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안철수 의원의 정치권 입문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최근 발언으로 민주당이 고무된 모습이다. 박 시장은 지난 4월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면 어떡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안 후보가 내세우는 새정치도 필요한 일이라 그런 철학, 원칙은 앞으로 제가 가는 정치적 행보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안 후보를 품에 안는 모습마저 보였다.

이 발언은 안 의원이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정치권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선 안철수발 신당창당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박 시장이 넘어갈 경우 지방선거뿐만 아니라 당 존립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의 발언은 서울시장 재선을 통한 차기 대권 반열에 끼기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절묘한 박 시장의 발언으로 정치권에선 재차 이런저런 해석이 덧붙여졌다. 첫 번째로는 박 시장이 안철수 신당이 언제 창당될지 모르는 가운데 사전에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됐지만 민주당에 입당한 이상 민주당원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미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치러질 서울시장 경선을 염두에 둔 정치계산이 깔린 발언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로는 박 시장의 개인적 대망론 띄우기위한 목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을 보면 박 시장이 차기 대권 주자중 가장 우위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재인 의원을 비롯해 손학규, 김두관 등 잠룡들이 존재하지만 이미 흘러간 물이라는 점에서 박 시장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반면 박 시장이 안철수 신당으로 갈 경우 차기 대권 가도에서 박 시장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의 방점이 차기 대권에 있는 이상 박 시장은 보완재내지 페이스메이커 역할 이상을 할 수가 없는 처지로 전락할 공산이 높다.

세 번째로 차기 대권을 야권이 가져가기위한 전략적 판단에 기인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포스트 박근혜’로 꼽히는 인사들을 보면 김문수, 이재오, 홍준표, 정몽준, 김태호, 김무성 등이 거론되지만 실제로 야권 잠룡군에 비하면 중량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야권의 경우에는 안철수라는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존재하고 문 의원을 비롯해 안희정, 이광재 등 젊은 그룹 그리고 정동영, 정세균, 손학규, 김두관 등 중량급 인사들까지 포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안철수와 민주당내 친박원순계로 나뉘어질 경우 국민들은 여권 잠룡보다는 야권 잠룡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철수의 등장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원순씨의 고도의 정치적 발언은 차기 대권에 맞춰져 있는 것은 분명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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