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밀집지역선 동거커플 심심치 않게 발견 … “이상할 것 뭐 있나”“방값·생활비 절약할 수 있어 좋아 … 성관계 목적이라면 동거 안했어”‘자취방=신혼집’대학가에서 일부 적용되는 공식이다. 학교 앞 자취방 밀집 지역에서 대학생 동거 커플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대게 캠퍼스 내에서 동거 중으로 알려진 커플은 양측이 모두 학교와 집이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교제부터 시작하지만 점차 상대방의 집에서 머무르게 되는 날이 많아지면서 효율적인 경제 생활을 위해 아예 방을 하나로 합치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양쪽으로 나가는 방값을 절약할 수 있고 생활비도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이다. 물론 “그저 함께 있고 싶어서 동거를 시작했다”는 커플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에 대학가 ‘신혼집’의 모습을 취재했다. 전주의 모대학 출신인 김모(25)씨는 새내기 때 과 선배와 동거했던 경험이 있다. 지금은 헤어진 상태이지만 “당시의 기억이 그리 나쁘진 않다”는 게 그녀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우리 집은 서울이고 저는 하숙을 했어요. 남자 친구 역시 혼자 자취를 했고. 사실 집에서 떨어져 학교를 다니다 보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외롭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석달 정도 사귀다가 제가 하숙을 그만두고 남자친구 방으로 들어갔어요. 항상 같이 지내다 보니 그냥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같이 밥해 먹고 빨래도 하고 재미있었어요.살림살이도 하나씩 늘어나고. 아무래도 혼자 있을 때보다는 이것 저것 갖춰야 할 게 많거든요. 지금은 헤어졌지만 당시 동거했던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춘천 소재의 한 대학에 다닌다는 01학번 이모양 역시 남자친구가 군입대하기 전까지 한 방에서 같이 살았다고 한다.

“연인이 아닌 그냥 친한 친구 사이였을 때에도 제 자취방에서 친구 여러명과 함께 자기도 했어요. 여기서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세요. 그냥 MT가서 함께 얘기하고 어울려 노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남자 친구는 그들 중 한 명이었고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후 본격적으로 교제를 시작했죠. 그때가 겨울방학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지내려니 많이 그리웠어요. 그때 남자친구가 “방학동안 같이 지내자”고 제안을 했죠. 집에다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우린 방학동안 한 방에서 같이 보냈어요. 그렇게 동거를 시작한거죠. 남자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는 그냥 집에 있었고. 남자친구가 군대 가게 되는 4월까지 같이 지냈어요.”이모양은 “동거를 하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꼭 동거를 한다는 게 그냥 연애하는 것 보다 더 상처받을 일이 뭐가 있나? 혹 그게 육체적인 관계를 말하는 거라면 같이 안 살고도 할 것 다하는 커플 많다”고 말한다.

대학생 동거 커플들이 강조하는 것 중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모양의 말대로 동거와 성관계를 연관짓는 것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단지 성관계를 위해서라면 동거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들의 중론이다. 물론 혼전 성관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그것이 동거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혼전동거를 부도덕한 일로 여겼으나 최근에는 어떤가?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최소한 “나는 안 하더라도 남이 동거하는 것은 뭐라 할게 못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문화는 도대체 언제부터 바뀌었을까?“내가 대학 다닐 때니까 한 5~6년쯤 됐죠. 우리 과에도 알려진 동거 커플이 1쌍 있었는데, 그다지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어느날 아침 1교시 수업시간에 두 사람 모두 막 머리를 감고 나온 모습으로 나란히 강의실에 들어 왔었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쑥덕거리기 시작했죠. 아마도 ‘어떤’ 상상을 했겠죠. 졸업 후 가끔 모임에 나가면 그 커플이 결혼을 했을까 안 했을까가 화젯거리가 됐죠.” 지금은 직장인인 박모(27)씨의 말이다.

그때만 해도 대학가 동거문화가 상당히 널리 퍼져있긴 했으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물론 그때에도 대학가의 동거문화가 일찌감치 ‘성행’한 일부 지역에서는 한 집에서 나와 나란히 캠퍼스로 향하는 커플의 모습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기도 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 유난히 많았던 지역이 그런 경우에 속했다. 여기까지는 대학가의 동거 커플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90년대 중반의 경우다. 그 후 젊은 남녀의 동거에 대한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해가면서 이제는 대학가의 동거문화도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