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터, 만취여성손님 성폭행·에이즈 여종업원 무차별 ‘2차’등전직 관료아들 부킹여성 강간설·40대 갑부 엽기 행각설등도 한몫“강남이 떨고 있다”.‘유흥문화의 1번지’. 서울 강남 일대가 최근 각종 ‘괴담’에 시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과거유흥업소를 둘러싼’에이즈 복수극 괴담’,’납치 괴담’에 이어 최근’전직 관료 아들의 강간설’, ‘웨이터에 의한 성폭행설’, ‘룸살롱 출입 40대 갑부의 엽기행각’등, 그 진원지를 알 수 없는 각종 괴담이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흥가 주변은 심한 불황을 겪으며 된서리를 맞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강남 괴담’의 실체를 추적해봤다.

지난달,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일대를 중심으로 부녀자를 납치 감금한 뒤 성폭행과 강도행각을 일삼아 온 ‘납치 떼강도’일당이 경찰에 붙잡힌 것. 이들 일당은 강남일대에서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4차례에 걸쳐 납치, 은신처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이에 앞서 지난달 10일 새벽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대로변에서 여대생이 귀가하던 중 괴한 2명에게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 범인은 여대생의 가족에게 원하는 몸값을 받았지만 인질 여대생을 목졸라 살해하는 흉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인기연예인 A양도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이 사건의 여파 때문일까. 최근 강남일대에서는 ‘납치’와 관련한 괴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들 납치범들 외에 강남 일대에 여러 납치 조직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는 괴담이 급속히 번지면서 이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납치 떼강도 일당’들이 “임산부는 물론이고, 불특정인을 범죄대상으로 하고 있다”, “명품족 몇 명이 납치됐다”, “강남 모 백화점 주차장에서 당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면서 강남 일대에서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여성들은 좌불안석이다.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의상실을 하는 L씨는 “인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모씨가 납치돼 성폭행당했는데 신변노출을 꺼려 신고하지 않았다’는 식의 얘기가 펴지고 있다”며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들이 주 표적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매출이 반 이상 떨어진 형편”이라고 밝혔다. 테헤란로에 근무하는 J씨는 “납치 사건이 있은 후로는 ‘여성 회사원이 또 당했다’는 얘기를 듣기가 일쑤”라며 “최근에는 퇴근하자마자 강남을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 서둘러 귀가를 하는 편”이라고 전했다.강남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강남의 각 지하철역에는 귀가하는 아이들이나 여성들을 마중 나온 보호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시민 H씨는 “사건이 연달아 터진 후, ‘납치 괴담’이 이어지고 있어 극도로 불안하다. 부녀자들은 밤늦게 돌아다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강남일대를 휩쓸고 있는 ‘납치 괴담’이 번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남=부유층’이라는 공식이 사회 전반에 깊숙이 인식되면서, 이 일대가 최근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납치 괴담’이 확산되면서, 수사당국 등에서는 CCTV 설치 등을 확대하고 있지만 이 같은 괴담을 잠재우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납치 괴담’에 이어 강남 유흥가에도 믿지 못할 각종’괴담’과 ‘루머’가 쏟아지고 있다. 우선 ‘전직 관료 아들의 강간설’이 돌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다 최근 입국한 전직관료 모씨의 아들 A씨가 최근 B나이트 클럽 룸에서 부킹한 여성을 강제로 성폭행했다”는 소문이 바로 그 것.특히 “수사당국에서는 A씨의 신분을 알고 사건을 확대하지 않았고, 나이트클럽측도 업소 이미지를 생각해 사건을 덮어뒀다. 그리고 피해자에게는 합의금으로 거액이 건네졌다”는 내용이다.또 “웨이터가 만취 여성 손님을 강간했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강남의 유명 C나이트 클럽 웨이터가 영업이 끝난 뒤 만취한 여성을 인근 호텔로 유인해 성관계를 맺고 이를 빌미로 돈을 갈취했다”는 것.이와 함께, D호텔 나이트클럽은 마약을 복용한 유학생들의 아지트로, 각종 성관련 범죄가 끊이질 않고 일어난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D나이트클럽에서는 마약을 복용한 유학생들이 룸살롱에서 부킹한 여성들을 강제로 성추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식의 근거 없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해당 나이트클럽들에서는 “터무니없는 소문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이는 다른 나이트클럽에서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근거 없이 음해하고 있거나, 아니면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퍼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룸살롱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트클럽 못지 않게 룸살롱도 괴담의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룸살롱 여종업원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이 에이즈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는 출처 미상의 이야기가 펴진 바 있다.

“강남 룸살롱 여종업원들과 성관계한 남성 5∼6명이 에이즈에 감염됐다”, “에이즈 감염 여종업원이 ‘복수심’에 불타, 손님을 유혹해 무차별적으로 ‘2차’을 나간다”는 식이 바로 그 것.여기에, 최근에는 ‘강남 신사의 엽기행각’괴담도 한몫 거들고 있다. “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혼자 룸살롱에 와서 하루 수백만원 이상의 술판을 벌이면서 팁으로 백만원 이상 뿌린다”는 소문이다. 특히 이 40대 갑부가’2차’를 나갈 때면, 백만원 이상도 선뜻 내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남자가 ‘2차’를 나가면, 온갖 변태 체위를 요구하거나, 변태적인 기구를 이용하는 등’섹스 편집증’환자라는 내용도 소문에 들어 있다.이런 악성루머들로 인해 강남 유흥가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인데다, 이런 출처 불명 악성 괴담들이 떠돌면서 업소들은 ‘죽을 맛’인 셈이다.강남 E룸살롱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에이즈 괴담’이 돌더니 최근에는 ‘2차 변태 행각’루머까지 떠돌고 있어, 너무 힘들다”며 “아가씨들은 ‘2차’를 나가지 않는다고 하지, 손님들은 에이즈 괴담이후 발길이 뚝 끊겼지, 말도 못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IMF때도 이런 불황은 없었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여름철인데다, 루머에 불황까지 겹쳐 거의 개점휴업 상태”라고 설명했다.이처럼 강남 일대’괴담’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얼까. 유흥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20대초반부터 30대초반까지 젊은 세대에서 각종 루머를 양산, 무책임하게 소문을 확산시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한 업소 관계자는 “출처불명의 근거없는 소문들과 들은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이 젊은층의 습성”이라며 “인터넷의 발달로 이런 얘기는 금방 퍼지고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수사당국의 한 관계자는 “돈과 섹스, 그리고 유흥문화가 만연해 있는 강남에서 이런 소문이 퍼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가뜩이나 민심이 흉흉한 이 때 근거도 없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면, 사회의 불안감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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