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은행장만 15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은행권 최초로 5번째 연임을 확정하면서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반발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하 행장 집권 이후 반토막난 시장점유율, 지속적인 신입직원 공채 축소, 대규모 점포 통폐합 및 폐점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씨티은행 노조는 하 행장 5연임 저지 및 노사합의 이행 촉구 투쟁을 벌이는 중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 행장 장기집권에 쪼그라드는 씨티은행
행원들 반발에도 폐점 강행… 개선 의지 없어

씨티은행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어 하영구 현 은행장의 재선임을 의결했다. 하 행장의 연임은 이번이 5번째로 은행장이 4번 이상 연임한 것은 국내 은행 중 씨티은행이 처음이다.

애초부터 씨티은행 내부에서는 하 행장의 연임이 ‘따 놓은 당상’이라는 기류가 흘렀다. 하 행장은 지난 2월 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 이번 연임으로 15년의 임기를 채우게 된 하 행장에 대해 “직업이 은행장”이라는 내부의 비난도 쏟아졌다.

하 행장은 2001년 한미은행장직에 오른 후 2004년 씨티은행 합병 당시 통합은행장을 맡았고 계속 연임을 거듭해왔다. 하 행장의 연봉은 현재 약 13~14억 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12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셈이다.

하 행장뿐 아니라 다른 임원들의 재선임도 논란 대상이다. 씨티은행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봉계약인 임원직을 길게는 십수년까지 차지하던 부행장들은 임기가 종료된 후에도 자리를 재보전했다. 임연빈 수석부행장, 박진회 수석부행장, 이흥주 수석부행장, 강정훈 부행장, 정성헌 부행장, 이종범 부행장, 김명옥 부행장이 그 대상이다.

고인 물에 썩는 씨티

표면적으로 하 행장이 거듭 연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씨티그룹의 전폭적인 지지와 은행 내 후계자 부재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 씨티그룹의 수장이 마이클 코뱃 회장으로 교체되면서 과연 하 행장이 5연임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불거졌다.

하지만 은행 내부에 하 행장을 대체할 만한 후임이 없고 국내 정서상 외국인 행장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이유로 하 행장은 다시금 자리를 보전했다. 하 행장은 씨티금융지주의 회장직도 겸임 중이며 씨티금융 역시 같은 날 주총을 열어 현 회장의 재선임을 확정했다.

문제는 씨티은행의 실적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4분기 총수익 3670억 원, 당기순이익 215억 원을 실현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이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12.5%, 31.8%만큼 줄어든 수치다. 씨티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37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3.4% 급감한 바 있다. 이 수치에서 다시 42.1%가 깎인 것이 바로 4분기 당기순이익인 215억 원이다.

결국 씨티은행의 지난해 연간 총수익은 전년대비 7.0%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은 전년대비 58.6% 대폭 축소했다. 초기 하 행장이 씨티은행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이제 빛바랜 옛날 일이 된 셈이다.

게다가 한미은행과의 합병 직후인 2004년 말 씨티은행의 시장점유율(M/S)은 6%가량이었으나 현재는 3%대로 반토막이 났다. 영업점 수 역시 2001년 하 행장의 한미은행 취임 당시 238개였으나 지난달 기준 206개로 13.4% 줄어들었으며 지난 1~2월에만 15개 영업점을 폐점하기도 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은행 전체 영업점 수가 6091개에서 7672개로 26% 증가한 것과 크게 대비된다. 씨티은행은 올해 안에 추가로 6개 영업점을 폐점할 계획이다.

더불어 하 행장의 재임기간 중 3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600여명의 직원이 은행에서 퇴직했음에도 신입직원 공개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씨티은행이 최근 4년간 공채로 채용한 신입직원의 수는 100명을 밑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고교나 대학 출신의 신입직원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으면서도 해외 MBA출신은 10명을 뽑아 눈총을 샀다.

이처럼 은행의 외형과 내면이 모두 문제투성이인데도 하 행장이 계속해서 연임하자 내부에서는 크게 반발이 일고 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18일부터 하영구 은행장 5연임 저지와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나섰다. 씨티은행 노조는 은행 본점 로비에 천막을 치고 삭발식 및 집단 단식으로 강도 높은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에 씨티은행 사측은 지난달 24일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 씨티은행 노조원들을 ‘업무방해죄’로 고발하는 단호함을 보였다.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하 행장의 연임이 예정대로 확정됐지만 은행의 문제점에 대한 투쟁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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