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 아들들로 유흥비 마련 위해 주로 새벽시간대 이용 범행용돈 떨어질 때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한 것이 24차례나‘2003년 7월 4일 새벽 2시 55분 분당, 9월 3일 새벽 1시 20분 역삼, 10월 16일 새벽 3시 5분 반포, 12월 7일 새벽 4시 14분 서초.’최근 강남, 분당 일대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편의점 전문털이범들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지역과 경기 분당 일대 편의점에서 24차례에 걸쳐 강도짓을 저질러 1,5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대학생 홍모(21)군 등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라고 생각하며 털던 것이 무려 24차례나 편의점을 습격하게 됐다”던 7인조 편의점 습격사건의 전모를 들여다보았다. “용돈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한 번만 하고 다시는 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편의점을 털었는데 계속하게 됐어요.” 지난 11일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에는 분당, 강남 지역의 편의점을 전문적으로 털어왔던 20대 초반의 젊은이 6명이 고개를 떨군 채 범행사실을 털어놨다.

한 곳 터는 데 3∼4분이면 OK

경찰에 따르면 편의점 습격사건을 저지른 7인조는 강남과 분당에 사는 부유층 아들들로 분당의 모 중학교 동창, 선후배사이였고 4명은 현재 대학에 재학중이었다. 편의점 습격사건은 주범 격인 홍군(21)이 고 3때인 지난 98년 7월 친구 허모군과 함께 동네 편의점에 들어가 현금 55만원을 빼앗았던 일이 계기가 됐다. 홍군은 용돈마련을 위해 TV와 영화에서 편의점이 쉽게 털리는 것을 본 뒤 이를 실행에 옮겼던 것. 그로부터 5년 뒤 홍군은 편의점 전문털이범이 되고 만다.올 7월부터 홍군은 분당에서 거주할 때 PC 방, 당구장 등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편의점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한 차례 경험이 있던 홍군의 주도하에 한 번 습격할 때마다 평균 3명 정도 많게는 5명까지 참여했다. 범행을 위한 사전 준비도 치밀했다.

홍군은 “주로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곳, 아르바이트생이 혼자 있는 곳을 대상으로 삼았다”며 “범행장소를 물색하는 시간은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됐다”고 말했다.일단 범행장소를 선택하면 손님으로 가장해 편의점으로 들어가 물건을 사면서 CCTV 위치와 금고 안 현금 등을 사전에 확인했다. 범행시간대도 손님의 출입이 적고 편의점 종업원들이 물건을 진열하는 시간대인 새벽 2∼3시경으로 정했다. 준비가 끝나면 한두 명은 밖에서 망을 봤고, 두세 명이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종업원을 흉기 등으로 제압한 뒤 현금과 담배 등을 챙겨 미리 대기했던 차를 이용해 달아났다. 홍군이 5년여만에 재개한 습격의 첫 번째 장소는 서울 양재동의 M편의점. 홍군과 친구 2명은 지난 7월 4일 새벽 M 편의점에 손님으로 가장해 들어가 혼자 근무하고 있던 이모(37·여)씨를 흉기로 위협, 현금 8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7일 서초동의 M 편의점을 마지막으로 털었고, 모두 24차례에 걸쳐 강탈한 현금과 물건이 1,900만원어치에 달했다.이 가운데 첫 번째 습격장소였던 양재동의 M 편의점은 지난 8월 21일에 한 차례 더 터는 대담함을 보였고, 10월 20일 서초구 반포동 L편의점에서는 종업원을 위협해 창고에 가두고 종업원 행세를 하며 물건을 팔기도 했다. 또 횟수가 거듭될수록 범행시간도 줄어들어 3∼4분 정도에 현장을 정리하고 자신들의 모습이 찍힌 CCTV 녹화테이프까지 수거해 달아났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가 무려 24차례나

홍군 등은 편의점을 털어 강탈한 돈을 똑같이 분배했고 범행 후 함께 동대문 시장으로 가 쇼핑을 하거나 친구의 군 입대 환송파티를 강남의 유명 나이트 클럽에서 열어 주는 등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습격이 실패(?)했던 적도 있었다. 홍군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적도 많았다”며 “막상 편의점을 털기 위해 들어갔을 때 종업원이 한 명인 줄 알았는데 두 명이었거나, 종업원의 반항이 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때는 다시 나왔다”고 말했다.

용돈이 떨어질 때마다 계속된 이들의 편의점 습격사건으로 경찰은 비상이 걸렸다. 경찰은 수사전담반을 구성하고 30여일에 걸쳐 강남 일대의 편의점 주변에서 심야 잠복근무까지 실시했다. 여기에 동원된 인원만 600여명. 편의점 강도의 동일 수법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편의점 습격 일당의 모습이 담긴 CCTV의 테이프를 확보해 사건의 실마리를 풀었다. 홍군 등이 지난달 26일 분당의 한 편의점을 턴 뒤 평소처럼 2대의 CCTV에서 테이프를 꺼내 갔다. 하지만 그 편의점에는 모두 4대의 CCTV가 설치돼 있었던 것.

홍군은 이에 대해 “하루 밤새 털리는 편의점이 수없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확보한 CCTV 테이프를 바탕으로 지난 8일 홍군을 검거하고 나머지 습격사건의 주인공들까지 모조리 붙잡았다. 홍군은 “집에서 한 달에 보통 30만원씩 용돈을 받았다”며 “고등학생 때는 이 돈으로 충분했지만, 대학에 들어간 이후 노는 스케일이 커져 늘 부족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매번 편의점을 털 때마다 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만 더 하고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는데 용돈이 떨어지면 계속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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