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과 재결합? 명패만 하나로 합치는 격…”

▲ 김재연 의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청년비례대표 몫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재연 의원이 정치를 한지 1년이 지났다. 김재연 의원은 지난해 당선 직후부터 시작된 부정경선 의혹, 의원 자격심사 논란, 종북 논란으로 소모적인 1년을 보냈다. 운동권 출신인 김 의원은 최근 해커들에 의해 공개된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대규모 회원 명단유출에 따른 신공안정국 조성에 우려감을 표출했다. 또한 국회 윤리위에서 의원 자격심사를 앞두고 있는 김 의원은 부정경선 문제를 넘어 사상 검증의 장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표출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4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 가량 이뤄졌다.

 “자격심사가 사상검증 장될까 우려”

김재연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보낸 1년이 생각보다 짧았고, 많은 일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학시절부터 이어온 학생운동, 사회운동가로서의 삶과 국회의원으로서의 삶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자 “둘 다 어렵다. 학생운동 시절에는 학생이자 젊은 세대라는 이유로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행동과 발언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국회라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있다보니 행동이나 발언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청년국회의원은 오히려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도발적일 수 있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진취적인 행보들을 만들어야 한다. 경직돼 보일 수 있는 국회의 모습을 깨나가는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다음은 김재연 의원과 인터뷰 내용이다.

“종북, 빨갱이 비상식적 사고”

 “정치에 대한 청년들 부정적 인식 전환하고 싶어”

▲ 국회에서 체감하는 현실정치가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점이 있다면?
-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가 아니다보니 사실상 국회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교섭단체들에 의해 별도로 이뤄진다. 지금의 정치구조가 그렇다. 이번 4·1부동산대책 협의과정도 그렇고, 추경편성 관련해서도 여야정이 따로 협의체를 꾸려 두 차례 회의를 했다. 그 여야정 협의체에 소수정당은 들어가지 않는다.
내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이긴 하지만 형식적인 논의가 있을 뿐, 거대 양당의 교섭을 통해 모든 국회의 일정과 행보들이 결정된다. 그러다보니 의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헌법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없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표하기 위한 비례대표로서의 역할도 사실 1/300 만큼도 기능하지 못할 때가 많이 있다. 그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치적인 실험, 진보·소수정당도 충분히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주적인 장치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 작년 부정경선 의혹으로 사퇴요구를 받았었다. 정치 입문을 후회하나?
- 전혀. 애초에 진보정당의 국회의원이란 위치 자체가 매우 어려운 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10여 년의 학생·청년운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었고, ‘국회’라는 무대만 달라졌을 뿐 똑같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겪었던 당의 어려움이나 진보정치에 대한 탄압 등은 누가 겪어도 겪었을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어떻게 잘 해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 국회 자격심사로 제명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종북 논란과 함께 비례대표 부정경선 문제도 제기할 태세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 근거 없는 자격심사 발의는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만한 위험한 결정이었다. 앞으로도 정권의 생각에 반대하거나 ‘미운털’이 박히면 어떤 의원도 자격심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격심사가 부정경선 문제를 뛰어넘어 사상검증의 장이 될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 발언이나 윤리특위 위원들의 발언이 공공연히 이런 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진보당과 야권의 발목을 잡는 색깔공세다.
향후 역사의 후퇴를 막기 위해 더 큰 전선을 갖고 싸워야 되는 문제다. 최근 언론에서 사상검증과 관련 ‘어디까지를 검증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다. 21세기에 펼쳐지고 있는 메카시즘에 대해 언론은 물론 국민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극복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 청년비례대표 후보 당시 ‘연합의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 현실은 진보진영이 둘로 쪼개져 분열됐다.
- 당리당략에 국민들을 위한 이익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허나 정치적·정책적 견해의 차이로 구분을 갖는 것에는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고 입장을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진보당과 민주당의 야권연대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정책적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난 정권에 서민들의 삶이 추락했다는 것을 함께 평가하고 최소한의 민생,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정책적 일치점을 찾아나갔던 것이기 때문에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민주주의와 민생을 해치는 집단과는 당연히 편을 갈라야 한다. 다만 ‘화합’은 좋은 것, ‘편가르기’는 나쁜 것으로 이해되면 안된다. 진보가 지켜야할 지향점, 진보의 가치에 대한 풍부한 토론이 필요하다. 사실상 작년 통합의 실패를 했기 때문에 다시금 단결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더 신중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명패만 하나로 합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 최근 ‘우리민족끼리’ 회원 명단 유출로 신공안정국 우려감도 나오고 있다.
- 앞서 말했던 사상검증이나 메카시즘이 다각도에서 불어 닥치고 있다. 분단 60여 년 간 한국사회가 갖고 있었던 국가보안법체제, 반공이데올로기 체제 안에서 자유로운 사고와 창조적인 행동에 많은 제한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를 뛰어넘어 무섭게 치닫고 있다. 국민대다수가 자신의 발언은 물론 누구를 만나고, 인터넷에 어떤 글을 올리는지 등 모든 상황에서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국회의원에게도 그런 내용이면 제명할 수 있다고 겁박한다.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죄수번호’를 붙이기도 한다. 죄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에 공포심을 많이 느끼게 될 것 같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 사회가 좌우로 나뉘며 분열로 치닫고 있다. 치유책을 제시한다면…
- 상식적인 국민들이라면 한반도의 분단 상황, 적대적인 남북관계에 대해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을거다. 2000년 6·15 공동선언 발표와 노무현 정권 당시 10·4 선언까지, 지난 10년 동안은 이같은 극명한 국론 분열의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평화통일에 대한 경직된 분위기를 없애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긍정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종북, 빨갱이’라는 것은 비상식적인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에는 지난 이명박 정부의 적대적이고 불편한 남북관계를 해결해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걱정을 덜어줘야 한다.

▲ 남은 임기동안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지난 총선에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진보당이 교섭단체가 되지 못했고, 국회 13석으로 진보적 목소리를 활발하게 내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후의 정치 일정 등 국회 안팎에서의 활동을 통해 진보당의 잠재력과 영향력, 진보정책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이끌어내겠다. 또한, 아직까지 정치에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청년들의 정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고 싶다. 이미 권력을 갖고 있는, 나이가 많은, 가방끈 길고, 돈이 많은 누군가가 정치를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바꿀 수 있고, 실제로 우리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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