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연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을 미화하는 발언을 쏟아내 국제적으로 말썽을 빚고 있다. 4월22일 그는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는 그대로는 승계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침략의 피해 국가 국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기에 족하였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2차세계대전 전 일본의 아시아 침략과 관련해 반성과 사죄의 내용을 담은 담화이다. 그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면서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아베는 당돌하게도 선임 총리의 사죄를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 하였다. 아시아 국가들을 침탈하였고 미국의 진주만 기습공격을 자행한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예고하는 섬뜩한 폭언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베는 다음 날 일본의 침략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토해냈다. 그는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어느 쪽의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괴변을 늘어놓았다. 지난 날 일본의 아시아 침탈은 “침략”이 아니며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榮圈)”을 위한 착한 짓이었다는 뜻이다. “침략”은 “학계”나 “국제적 정의”를 따지기 전 남의 나라를 침략하면 그것이 바로 침략이다. 침략의 정의에 관한 기록들은 1974년 유엔총회 결의안 3314호를 비롯해 많다. 아베의 무식을 드러냈다.
그밖에도 아베는 2차대전의 일본 전범들을 처형한 “도쿄 전범재판”을 “승자의 재판”이라며 전승국 재판의 정당성을 평소 부정하곤 했다. 그러나 독일 지도자들은 다르다. 그들은 “도쿄 전범재판”과 같이 독일 전범들을 처벌한 “뉴렌버그 전범재판”을 “승자의 재판”이라고 불평 하지 않았다. 독일은 피해 국가 국민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보상은 물론 정치적 사죄도 정중히 되풀이 하였다. 독일은 패전국으로서 프랑스와의 국경선이 불리하게 설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요구대로 인정해주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70년 12월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념비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올 1월 30일 아돌프 히틀러의 총리 취임 80년을 맞이하여 히틀러 독재와 관련,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하였다. 그는 “나치의 등장은 독일 엘리트와 사회 전체가 지지했거나 최소한 묵인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하였다. 그는 히틀러 집권과 관련 “우리 독일인에게 끊임없는 경고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인들은 히틀러가 집권한 1933년 1월 30일을 “치욕의 날”로 증오한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치지도자들은 일본 군국주의 침략행위를 “치욕”이 아니라 “치적”으로 미화한다. 아베 총리가 무지막지하게 국수주의 쪽으로 치닫는 데는 올 7월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탓도 있으며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도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일본인의 좁디좁은 섬나라 근성에 있다. 탁 터놓고 지내는 대륙적인 넓은 도량 보다는 좁은 섬 속 에 갇혀 답답하게 살아야 하는 속 알지 없는 편협성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일찍이 일본인을 가리켜 “쪽발이” “왜놈”이라고 하대(下待)해 왔다. 속 좁은 좀팽이란 의미이다.
일본은 세계 3대 경제대국으로 컸지만 마음 씀씀이는 아직도 “왜놈” 근성에 갇혀있다. 일본은 독일 처럼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지 않는 한 “쪽발이” 오명에서 벗어 날 수 없다. 한국인들로부터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로 부터도 그 같은 멸시와 하대를 피 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자국민들에 대한 세계적인 비하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음을 각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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