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당첨금 나눠줘!’로또 1등의 당첨금을 놓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송이 제기돼 화제다. 사연인 즉 4명이 ‘1등에 당첨되면 돈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는 각서를 쓴 뒤 실제로 1등에 당첨된 것. 그러나 당첨금 분배를 놓고 법정으로 가는 분쟁이 터졌다. 7년간 돈독한 우정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사연을 들여다보았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정모·조모씨 부부와 주부 민모씨 등 3명이 “지난 23회차 로또 1등 당첨금 32억원 중 22억6,000만원을 나눠달라”며 1등 당첨자인 주부 박모씨를 상대로 낸 조정신청이 결렬돼 19일 민사소송으로 넘어갔다.

친구 문병 갔다 의기투합 복권 구입

자녀들이 서울 모 중학교 야구부 선수로 활동하면서 알게 돼 돈독한 우정을 쌓아오던 이들이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게 된 사연은 지난해 5월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씨의 부인 조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하자 박씨와 민씨가 조씨를 위로하기 위해 병실을 찾았다. 이들은 병실에서 서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파출부 일을 다니는 박씨 얘기, 아이들을 홀로 키우는 민씨 얘기 등 서로의 어려운 사정 얘기를 나누다 ‘함께 로또복권을 사자’고 의기투합했다. 번호는 탁구공으로 선택했다. 45개의 공에 번호를 매기고 1인당 10게임씩 2만원어치의 번호를 고른 것. 이렇게 4명이 40개의 번호를 조합한 뒤 로또 복권을 구입했고 ‘1등에 당첨되면 공평하게 4분의 1씩 나누자’고 각서까지 작성했다.

기다렸던 5월 10일 23회차 당첨번호 발표. 행운의 번호는 5,13,17,18,33,42였고 조씨 부부와 민씨가 산 복권은 떨어졌다. 그런데 함께 복권을 구입했던 박씨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조씨의 변호인 김진영 변호사에 따르면 조씨는 월요일 박씨와 연락이 됐다. “나는 돈이 없어서 복권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답변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박씨의 남편에게서 “어제 아내에게 이야기 들었냐”는 연락이 왔다. 이에 조씨는 “들었다”고 답변한 뒤 박씨가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어 “전화를 바꿔 달라”고 했다. ‘박씨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닌가’하는 걱정에서였다. 그러나 뜻밖에 박씨에게서 “아빠가 산 복권이 당첨이 된 모양이다”며 “여의도에 가니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

‘누가 샀느냐’가 관건

당첨금은 43억1,794만원으로 박씨가 세금을 빼고 받은 실수령액은 32억8,000만원이었다. 소송을 제기한 조씨 측은 “5월 14일 만난 자리에서 박씨부부가 ‘3개월간은 돈을 묶어두어 지금은 돈을 움직일 수 없다’며‘7∼8억 정도는 해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조씨 측은 또 “박씨가 ‘우선 급한 돈이 얼마냐’고 물어 남편이 공장화재로 빚을 지고 있어 2억이 필요하다고 말해 그 자리에서 3천만을 받고 이후 1억 7천만원을 받았다”며 “박씨가 ‘가게까지 차려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복권당첨이후 한달에 두 세 번 연락을 주고받던 이들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만나며 더욱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박씨가 보약도 지어주고, 밥도 사주는 등 호의를 베풀었던 것. 그러나 이들 사이에 문제는 당첨금의 나머지 금액을 받기로 했었던 10월경에 터졌다. 정씨 측에 따르면 박씨가 “가게를 차려 주는 조건으로 공증을 해달라’며 ‘당첨된 복권은 같이 나눠 갖기로 한 복권이 아니라 남편이 국민은행 모 지점에서 따로 구입했다”고 주장했다. 박씨가 “남편이 복권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들며 정씨·조씨부부와 민씨와 약속했던 당첨금 분배를 거절한 것이다. 사실상 남편이 복권을 구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박씨 측은 돈을 나머지 3명과 분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정씨 측 변호인 김진영 변호사는 “당첨 다음날까지 모른다고 했다가 당첨됐다고 정씨에게 2억원을 준 점등으로 볼 때 박씨가 1등에 당첨된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각서대 라면 정씨 부부가 50%를 받아야 하지만 ‘전액을 다 받겠다’는 생각은 없다”며 “정씨 부부는‘7억원 정도만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박씨가 말을 바꿔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조씨 부부와 민씨는 박씨 부부를 상대로 이미 받은 2억원을 제외한 22억6,000만원의 약정금 청구소송을 지난해 11월 서울지법에 냈고 법원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 조정을 시도했다.그러나 “약속대로 당첨금을 분배해야 한다”는 정씨부부·민씨 측 주장과 “남편이 산 복권이기에 분배할 이유가 없다”는 박씨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조정에 실패하자 법원은 지난 19일 서울지법 합의부로 재배당했다. ‘과연 복권은 누가 산 것 일까?’법원은 어느 쪽의 입장에 손을 들어줄지 자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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