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퇴임 도미노에 선 우리금융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이팔성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 사이의 기류가 심상찮다. 현재 금융권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금융권 수장들의 거취 문제가 불거지면서 인사태풍이 예고되는 형국이다. 특히 지난 이명박(MB) 정부의 낙하산으로 손꼽혔던 이팔성 회장을 비롯해 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도 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우리금융 내 이 회장과 이 은행장 진영에서 회장이 중도사임 시 행장도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전투구식 싸움이 내밀하게 벌어진다는 점이다. 만약 회장과 행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동반퇴진할 경우 민영화를 앞둔 우리금융에 있어 매우 불안한 공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금융, 회장행장 동반 퇴진 시 공백은?
산은-우리-KB의 운명, 신제윤 손끝에 달렸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이 회장과 이 행장 사이는 주요 금융사 수장들의 중도사임 여부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시 나빠지기 시작했다.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이 회장과 이 은행장의 편으로 갈라선 고위 임원들은 서로 반목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일단 이 은행장 진영에서는 회장은 오랫동안 자리를 보전했으니 이제 새 정부를 맞아 고이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회장 진영에서는 혹시라도 회장이 중도사임 시에는 은행장 자리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침을 놓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이 회장이 중도사퇴하면 이 은행장 역시 동반사퇴할 가능성이 회자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8년 취임해 한 차례 연임했고 이 은행장은 2011년부터 행장직을 수행중이며 임기는 모두 내년 3월까지로 동일하다.

   
 
<사진=뉴시스>

게다가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 18일 인사청문회에서 지주사 회장들의 거취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이 이 회장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이날 금융기관 수장들의 임기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보고 문제가 있다면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교체를 건의할 것이라며 그 범위는 금융관련 기업 중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는 공기업, 금융위원회가 제청해서 대통령이 임명하는 금융회사, 주인이 없어서 정부가 들어가는 경우 등 3가지로 분류된다고 말했다. 금융공기업은 물론 아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정부와 MOU를 맺은 우리금융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신 위원장은 금융권 수장이 물러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해야할 문제라며 교체가 필요한 경우에는 올 상반기 중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내정 직후인 지난 2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다제일 청탁이 많은 게 우리금융이다. 당장 주인을 못 찾아주면 도덕적인 부분이라도 바꿔야 한다고 우리금융을 정면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이에 당황한 이 회장은 지난 12일 우리금융 전 직원 26000여 명에게 인사청탁을 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인사 대상에서 제외하며 필요 시 신상을 공개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자신의 거취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에게 회장의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이어져 이 회장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는 지주든 은행이든 수장이 바뀌면 여러 인사들이 잇달아 교체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서 회장과 행장의 동반퇴진설은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는 라인 갈아치우기의 한 형태라고 꼬집었다.

수장의 딜레마 역사는 반복된다

한편 신 위원장의 발언이 금융권 수장 교체 도미노로 작용할 것이 예상되면서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이 오는 29일 산은 주주총회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주총에서 자진 사임하지 않겠느냐면서 만약 산은금융이 선례를 보인다면 우리금융과 KB금융 역시 그 전철을 밟아야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세 금융사의 수장 모두 MB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금융권 4대 천황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주사 회장이나 은행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관례가 되풀이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이 낙마설에 시달리다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은 후 불명예 퇴진했으며, MB 정부에서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장이 자진해서 사표를 제출한 것을 필두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박병원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 등이 줄줄이 중도사퇴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산은우리KB금융의 세 수장은 사퇴할지를 두고 내가 먼저냐 남이 먼저냐라는 눈치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며 신 위원장의 도미노에 한 줄로 세워진 세 금융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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