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 앞 지나던 마을버스 기사 2명의 팔을 망치로 내리쳐“브레이크 소리 시달려 몇차례 항의 했으나 소용없어 분풀이”‘운전기사의 수난시대?’버스 기사들에 대한 폭행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마을버스 기사를 여대생이 망치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대생은 집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가 시끄럽다며 운전기사 2명을 망치로 폭행한 것. 내리막길 브레이크 소리가 발단이 돼 빚어진 여대생 망치 사건의 전모를 추적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29일 버스 소음이 시끄럽다며 집 앞을 지나는 마을버스들을 세워 운전사 두 명을 망치로 때린 서울 M대 1학년 한모(22·여)양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양은 지난 29일 오후 1시30분 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자신의 집 앞에서 지나던 마을버스를 세우고 버스 운전사 오모(50)씨의 팔을 망치로 내리치고 뒤따르던 운전기사 진모(52)씨의 팔과 손을 망치로 때린 혐의.경찰에 따르면 버스기사 망치테러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한 양이 살고 있는 집 앞. 이 근처는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로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마을버스가 불가피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곳이다.

2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와 4층 건물의 맨 위층에서 살아온 한 양은 늘 ‘끼~익’거리는 브레이크 소리에 시달렸다. 특히 새벽에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 한 양은 아침 6시경부터 밤늦게까지 들려오는 마을버스들의 브레이크 밟는 소리에 단 잠을 깨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한 양은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항의도 몇 차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며칠 전에도 한 마을버스 기사에게 “소음이 심하다”며 “조용히 운전을 해달라”는 요구를 했다. 한 양은 항의 이후 마을버스의 소음이 줄어든 것으로 느꼈다. 그러나 며칠 뒤 다시 브레이크 소리가 크게 들리기 시작하자, 한 양은 발끈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양은 사건이 일어난 29일 오전6시부터 11시까지 마을버스들이 지나가면서 브레이크 밟은 소리를 빠짐없이 체크했다.

대부분의 마을버스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끼∼익’하는 브레이크 소리를 내자, 그녀는 갑자기 집에 있던 망치를 들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한 양은 승강장에서 마을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렸고, 그녀를 본 마을버스 기사 오씨는 승객으로 여기고 차를 멈췄다. 한 양은 버스에 타자마자 갑자기 “조용히 다니라”는 소리와 함께 망치로 기사 오씨의 팔을 두 차례 내리치고는 내려 버렸다. 한 양의 행동에 놀랐지만, 기사 오씨는 큰 상처를 입지 않아 단순한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차를 출발했다. 소동이 벌어지면 마을버스를 타고 있는 승객들과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에게 피해가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한 양은 오씨가 몰던 마을버스가 출발하자, 다음 마을버스를 기다렸다가 같은 방법으로 버스에 승차한 뒤 기사를 망치로 폭행하며 그 동안 쌓였던 분풀이를 했다.

한 양의 두 번째 표적이 된 버스기사 진씨는 갑작스런 망치테러에 팔과 손을 심하게 다쳤고, 곧바로 “젊은 여성이 자신을 망치로 때려 심하게 다쳤다”며 무전을 통해 본부에 보고했다. 진씨의 무전을 접한 앞차 운전기사 오씨도 자신과 똑같이 당했다는 소식에 놀라며 “같은 장소에서 젊은 여성이 망치로 때렸다”고 알렸다. 두 건의 보고를 받은 버스회사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인식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했고 한 양은 긴급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에 의해 경찰서로 연행됐다. 경찰조사에서 한 양은 “그 동안 마을버스들이 자신의 집 앞을 지나면서 브레이크를 심하게 밟아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변명했다. 특히 그녀는 마을버스 기사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자주 브레이크를 밟은 것을 고의적인 행동으로 보았다.

한 양이 “조용히 운전해 달라”고 마을버스 기사들에게 자주 항의하자 기사들이 자신의 집 앞에서 일부러 브레이크 소리를 냈다는 것. 그녀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마을버스에 설치돼 있는 무전기를 들었다. 기사들이 무전기를 통해 자신이 타고 내리는 장소를 가르쳐 준다는 것. 그러나 한 양은 흥분이 가라앉자,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자신이 폭행했던 버스 기사들과도 합의했다. 한편 한 양을 조사했던 경찰은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망치를 들고 버스기사를 폭행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는 행동”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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