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양 외에도 배인순씨의 소설에 담긴 여자 연예인 이니셜이 리스트로 작성돼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비롯해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정보지에도 E, L, K, J 이니셜에 해당 연예인의 실명을 붙인 문건이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배씨가 책에 밝힌 내용을 근거로 해당 연예인을 유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에 이니셜의 주인공으로 몰리고 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회장님의 아이를 가졌다며 경호원과 실랑이를 벌이다 돌아갔다”는 탤런트 K. 배씨는 자전소설을 통해 “ 귀엽고 애교스러운 얼굴을 가진 그녀는 통통한 볼과 달리 턱은 뾰족한 느낌이 들었고 몸매는 가냘프면서도 요염했다. 고양이처럼 호동그랗게 올라간 두 눈에는 끼가 넘쳐흐르는 탤런트였다”고 K를 묘사했다.

이니셜 리스트에서 K양으로 지목되고 있는 탤런트 B는 “잠시 볼일이 있어 용평에 갔는데 거기서 신문을 보고 책이 나왔다는 건 알았다. 그런데, 얼마 후 주변에서 걱정하는 전화가 걸려와 인터넷을 열어보니 ‘K는 ○○○’이라는 글이 수두룩하더라. 너무 화가 나서 사이버수사대에 문의를 했는데, 본격적인 조치를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해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 B는 “지금 상황에서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계속 피해가 온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B는 “도대체 무슨 이니셜만 나오면 나를 몰아세우는데,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얼마 전 전직 대통령 아들과 관련된 연예인을 두고도 어디선가 나라고 한 모양이다. 어머니 친구분들이 어떤 얘기를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걱정하는 전화를 하셨더라.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할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배씨의 소설과 관련, “차라리 그런 얘기를 쓰고 싶었다면 무관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명을 밝혔어야 했다”며 억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배씨의 소설 중 “한창 물이 오른 그녀를 그가 놓칠 리 없었다. 조간 신문의 MS커피 광고면에서 새롭게 발견한 듯 한참을 뚫어져라 눈여겨보더니 “배우 L의 눈매와 오뚝한 콧날이 꼭 당신을 닮았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말하기가 무섭게 스캔들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했고 심지어 자동차까지 선물했다는 풍문이 들려왔다”는 대목에 등장하는 배우 겸 탤런트 L. 그녀에 관해서는 “당시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었으며 허스키한 목소리가 섹시한 매력을 풍기는 A급 연기자였다”는 설명이 책 속에 있다.

이에 대해 커피 광고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 C가 L로 지목되고 있다. C측은 “배인순씨의 자전소설에 나오는 여자 연예인 중 한 명으로 C가 꼽히고 있는 걸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일이 있었나?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며 더 이상의 답변은 피했다. 또, 배씨가 “K와 남편은 내가 보는 앞에서 정사를 벌였다”고 묘사한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가창력 있는 선배가수 K”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선배가수 K와 관련,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견 가수 D측은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 아니겠는가. 뭐 신경쓸 필요도 없고 신경 쓰고 있지도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한편, 배씨가 “여배우 J! TV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었다. 차분한 외모에 단발머리가 어울리는 그녀는 다른 연예인과 달리 기품이 있어 보였다. 그런 그녀가 내 집에, 엄연히 아내가 있는 가정에 한낱 쾌락의 대상으로 발을 들여 놓다니! 전혀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라고 표현해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E와는 여러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와 관련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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