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vs안철수 당대당 통합과 빅텐트론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4월 24일은 부산 사나이들의 날이었다. 부산 출신인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당선과 함께 한때 ‘박의 남자’로 통했던 김무성 의원 역시 같은 지역으로 여의도에 동반 입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사람은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의원일 수밖에 없다. 야권발 정계개편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신당창당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안 의원이 10월 재보선전 신당창당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내년 6월 지방선거전 할 것인지, 창당을 한다면 독자적으로 할 것인지 민주당 일부 세력과 함께 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한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 민주당과는 어떤 관계 설정을 할 것인지를 두고도 정치권은 하루종일 주판알을 튕기는 모습이었다. 민주당과 안 의원을 둘러싼 향후 신당창당 시나리오를 알아봤다.

▲ 지난달 24일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손을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간보기 정치’ ‘안개 화법’은 안철수식 정치를 풍자한 말이다. 지난 대선 당시 기존 정치권과 보수 언론이 ‘안철수 불가론’을 외치면서 비판한 단어들이다. 결국 대선 후보 자리를 문재인 후보에게 양보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난 무섭게 변신하는 사람이다’고 일성을 하고 떠났다.

안철수식 1기 정치실험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향후 정치 구상과 행보를 어떻게 할지 단초를 제공한 말이다. 안 전 교수는 이후 82일간 잠행을 마치고 전격적으로 4월 재보선 노원병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안 전 교수는 노원병으로 이사하고 바로 예비후보로 등록해 결국 높은 득표율로 뱃지를 달았다.

국내에 귀국해 뱃지를 달기까지 안 의원의 행보는 기존에 보여줬던 애매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확실하게 목표를 잡고 매진한 결과였다.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반발이 있었고 민주당 일각에선 부산 영도 출마하라는 종용도 있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가 박빙 우세를 보이는 결과를 보이며 단일화 압박에도 몰렸지만 안 의원은 지난 대선과정과는 다른 과감함을 보여줘 대승을 이끌었다.

이런 행보는 정치권에 야권발 정계개편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게했다. 실제로 금태섭 전 상황실장은 재보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전국을 돌며 안철수 지지기반인 지역포럼 인사들을 접촉하며 신당 창당을 위한 조직관리에 들어갔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을 위한 정치 아카데미 개설도 빠르게 진행됐다. 곳곳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적극적인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었다.

10월전 신당 창당 네가지 이유
20년 넘게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한 인사 역시 이런 정황을 들며 안철수 신당창당이 10월 재보궐 선거전 가시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또한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통해 재보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첫 번째 이유로 이 인사는 10곳 이상 치러지는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세력과 민주당이 제각기 정면돌파를 선택할 경우 여당에게 승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인사는 “김한길 후보가 당대표가 돼서 나선다고 해도 현재 민주당 형편으로는 10월 재보선에서 단독으로 승리하기 힘들다”면서 “안철수 역시 4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당선됐지 측근 인사들이 대신 나섰다면 새누리당 후보에 패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것과 안철수 현상을 지지하는 것은 별개라는 분석이다. 올 10월 역시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으로 관측했다. 무소속 후보로 안철수 측근들이 나선들 국민들이 안철수 후보에게 보낸 열광과 환호를 보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두 번째로 조기 신당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그는 무소속 국회의원의 한계를 지적했다. 즉 300명 중의 한명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이끌거나 이슈 선점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 입장에선 대권에 방점이 찍혀있지만 시기적으로 5년이나 남아있어 대선 후보로서 프리미엄을 누리기보다 오히려 속살을 내보여 생채기만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조기 신당창당 바람을 통해 야권발 정계개편으로 정국을 주도하면서 10월 재보선을 치루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안철수 지지 세력을 묶어놓을 수 있는 동력이 신당창당 바람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안 의원의 지지 그룹은 법조인 출신 측근, 손학규계, 민주당 출신, 시민사회 그룹 등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여기에 수도권과 호남에는 자발적 자원봉사자들이 지역포럼이라는 명칭으로 지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고정 조직에다 전현직 여야 국회의원들을 친안철수 그룹으로 만들기 위해선 신당창당만큼 매력적인 카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네 번째로 민주당 당 대표로 유력한 김한길 의원과 정치적 이해관계를 들었다. 이 인사는 “10월 재보선에서 패배는 김 의원으로선 친노 주류의 책임론에 부딪혀 당 대표직을 자진사퇴할 공산이 높고 안 의원으로선 향후 신당창당뿐만 아니라 지방선거와 대선 마저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며 “그 전에 신당 창당으로 민주당과 당대당 통합을 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그는 “무엇보다 김 의원은 대권 보다는 당권에 방점을 두고 있고 차기 대권을 꿈꾸는 안 의원과는 상호 보완관계이지 경쟁 구도가 아니다”며 “이런 점에서 당권 대권 역할분담이 10월전 신당창당을 하고 당대당 통합까지 이룰수 있는 요인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친노 고사작전 ‘빅텐트론’ 솔솔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했다. 안철수 신당이 조기에 출범하려면 최소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국회의원이 20명 이상 합류해야 한다는 전제다. 과거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국회의원들이 총선이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조기에 신당에 참여할 리가 만무하다”며 “안철수식 새정치가 어떤 모습인지 지켜보는 인사들이 다수일 것이고 신당을 띄우는데 전직 의원들만 가지고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친노 주류 세력에 대한 안 의원의 시각이 탐탁치 않다는 점에서 당대당 통합에 대해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인사는 “당대당 통합은 민주당내 친노 세력을 안고 가자는 것인데 과연 국민들이 당대당 통합이 안철수식 새정치로 인식할지 의구심이 든다”며 “차기 당 대표가 대선 패배한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2선 후퇴를 시켜야 하는 데 이런 작업이 없이 안 의원이 당대당 통합에 응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모든 친노 인사들을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선별적 수용 방안으로 ‘가설정당’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일단 제3지대에 민주당내 존재하는 친안철수 인사들과 안철수 세력이 가설 정당을 만들어 선별적으로 친노 인사들의 입당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다”며 “신당을 창당하기전 단계로 안철수 새정치에 동감하는 제 세력들이 모여 당을 만들고 2차로 신당 창당을 하는 ‘빅텐트론’식 창당이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민주당내 친노 세력에 대한 고사 작전인 셈이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안 후보로선 이 또한 위험부담도 존재한다. 차기 대권 주자군에 친노 대표주자인 문재인 의원이 여전히 존재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안 의원이 비주류와 손잡고 친노 인사들을 배제할 경우 문 의원과 친노 지지 세력들의 반발이 불 보듯 훤한 상황이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창당 시나리오에 친노가 어떤 스텐스를 취할지도 커다란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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