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실패, 거액 잃고 이혼 … 교단까지 떠나‘전화사서함’서비스로 윤락알선 ‘강남 언니’로 통해“교사출신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부녀자 납치사건’ ‘110억대 필로폰 밀수입 판매사건’등 최근 굵직한 사건에 전직 교사출신들이 연루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윤락포주로 변신, 거액을 갈취해온 전직 여교사출신이 경찰에 붙잡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 여성은 회원들에게 “경찰에 걸릴 위험이 전혀 없으니 안심하고 즐기라”는 대담함마저 보였다. “본인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죠. 대질신문을 할 수밖에….” 지난 7일 저녁 7시, 서울 용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20대 여성 2명과 30대 남성 1명이 여성청소년계에서 윤락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조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30대 남성은 자신의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대질신문이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며 윤락 혐의자를 압박했다. 지난 6일 구속된 전직 여교사 출신 황현희(가명·48)씨의 윤락업 사건으로 경찰의 조사는 며칠 동안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10여년간 교직에 몸담아온 황씨는 2001년 5월부터 윤락을 알선해오다 최근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다.여교사 출신인 황씨가 윤락업에 손을 댄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가 교단을 떠난 이후 윤락포주로 변신하게 된 것은 ‘빚’때문이었다. 남편이 모 은행 고위간부로 남부러울 것 없이 생활했던 황씨는 IMF 경제위기를 전후해 주식투자에 손을 댔다가 6억여원 빚을 졌다. 이로 인해 남편과의 다툼은 계속됐고, 급기야 지난 99년 10월 남편과 이혼까지 했다. 결국 10년간 정들었던 교단까지 떠나며 혼자 살게 된 황씨는 생존을 위해 스스로 일어서야 했다. 황씨가 생활수단으로 선택했던 카드가 바로 결혼상담소. 그녀는 2001년 2월부터 ‘초혼·재혼 전문’이라는 신문광고까지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결혼정보를 묻는 전화보다 오히려 “윤락 알선은 하지 않느냐”는 문의전화가 더 자주 걸려왔다. 이유를 알지 못했던 황씨는 주변 업체들이 윤락알선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적자에 허덕이던 그녀는 결국 3개월만에 결혼상담소 일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윤락알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경찰에 따르면 황씨는 송파구 방이동에 사무실을 내고 ‘강남언니’라는 상호로 일(?)을 시작했다. 결혼정보회사로 위장하고 윤락알선을 하던 업소들이 잇따라 경찰에 의해 단속되자, 다른 방법을 택했다. 채팅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의‘전화사서함’서비스를 윤락 알선에 이용한 것.황씨는 이를 위해 타인 명의 핸드폰 2대를 개설하고 전화사서함을 통해 “외로운 남성들에게 아가씨를 소개시켜준다”는 광고를 냈다. 이를 보고 남성들이 연락하면 자신을 ‘강남언니’라고 소개한 뒤 “생각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남성들에게서 연락이 오면 황씨는 무료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15만원을 받고 여성회원들과 윤락을 알선했다. 경찰조사결과 황씨는 회원들의 이름과 윤락 횟수 등을 손수 장부에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말로 기록했다. 이 장부를 통해 밝혀진 회원들의 수는 500명을 훨씬 웃돌았다.

이런 수법으로 황씨는 2년 6개월여 동안 약 6,000회의 윤락을 알선했고, 여성회원이 화대로 받은 15만원 중 4만원을 소개비조로 뜯어 총 2억4,000여만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남자회원들은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30대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10회 이상 황씨를 통해 윤락을 가진 남성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여성 회원들은 전직 간호사, PC방 종업원, 밤업소 여종업원 등 30여명. 미혼 여성부터 가정주부까지 주로 20~30대가 대다수였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30대로 나이를 속인 40대 여성도 포함돼 있었다. 황씨는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여성회원을 광고 등 공개적인 방법으로 모으지 않았다. 주로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을 통해 여성회원을 모았고, 회원으로 가입된 여성이 자신의 주변 여성을 소개해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 이에 황씨는 남자회원들에게 “우리 업소는 경찰의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자신감은 1년이 넘도록 끈질기게 이 사건을 추적해온 경찰의 노력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전화사서함 서비스가 윤락 알선에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접하고 미행에 미행을 거듭, 핸드폰 수사 등 모든 방법을 통해 확실한 단서를 포착하기 위해 뛰었다. 마침내 황씨의 사무실에서 500여명의 전화번호가 적힌 윤락장부를 입수했고, 윤락 포주로 변신했던 전직 교사 황씨는 윤락행위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또 윤락을 한 박모(28·여)씨 등 20여명의 남녀 회원에 대해서도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경찰에서 “주식에 투자했다 실패해 진 6억여원의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윤락 알선에 나섰다”고 진술했다. 한편 경찰은 “전화사서함을 이용해 윤락을 알선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 적발된 것”이라며 “황씨의 사무실에서 입수한 장부를 토대로 윤락 횟수가 많은 사람부터 차례로 소환, 혐의가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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