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이라 했는데…

▲ 뉴시스

정부 훈·포장 명단 공개 안해 각종 의혹 봇물
박근혜 정부 4대강 국조 수용 등으로 인한 부담도
4대강 담합·특혜 의혹 불거져 ‘쇠고랑 명단’ 비꼬기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4대강 사업에 공을 세웠다는 이유로 관련 기업·공무원들이 훈장을 받았다. 한둘이 아니다. 떼거지로 가슴에 훈장을 달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를 숨기는 분위기다. 옛날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물론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할 일이건만 훈장을 받고도 냉가슴을 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속사정을 알아봤다.

 [일요서울]이 지령 989호 단독 보도를 통해 ‘MB 4대강 훈·포장 명단’을 공개했다. 2011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차례에 걸쳐 4대강을 담당한 관련자들의 훈·포장을 수여받은 명단이다. 이 명단을 보면 낯설지 않은 이름들을 확인할 수 있다. MB정부가 4대강 사업에 관련해 훈·포장을 수여한 수만 12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엔 4대강 찬성론자인 박재광 교수 등이 대거 포함돼 있다.

1등급 훈장 받았지만…

특히 소속도 다양하다. ‘(주)대우건설, (주)삼환기업, SK건설, 부산대학교,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대통령실….’ 직위도 눈에 띈다. ‘사장, 부사장, 이사, 전무, 서기관….’  이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이유는 비슷하다.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하천수변공간 조성, 하천이용 활성화 기반구축에 힘썼다는 것. 함께 일하는 재단 송현섭 이사장은 국민훈장무궁화장을, 강현면 금강 살리기 생계대책 위원장은 국민훈장석류장을 받았다. 둘 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앞장섰다는 게 수여 이유다.

하천수변공간 조성의 이유로 대한불교 천태종 김영춘 종정과 대한불교 진각종 최종웅 통리원장은 국민훈장동백장을, AD농어촌방송선교회 차재완 회장은 국민훈장목련장을 받았다. 이 외에도 근정포장, 산업포장, 청조근정훈장, 금탑산업훈장, 은탑산업훈장, 홍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등도 남발됐다.

국민복지 향상 및 국가 발전에 공로한 자에게 수여하는 국민훈장은 ‘무궁화장-모란장-동백장-목련장-석류장’ 5등급으로 나뉜다. 송 이사장이 받은 무궁화장은 가장 높은 1등급이다. 

군인을 제외한 공무원 및 교원이 직무와 관련해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근정훈장은 ‘청조근정훈장-황조근정훈장-홍조근정훈장-녹조근정훈장-옥조근정훈장’ 5등급이 있다. 교수, 공무원 48명이 받았다.
국가산업 발전에 공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는 산업 훈장은 ‘금탑산업훈장-은탑산업훈장-동탑산업훈장-철탑산업훈장-석탑산업훈장’ 5등급으로 구분된다. (주)대우건설 박태균 상무, 대림산업(주) 장재헌 부장 등은 금탑산업 훈장 등을 받았다. 이들 뿐 아니라 산업 훈장만 무려 66명이 받았다.

특히 정부는 ‘MB 야심작’ 4대강 사업에 기여한 인사들에게 근정포장, 산업포장을 무더기로 포상했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봤을 때 무려 100명이 넘는다. 문제는 일반인들까지 합하면 1000여명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훈·포장을 탄 인사들과 그 일가는 가문의 영광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치를 벌여도 된다. 일반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거나 자랑하는 게 정상이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부처에서는 보도 자료를 작성해 언론에 내보내려는 게 당연한 일이다.

부실·특혜 의혹 박근혜 정부 의식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모두들 ‘쉬쉬’하고 있다. 그전까지 정부가 4대강 공사로 훈장을 받은 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때문에 ‘뭔가 냄새가 난다’는 분위기다. 훈·포장을 받은 인사들도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왜일까.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다. 

사업비만 22조 원에 달하는 4대강 사업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녹조라떼’, ‘보 세굴 현상’, ‘역행침식’, 홍수피해 등으로 인해 ‘4대강 사업 실패했다’는 평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게다가 감사원이 실시한 감사 결과 건설사들의 담합과 수질관리 등에 대한 부실·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4대강 수질개선사업인 '총인처리사업 입찰'에 참여한 코오롱워터텍이 지자체 및 조달청 관련 공무원들에게 10억 원 대의 현금을 살포한 흔적도 드러났다. 코오롱워터텍은 총인사업 관련 심의위원들과 지자체 담당 및 조달청 계약 담당자 등에게 휴가비와 명절 떡값, 준공 대가 명목으로 총 10억312만 원 가량의 현금을 전달했다.

이 외에도 이 전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이자 현대건설에 함께 근무한 태아건설 김태원 사장에게 4대강 공사를 수주하는데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은 “태아건설은 지난 5년간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3200억 원 가량의 공사를 수주했다”며 “경인 아라뱃길 공사와 4대강 사업 공사 수주금액까지 합칠 경우 총 수주금액은 5107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다. 더구나 검찰이나 경찰이 4대강 수사에 착수했을 뿐 아니라 국회 차원의 4대강 국정조사 요구가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훈·포장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 각종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구심을 쉽게 지우기는 힘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들이 계속적으로 불거지고, 이에 따른 비리 의혹들이 터지는 건 시간문제”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좋다면 공개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쉬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상 훈·포장을 받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검찰과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릴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4대강 훈·포장은 쇠고랑 훈·포장이 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훈장까지 받았다고 떠들다간 괜히 역풍은 물론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대대적으로 MB정권 사정을 예고했다. 4대강 사업은 물론 MB정권 핵심실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으며, 이 전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훈·포장 수여받은 것을 지우고 싶어한다는 것.

기업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박근혜 정부 코드에 맞추는 상황에서 MB정부 훈·포장을 받았다고 홍보하는 것은 정권에 찍히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기업구조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전 정권에서 받은 공로를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저희 그룹 수사해주세요’라는 것 밖에 안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비리인사 훈·포장 수상 아무나 다 준 MB훈장
또 훈·포장을 너무 남발했다는 지적이다. 선정 기준이 애매했다는 것. 실제 훈·포장 대상자 중 현대건설 등 담합이 제기된 직원들도 수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받았던 것.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보상의 성격으로 훈·포장을 준 것”이라며 “아무나 다 주는 상황에서 이를 어찌 드러내 놓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이어 “비리에 연루된 인사까지 준 것 역시 한 몫 해 훈·포장을 받은 것 자체를 쉬쉬하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이나 비리 의혹들이 터지지 않았다면 당사자들은 ‘가문의 영광’으로 알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을테지만 박근혜 정부가 4대강 사업 손보기에 나선 이상 이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MB ‘잔인한 4월’ 아시나요

원세훈 게이트 터지고… 4대강 난리 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4월은 잔인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4년간 재임했고 MB의 심복이다. 그에 대한 고소고발인 조사를 시작됐다. 지난 대선당시 발생한 국정원 직원 댓글 의혹에 대한 수사가 검찰로 넘어갔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정원 관련 의혹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사건인 만큼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여직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원 전 원장 피소사건 등 10여건을 묶어 특별수사팀이 수사하도록 했다. 팀장을 비롯 검사 8명과 수사관 20여명이 참여한다.
특히 야당은 ‘원세훈 게이트 특위’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대선개입 의혹 뿐 아니라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의혹을 이 전 대통령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종 종착지는 이 대통령인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전 대통령의 최대 역점사업인 4대강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가 공무원과 심의위원 등에게 10억여 원에 달하는 현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은 물론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동기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4대강 사업에 비판의 칼날을 드높였던 K대 P교수와 J대 L교수 등을 조사위원으로 포함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 전 대통령을 더 긴장시키고 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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