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이 타결된 뒤,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가 열린지 5년이 지났다. 당시 좌파 단체들은 때를 만난 듯이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을 퍼뜨려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이 국민 불안을 반 정부 시위의 동력으로 키웠던 세력들은 나라를 뒤흔든 괴담들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자 간판을 바꿔달며 정부 비판 목소리를 높여온 터다.

촛불 등 시위에 대한 시민 호응도가 급감하자 촛불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형국이고 자고 뜨면 봐야했던 불법 도로점거 농성도 어지간히는 숨을 죽였다. 매년 5월이면 ‘춘투 정국’으로 매스컴을 온통 도배 하다시피 했던 노사 간 극한투쟁도 이제 옛말처럼 돼가는 추세다. 겨우 지난 1일 ‘메이데이’ 때 민주노총의 제123주년 세계노동절대회에 참가한 1500여 명이 박근혜 정부를 ‘노동 없는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경찰과 충돌한 것이 새정부 들어 긴 시간동안의 도심지 점거농성으론 처음이었던 셈이다.

그들이 점거해 있는 동안 교통사정이 가장 번잡한 서울시청 앞 좌우 도로전체는 교통 두절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지경이 됐다. 이날 나는 퇴근 길에 그들이 점거한 도로 앞을 지나려다 찻길이 막혀 비 내리는 중에 아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이 모든 장면을 내가 지켜볼 수 있었던 게다.

날이 어둑해지자 그들이 떠난 자리는 마치 바람 부는 날 큰 쓰레기통을 뒤집어 놓은 것 같았다. 시위 참가자 어느 한 사람도 팜플렛 등 주변 휴지를 줍지 않았다. 청소는 당장에 목마른 쪽 몫이 될 수밖에 없었다. 목말라 샘을 파야하는 사람들은 호텔 앞 경관을 깨끗이 지켜야할 시청 코앞의 서울프라자호텔 직원들로서 하던 일을 중지하고 청소작업에 나서야 했다. 아름다운 사람은 떠난 자리가 깨끗하다고 했는데 아름답기까지는 못해도 애꿎은 시민들 피해만 좀 안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일었다.

5년 전 촛불시위의 시말은 ‘거짓과 선동의 100일’이었다. 식탁 안전에 민감한 국민정서를 부추겨 반미(反美)캠페인으로 연동시켰고, 제17대 대선에서 패배한 좌파 진영의 절망감이 가세했다는 평가였다. 1948년 5월 제헌국회가 들어서고 대한민국이 건국 된지 65년이다. 그런데도 ‘법치’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해 보인다. 1년이 넘게 법치를 농락해온 대한문 앞 농성현장 주변 상인들은 “공권력도 사유재산권도 없는 무정부 상태”라고 한탄하고 있다.

이런 유사한 농성장이 4월말 기준 전국에 47곳으로 집계됐다. 정의로 포장한 집단이기 투쟁이 5월에 더 늘어날 것이란 예측은 갑(甲)·을(乙)관계의 불공정 논란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놓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혹 정치 단체들의 선동과 대중의 광기가 결합하면 국민 갈등이 전투 양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들이 4대강사업, 제주해군기지 등으로 이슈를 바꿔가며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한다.

최근 미국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내놓은 한국보고서는 우리경제를 한마디로 ‘멈춰버린 한강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우리 눈앞에서 진행되는 생생한 현실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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