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한 의혹들이 일파만파로 치닫고 있다. 별장 주인인 건설업자 윤 모 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거론된 인물들이 최근 출국금지요청 된 당초의 10명 안팎에서 날마다 그 숫자가 늘어나 수십 명의 실명이 트위터 등에 공개되고 있다. 믿기 어려운 삼류 소설 같은 내용이 개인 통신망을 타고 확산 일로에 있다.
출처불명의 증권가 정보지가 난무하고, 그 내용이 그럴듯해 보여 확대 재생산 되는 양상이다. 기정사실화돼 퍼져가는 내용 중에는 국영기업체 등 산하기관장 인사를 앞두고 유력 경쟁자들을 음해키 위해 거짓 정보를 만들어낸 경우도 있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소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수사가 제대로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연유다.
처음 윤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제기된 권모 여성 사업가의 고소사건을 처리하는 단계에서부터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피해 여성의 증언까지 제기됐다. 벌써 너덧 달 전의 사건 첩보를 유야무야 미뤘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건 수사를 둘러싸고 검찰, 경찰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졌다는 믿지 못할 말들이 사실 같이 떠돈다.
사건에 쏠리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규명돼야 할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성접대를 받은 공직자 리스트 존재 여부와 별장에서 마약파티가 벌어졌다는 추가 의혹의 사실여부가 명확해져 음해를 받아 덤터기를 쓴 경우는 빨리 억울함이 벗겨져야 한다. 이번 사건이 우리사회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말초적 화제 위주로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을 더 놔둬서는 안 된다.
명백한 진상규명이 안되면 음해의 촉수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른다. 잘못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판이다. 당장 허준영 전 경찰청장은 이번 성접대 사건에 자신이 연루됐다면 할복자살 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이 명명백백해지지 않으면 멀쩡한 사람의 가정파괴, 사회적 책임 등의 피해가 심각해진다. 윤 씨 별장에 막연하게 방문한 사람까지 매도당할 수는 없다.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윤 씨는 건설 시행업을 하면서 2000년 이후에만 사기·횡령·간통·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20여 차례나 입건됐지만 모두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그가 이런 처분을 받기까지 그동안 공직자들과 맺어온 친분관계가 도움이된 것으로 드러나면 성접대 대가성 논란은 더 따질게 없어 보인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경우는 ‘국과수’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해와도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터다. 경찰의 출국금지 요청도 검찰이 1차 기각한 상태다. 이 사건의 전모가 철저히 밝혀지지 않으면 국민이 두 번 속게 되거나, 아니면 거론된 엘리트 공직자들을 생매장 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파장이 커지자 경찰이 “동영상은 확인된바 없다”고 말한 것은 사실을 알고도 모른척하려는 경찰의 또 다른 직무유기로 비판 받을만 했다. 무분별한 소문과 음해성 폭로의 확산으로 인한 오해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경찰이 신속한 수사로 대처해야 한다. 수뇌부의 사건 은폐 의혹을 덮으려 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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