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을 사칭, 현직 국회의원과 대기업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100억원을 뜯어내려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지난 13일 이 같은 혐의로 사기미수 등 전과 7범인 조모(47·중고차매매업)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민주당 신당창당 자금’과 ‘야당의원 영입비’ 등을 거론하며 사기행각을 벌이려고 했다. 이에 조씨는 지난 5월 29일 민주당 P의원에게 10여 차례 전화를 걸어 “한나라당 의원 32명을 영입하는 데 100억원의 자금을 필요하니 힘을 좀 써 달라”고 했다.

조씨는 또 지난 6월 모 대기업 S회장에게 사용자 확인이 어려운 휴대전화인 속칭 ‘대포폰’을 이용, 수차례 전화를 걸어 “재판에 계류중인 그룹 비리사건이 잘 처리되도록 해주겠다”며 “신당 창당 자금이 필요하니 5차례에 걸쳐 20억원씩 현금으로 100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경찰조사결과 조씨는 실제 수석비서관과 목소리가 매우 흡사했으며 이 때문에 피해자들도 한때 조씨를 실제 수석비서관으로 착각, 전화통화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경찰은 지난 5월 말 조씨의 전화를 받은 S회장이 청와대 유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조씨가 ‘가짜’ 유 수석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었다. 한편, 조씨는 지난 94년 9월에도 인천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전화를 걸어 “난 인천지검장인데 5억원을 주면 세무 공무원들의 비리가 언론에 알려지는 걸 막아주겠다”며 사기를 치다가 경찰에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고. <인>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