던 관심은 야권의 대선 패배와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방향이 달라졌다. ‘안철수 현상’으로 불린 열광적 지지가 비판적 지지로 바뀐점이 그 대표적 변화다
그나마도 새누리당의 무기력과 민주당이나 야권의 무능이 빚어준 공간이 없었다면 조기 귀국할 엄두를 못 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는 존재감이 사라지는 위기를 피해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현충원 참배에 나선 민간인 안철수 씨를 위해 의장대가 현충문에서 참배단까지 약 20m를 양쪽으로 도열하고 ‘받들어 총’ 자세를 취한 것이 그의 존재감을 의식해서가 아니라 “동행한 송호창 무소속 국회의원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국방부 설명이 말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안 전 교수는 회견에서 “새 정치는 소통의 정치, 통합의 정치, 민생문제 해결의 정치”로 밝혔다. 이를 구체적 언어로 설명해줘야 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욕구가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가 여실하게 드러났다. 비록 대선에서 좌절했지만 안 전 교수가 새 정치의 불씨를 이어가길 바라는 지지자들을 ‘구름 정치’, ‘신기루 정치’로 화답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정치권 밖에서 기성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해서 인기를 얻기는 쉽지만, 정치에 뛰어들어 새 정치를 실현하는 일은 매우 험난하다. 열망을 현실로 바꿔낼 실력은 유권자들을 위해 희생하려는 마음으로 쌓는 것이다. 그런 만큼 야권은 안철수 재등장에 호들갑스러울 것 없이 국민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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