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급기야 대한민국을 향한 외교적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아소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포함한 각료 3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데 이어 그 이틀 후인 지난 23일에 그들 국회의원 168명이 집단으로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아베 총리는 ‘내각 총리대신’의 공식 명의로 신사 참배용 공물화분을 바쳤다. 한국 여론이 가마솥 끓듯 하는 가운데 그는 또 “침략의 정의, 시각 따라 다르다”는 말로 일제의 침략마저 부인하고 나섰다.

그들 짜인 각본이 있는 것 같다. 종군위안부 문제를 외면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계속 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외교 전쟁을 감행할 태세다. 아소 부총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특사 당시 박 대통령 면전에서 나라마다 역사인식이 다르다는 등 도발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다. ‘개인 입장’ 참배 운운한 일본 정부의 변명이 더 괘씸한 것은 이번 참배에 동참키 위해 한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후루야 게이지 일본 국가공안위원장이 분명하게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배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은 경제 문제에서도 ‘엔저’라는 노골적인 통화정책을 앞세워 경쟁국 경제여건을 심하게 꼬여들게 하고 있다. 오죽해서 현오석 경제 부총리가 북한 핵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일본의 통화정책이라고 했겠나 싶다. 이런 점에서 우리정부가 추진하던 윤병세 외교장관의 일본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박근혜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안정된 한·일 관계를 위해 다각도로 일본의 도발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으나 차례차례로 거부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독도 영유권을 강변하는 교과서 내용을 부추기고 외교적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두 나라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는 쌍방 대좌가 하등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버젓이 총리 명의의 공물이 가고 각료 자격으로 참배한 행동 전반을 “사인의 입장으로 참배한데 대해 정부의 입장을 이야기 하지는 않겠다”고 한 일본정부의 태도가 며칠 지나자 아베 총리가 직접 일본각료들이 “위협에 굴하지 말라”는 폭탄발언으로 발전했다.

아베 정권은 전 전 정권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정치적 돌파구를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가 외교 마찰을 일으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전례를 답습하는 양상이다. 일본이 과거역사를 부인하면 할수록 전범국 굴레는 더 강해질 것이다. 진정한 반성과 화해 없이는 결코 일본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없다는 점을 아베나 그 추종자들만 모르는듯하다. 역시 못된 묵은 버르장머리는 가벼운 회초리 정도로는 안 될 모양이다.

아베 정권이 그러고도 선린우호를 외쳐댔으니 참 소가 웃을 노릇이다. 선린우호와 공생, 공영의 미래는 마음속 깊이 과거사를 반성하고 믿음을 쌓은 토대 위에 구축될 수 있는 것이지, ‘언제라도 또 침략할 수 있는 경계할 나라’가 돼가지고는 한 발짝도 더 미래로 나갈 수 없다. 저들이 군국주의 망령을 뒤집어쓰고 끝까지 그따위 묵은 버르장머리를 못 뜯어 고치면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진리로 통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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