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불임여성들은 어쩌라고… “대한민국의 열악한 복지수준 대변”

[일요서울 | 안은혜 기자] 출산과 육아 등으로 불가피하게 일을 그만뒀던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엄마가산점제가 군가산점제와 나란히 국회 상임위 테이블에 올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15일 엄마가산점제에 관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법’ 심의에 착수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찬반공방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 엄마가산점제와 군가산점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대해 여야와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에 상정되면서 국방위에서 논의 중인 ‘군가산점제’와 함께 동시 통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엄마가산점제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재취업 의사가 있을 경우 가산점을 부여해주는 제도다.

취업할 수 있는 곳은 국가·공공기관 등의 취업지원 실시기관으로 과목별 득점의 2%내에서 가산점을 주되, 가산점을 받아 합격하는 비율을 선발인원의 20% 내로 정하고 횟수와 기간도 제한한다.

가산점 주고 안주고 주판알 튕기는 격

하지만 이는 역차별을 낳는 제도이자 ‘엄마’ 자체를 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결혼이나 출산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에 미혼 여성이나 불임 여성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철학자 강신주 박사는 “뭔가 가산을 해준다고 하면 좋은 제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엄마가 된다’는 자체를 안 좋은 것으로 정의내리는 것”이라며 “이는 공동체 차원의 문제이지 가산점을 주고 안주고 주판알을 굴리며 서로 경쟁하도록 만드는 개인의 문제로 만든다면 공동체적 가치를 와해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다”며 엄마가산점제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으며 “엄마가산점제란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 엄마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말은 좋다. 하지만 왜 이를 취업에 연관시키나. 미혼여성, 선택에 의해 출산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나는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법안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은 “어느 한 그룹에게 혜택을 줄 때는 항상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외감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지고 갈 수 있는 리스크임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체 사회에서의 경력단절 여성들을 법으로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 의원은 엄마가산점제와 군가산점제 모두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한기호 의원은 “여성에 대한 혜택은 출산장려금 지원, 육아휴직 보장, 남편의 육아휴직 보장 등 이미 여러 보장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리고 육아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재입사 할 수 있는 보장책도 있다. 임신과 육아는 선택의 문제, 군입대는 강요에 의한 의무다. 강제로 보냈으니 보상을 해야 한다. 두 가지 법안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으며, “당에서도 얘기 했지만 엄마가산점제 법안은 인기영합 하는 포퓰리즘이다. 국가의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끌고 가면 나라가 발전하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한편, 엄마가산점제 법안에서 혜택을 받을 대상의 범위는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명기하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했다. 여기서 말하는 ‘등’에는 가족 돌봄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경우도 포함시키고 있다. 범위가 넓어지거나 애매해 지는 것에 대해 신의진 의원은 “법안 자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민정위원회와 같은 논의기구를 통해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육아위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 마련 시급

단편적이고 안이한 전시성 정책일 뿐… 냉소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서 지난 4월 16일 전국 성인 남녀 107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1.3%가 엄마 가산점제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는 입장은 24.8%, 13.9%는 잘 모른다고 응답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9%p). 엄마가산점제 도입 찬성 응답은 여성(58.0%)보다 남성(64.7%)이 높았다. 20대, 30대, 40대의 찬반 비율은 각각 66.5%·19.5%, 63.8%·30.6%, 63.3%·26.6%으로 나타났다.

엄마가산점제를 두고 ‘다음 아고라 토론 게시판’에서는 “저출산 문제 해결과 여성인력 활용안으로 찬성한다”는 의견과 “이런 법안을 만들 시간에 취업 못하고,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청년들을 구제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좋은 직장에 가려는 소수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엄마가산점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반대하는 의견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제도라는 여론도 있다. 여성들이 임신, 출산, 육아를 병행하면서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 기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라는 논란도 있다. 이에 신의진 의원은 “맞는 말이다. 무상보육 문제 등 사회가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제도의 개선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기업문화 또한 여성의 임신, 출산, 육아를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가족을 돌보느라, 아기를 낳느라 직장을 그만둔 여성들이 희망을 갖고 재취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엄마가산점제 법안을 발의한 것”이라고 대응했다.

하지만,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대책이 필요하지만 엄마가산점제는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매우 단편적이고 안이한 전시성 정책일 뿐만 아니라, 독신여성이나 불임여성 등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을 파생시키고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소지의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엄마가산점제는 육아와 가사를 여성의 일로 고정화 하는 시각으로, 이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 간병 등과 같은 가정 내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태에서 임신, 출산만을 특화시켜 가산점을 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여성들의 육아를 위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다. 임신,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부당한 해고, 승진·업무에서의 차별 등이 해소돼야 한다. 또한 육아휴직이나 산전후 휴가 급여의 현실화, 정규/비정규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마련하는 등 경력단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와 ‘군’이 여성성,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단어가 됐다. 엄마가산점제와 군가산점제 두 법안에 대한 뜨거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이런 법안이 대한민국 열악한 복지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모습을 보였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군가산점제 왜 부활못하나
입법기관 국회 남녀 의원 찬반‘팽팽’

평등권 침해? 국방에 대한 보상?
 

▲ 김미희 의원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1999년 헌법재판소가 ‘제대군인 가산점제도’를 위헌결정해 군가산점제가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위헌결정의 원인이 된 평등권 침해 및 비례원칙 위반을 해소하기 위해 가산점 비율을 최소화 하고, 가산점 사용의 횟수와 기간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으로 군가산점제가 다시 발의됐다.
그리고 4월 15일 국회 국방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군가산점제 부활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국방위 회의 결과,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병역법’개정안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결정됐다. 앞서 지난 4월 17일 법안소위에서도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의원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추가 심의를 제안한 것이다.
‘군가산점제 부활’ 문제가 입법 논의의 장에 재등장한 것만으로도 한바탕 논란이 인 것이다. 앞서 새 정부 인사청문회에서도 당시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군 가산점보다 국민연금을 지원하거나 군복무 기간 동안 월급을 실질화 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데 반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국가에 봉사하고 기여한 측면에 대해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는 지원입법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상반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군가산점제는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 또는 지원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이 취업할 때 각 과목별 득점의 2% 범위 내에서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취업 응시 기관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군부대, 국립학교와 공립학교, 직원 20명 이상 고용하는 공·사기업체 또는 공·사단체 등”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군가산점제가 엄마가산점제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 그는 “군가산점제는 혜택이나 보상의 개념이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국방의 의무로 인해 젊은 청년들이 군복무 기간 동안 보게 되는 불이익(손해)을 회복시켜 주는 법리적인 논리가 있는 법안인데 반해, 엄마에 대한 것은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군필자를 위해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발의한 정년 연장 제도 법안에 대해 한 의원은 “이미 취업을 한 군필자에게 정년을 연장해준다는 것은 사후의 일”이라며 “강제로 군복무를 한다는 자체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회복을 해줘야지, 취업 이후에 회복을 시켜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해준다는 자체는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라고 할 수 있다. 취업에 혜택을 주는 방법은 군가산점제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군가산점제 법안의 통과 가능성에 대해서 한 의원은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 국방위에서도 계속 논의하고 있지만, 가산점 2% 및 선발인원 20% 이내로 축소하는 등 여러 가지 보완했기 때문에 통과될 것으로 본다”며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시뮬레이션 결과, 가산점제 2% 적용 시 9급 공무원의 약 9.7%, 7급 공무원의 약 11.4%가 합격한다. 10% 전후의 합격자가 나오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미필자 및 여성들은 10%정도 내가 먹을 것을 뺏긴다고 생각하니까 방어하기 위해 반대한다. 가산점은 더 준다는 개념이 아닌 손해 본 것을 회복시켜주는 개념이란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기호 의원 <뉴시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은 “군가산점제는 이미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또 따른 불평등을 낳기 때문에 반대한다. 제대군인에 대한 보상은 다른 방식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모병제를 택해야 한다”며 “불평등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구조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가산점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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