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은 국기문란 사건 청와대 분노…경찰 초토화 임박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 주변에서 “안하무인격인 경찰의 수사행태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에 의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내용을 실제수사 진행 사항과 다르게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사건과 관련해 각종 의혹과 소문만 무성할 뿐 실체가 전혀 없고 경찰 내부와 주변에서 끊임없이 여러 소문이 생산되고 있는 점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들은 증거가 없는데도 수사 보안이 유지되지 않아 “경찰 수사 관행이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주변에서는 “윤씨가 권씨의 주장을 본격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하면 사건의 대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반전의 조짐은 이미 보이고 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경찰은 현재 사건과 관련된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지 않아 관련자들을 소환조차 못하고 있다. 또 루머에 휩싸이거나 성접대 관련자로 거론되는 일부 인사들은 경찰 수사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곧 제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수사 총지휘 경찰고위인사 A씨 청와대 농락”소문 확산 
증언 신빙성 하락, 진술 오락가락, 증거 법적효력 없어 경찰 당혹
진실게임 2라운드 “대가 노린 성접대” 對 “단순한 친목 모임” 

최근 이번 사건을 두고 드러나는 여러 문제를 ‘경찰의 한계’로 규정하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하는 내용은 정황만 수두룩할 뿐 형사법상 위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50대 여성사업가 권모씨가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52)을 경찰에 고소고발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현재 성접대 의혹뿐만 아니라 권씨의 고소고발 내용조차도 사실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태다.
이에 일부에서는 경찰이 이번사건의 파문을 키운데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불확실한 수사내용과 그에 따른 루머로 현직 차관이 옷을 벗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이 사건을 경찰의 국기문란사건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그래서다.

설익은 경찰수사 후폭풍

청와대와 검찰 주변에서는 경찰 수사를 두고 “확실한 결말 없이 수사가 변죽만 울리다 끝날 경우 경찰에 적지 않는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경찰이 지금 유력한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동영상과 관련자들의 진술은 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다는 게 그 이유다.
경찰이 확보한 동영상은 대부분 출연자들의 신원 식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를 확인할 수 있는 동영상은 경찰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또 권씨의 진술 가운데 아직 사실로 입증된 부분이 거의 없다. 이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의 경우 법적으로 증거효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출연자 몰래 촬영된 영상 일명 ‘몰카’의 경우 법적으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속도위반 신호위반 카메라를 비롯해 방범CCTV 카메라 설치도 표지판을 통해 알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경찰 수사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시선도 있다. 몰카에 성접대 장면이 촬영됐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법적 처벌이 힘들다. 그런데도 경찰이 동영상과 권씨의 진술만으로 수사를 키운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장면이 몰카에 찍혔다 해도 이것은 증거효력이 없는 몰카이기 때문에 기소가 힘들다. 성접대와 관련된 다른 증거, 즉 자백이나 피해자가 제공한 증거 등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검찰 주변에서 이번 경찰 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수사를 통해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데도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처벌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인 목적에서 수사를 추진했을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경찰이 이번 수사과정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보안유지에 실패한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당초 박근혜 대통령은 경찰조직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으나 지금은 경찰 수사 관행과 수사 능력에 다소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청와대 주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이 수사권 일부를 넘겨받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윤중천 회장 치명적 반격

의혹과 관련해 사건 당사자들의 주장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권씨 측은 이번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윤씨의 계획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윤 회장 측에서는 ‘지인들의 단순한 친목 모임으로 성접대는 없었다’고 맞서고 있다.
윤 회장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엇갈리고 있어 의혹은 점점 더 깊은 미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윤 회장의 주변인들 증언을 빌어 윤씨의 별장에서 성접대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요서울]이 접촉한 윤 회장의 한 주변인 A씨의 증언을 들어보면 성접대 여부를 확실히 있다 없다라고 규정하기 힘들다.
지난 3월 22일 A씨는 별장에 대해 “별장은 일종의 펜션 같은 곳이다. 주변에 골프장이 있어 정치권 인사 등이 골프치고 윤 회장의 별장에서 쉬기도 했다”며 “윤 회장의 별장을 찾은 인사들 중 여자들을 동반한 경우가 있다. 이는 개인적인 일 아니겠나. 그리고 윤 회장 별장을 마치 비밀공간인 것처럼 포장하는데 실제로 가보면 시골 별장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언론보도에는 노래방도 있고 수영장도 있는 초호화 별장에서 섹스파티를 한 것처럼 묘사됐는데 실제와 왜곡돼 있다”며 “노래방은 거실에 구형 노래방기계가 있는 수준이고 손님이 이성 파트너와 함께 오면 별채를 이용토록 했다. 수영장도 실제로 보면 성인 2명 정도 사용 가능한 크기의 작은 수영장”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의 말을 들어보면 방문객이 파트너를 동반해 별장을 찾았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에 대해 A씨는 “윤 회장이 접대 여성을 불러 손님들에게 붙여 주었다는 말도 들리는데 내가 알기로 그곳은 그럴만한 장소가 아니다. 그럴 목적이면 다른 좋은 곳도 더 많이 있지 않나”라며 “윤 회장이 손님들에게 실제로 접대 여성을 붙여 주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랬다하더라도 그보다는 손님들이 여성을 데려오는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아직 경찰에 나가 조사를 받은 적 없다. 하지만 권씨의 주장에 반박하는 내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내용 중에는 권씨와의 채무관계를 설명하는 것과 함께 동영상과 성접대에 대한 반박도 적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의 한 주변인사는 “윤 회장이 이번 일에 대해 무척 억울해 하고 있다”며 “권씨의 주장이 일부 공개되면서 마치 자신이 파렴치한 잡범인 것처럼 몰리고 있어 이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일부에서는 차에서 발견된 CD를 두고 동영상이라고 밝혔지만 윤 회장은 그 CD가 단순 음악CD라고 말하고 있다”며 “더구나 윤 회장은 촬영된 영상을 CD로 옮기는 방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CD를 만들어 갖고 다니겠나. 내가 생각해도 그것이 몰카 영상을 담은 CD는 아닐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CD에 대해 경찰에도 “동영상이 아니라 단순 음악 CD일 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권씨가 “윤 회장이 나를 성폭행 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 회장과 권씨는 내연관계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두 사람은 수시로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권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김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연루 의혹과 관련,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경찰의 보고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불길이 청와대에 본격적으로 옮겨 붙고 있다. 경찰은 이달 김 전 차관의 내정 전후로 민정수석실에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을 세 차례 이상 보고했지만 민정수석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야권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달 초 민정수석실은 김 전 차관을 내정하기 직전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에 대해 경찰에 확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 고위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은 확보하고 있지 않지만 성접대의 실체가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청와대 ‘국기문란’ 책임 물을 것

경찰은 ‘동영상 확보 여부’를 묻는 민정수석실에 “동영상은 없지만 이미 여러 사람이 김 전 차관을 지목해 건설업자 윤 회장의 호화 별장을 드나들었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다”며 신빙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같은 의혹에 발끈했다. 청와대는 “경찰은 차관 임명 당일까지 김 전 차관에 대해 이 의혹에 대해 수사나 내사한 적이 없다고 공식 보고했었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김 전 차관은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이런 의혹이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차관 임명 전에 수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이 있는지를 경찰에 물었고, 이에 대해 이 의혹 건과 관련한 수사책임자는 차관 임명 당일인 지난달 13일 당일까지 ‘김 전 차관에 대해 전혀 수사나 내사하는 것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보고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정수석실에서는 또 김 전 차관 본인에 대해서도 (성접대 의혹에 대해) 수차례 확인을 했다"면서 "그런데 김 전 차관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경찰수사를 두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이번 경찰 수사의 문제점과 청와대 묵살 의혹에 대한 경찰의 입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경찰이 청와대를 기만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성접대 의혹 수사는 현직 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중대한 사건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하면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청와대 뿐 아니다. 검찰도 경찰 수사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경찰이 최근 성 접대 의혹과 관련된 10여명을 법무부에 출국금지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기각했다.

사건 움직이는 배후

검찰은 경찰이 핵심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진전이 없고 소명도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김 전 차관 등 경찰의 출금 요청자의 절반 이상에 대한 출금 요청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금 요청서에 첨부한 수사 기록에 김 전 차관 등이 윤 회장에게 대가성 특혜를 줬거나 하는 혐의를 구체화하지 못하고 성 접대 의혹에 대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한 지 열흘이 됐음에도 수사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자 출금조치로 강제수사를 모색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출국금지가 될 경우 그간 참고인 또는 피내사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돼 경찰이 소환 등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다.
검찰은 공개적인 내사 발표 등 경찰의 수사방식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김 전 차관의 실명이 언론에 거론된 배경에 경찰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 흠집내기’ 의도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이 유리한 명분을 얻기 위해 김 전 차관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와 검찰은 성접대 의혹 수사와 관련해 경찰내부에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핵심으로 지목되는 이는 경찰 고위급 인사인 H씨다. 국과수는 경찰이 의뢰한 동영상에 대해 감정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언론에는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를 두고 검찰은 H씨 등이 이런 내용을 흘린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사 초기부터 김 전 차관과 관련된 내용이 집요하게 경찰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는 “H씨는 언론플레이에 매우 능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리고 과거 검찰 비리 수사 때도 그가 적지 않는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경찰 수사와 관련해 그가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된 내용을 언론에 흘리거나 일부 사실을 흘려 여론을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경찰 내부에서 누군가 언론에 의도적인 내용을 흘리고 있다. 마치 경찰 수사에 외압이 있는 것처럼 흘리기도 하고 검찰이 경찰 수사를 방해하는 듯한 내용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행위로 현직 차관까지 옷을 벗게 만들었다. 이 같은 행위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경찰에 후폭풍이 있을 예정임을 암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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