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들 바뀌자 ‘인사태풍’ 날개 달아

여의도 증권가 <사진=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상반기 주주총회서 결판…이목 집중 
금융지주·정부·계열사 간 눈치 싸움

여의도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좌불안석이다. 지속적인 실적부진과 자본시장법 확정으로 인해 증권사를 향한 대규모 인사태풍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 중 브로커리지(주식 중개 위탁) 영업에 의존,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와 거래량 실종 영향을 많이 받은 증권사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취임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의 전면 교체가 단행됨에 따라 이러한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증권사 수장 물갈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교차했다. 일각에선 이미 지난해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 주요증권사들의 사장이 교체됐기 때문에 올해 물갈이 폭은 다소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박근혜정부가 낙하산 인사 근절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각 증권사의 2012 회계연도 성적이 이들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일부는 “아무리 정부가 낙하산 근절을 외치더라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낙하산 인사? 결국은 실적이 좌우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올 상반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CEO는 총 6명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제갈걸 HMC투자증권 사장,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실적만 보면 임기가 만료되는 대표이사 가운데 남삼현 사장이 가장 위태로워 보인다. 남 사장은 2008년 취임이후 한 차례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전년 대비 70.5% 급락한 이트레이드의 작년 영업이익이 2회 연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는 반대로 실적대비 고원종 사장의 연임은 가장 순조로울 전망이다. 동부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08억 원으로 전년보다 846% 증가했다. 이는 영업이익에 포함된 동부생명의 주식 매각대금 603억 원을 제외하더라도 전년보다 218%나 늘어난 수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2007년부터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어 온 유상호 사장도 연임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6% 감소한 2499억 원이지만 경기 불황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이라는 평이다. 또한 이는 수익기준으로 2년 연속 업계 1위 실적이다.

이외에도 HMC투자증권이 현대차그룹으로 편입된 200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제갈길 사장의 연임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갈 사장은 회사 자산 규모를 4000억 원대에서 4조 원대로 확대했고 투자은행(IB) 중심의 영업구조를 마련했다는 점에선 인정을 받았지만 전년 대비 22.1% 감소한 407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 경기 침체를 피하지 못했다.

조강래 IBK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회계연도까지 적자가 지속된 IBK투자증권을 맡아 이번 영업이익 27억 원을 달성,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는 만큼 관심 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4대 금융지주 계열사를 제외한다면 경영실적이 연임 여부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 4대 천왕 교체 영향권은 어디까지…

이처럼 주요증권사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서도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인사 거취가 증권가의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됐다. 기존 금융권 4대 천왕으로 대변됐던 하나·우리·KB·KDB 산은금융지주의 회장들이 일제히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산하 증권사들이 모두 교체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산하 증권사 수장의 남은 임기를 살펴보면 노치용 KB투자증권 사장만 이번 주주총회 시즌이 마지막 임기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과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지난해 취임하거나 연임해 많게는 2년 이상 임기가 남은 상태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노치용 사장의 교체 가능성은 다소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8일, 가장 늦게 연임 포기를 선언한 만큼 KB금융지주 신임 회장이 결정된 후 노 사장의 거취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 정도 새 회장을 내정한다는 계획이다.

노 사장은 2010년 취임 첫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지만 2012회계연도에는 3분기까지 부진한 성적을 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7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39% 감소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 김기범 대우증권 사장,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는 있지만 다소 조심스러운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기범 사장과 황성호 사장은 2015년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에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다는 점에선 인사교체 제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장 모두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이 자리를 임명했던 만큼 차기 회장 인선에 따라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 사장은 산은금융지주가 홍기택 회장 체제로 새 출범한 만큼 금융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중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산은금융지주 관계자는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한 상태다.

마지막으로 임창섭 사장의 임기는 내년 6월까지로 1년 남짓 남았다. 다만 임 사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서 김정태 현 하나금융회장으로 빠르게 회장 교체가 이뤄져 퇴진 압력에서 비교적 벗어나게 됐다는 분위기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증권사 내부적으로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지주 계열의 증권사의 거취는 자체적인 결정에 큰 힘이 존재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주와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4대 천왕 교체의 영향이 있을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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