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욕망의 분출구 호스트바
대한민국 환락가엔 이젠 남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직장에 다니는 남성들이 퇴근 후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유형의 유흥업소를 각자 주머니 사정에 맞춰 드나들 수 있는 것처럼 여성들 또한 젊고 잘 생긴 남성 접대부로 가득한 호스트바를 드나들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물론 대개의 업소들이 자정이 훨씬 지나 영업을 시작하니 초저녁 시간을 어디선가 보내야만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면 말이다.



호스트바 호황세

어느덧 세태가 변했다. 호스트바는 몇년 전만 하더라도 ‘그런 데가 있다더라’는 식으로 입소문으로만 나돌았고, 극소수 업소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드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압구정동, 청담동, 방배동 등 서울 각지와 안동, 부산, 대구, 대전 등 전국 번화가에 호스트촌이 생겨났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실 호스트바는 강남 일대에서 ‘정빠’와 ‘디빠’로 나뉜다. ‘정빠’는 강남 압구정동, 청담동, 신사동, 교대 등에서 성업중이며, ‘디빠’는 방배동 카페 골목에 있는 호빠를 말한다. ‘디제이바’를 줄여 ‘디빠’라고 하는데 여기에 실제로 DJ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빠’와 ‘디빠’는 규모와 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정빠’는 룸살롱으로 치면 텐프로급, ‘디빠’는 그냥 일반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강남의 ‘정빠’는 룸의 수가 20개를 넘고 남성접대부인 속칭 ‘선수’도 100여명 이상 보유하고 있으며 연예인 뺨 칠 정도로 잘 생긴 에이스급도 상당수다.

‘디빠’의 경우 룸은 7개 정도, 선수는 30명쯤으로 ‘정빠’에 비해 절반 가격인 70만원 정도에 두 명의 여성이 이용할 수 있다.

호스트바의 경우, 예전엔 대개 영업정지를 당한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또는 노래방을 인수해서 영업하기 때문에 시설이 조악하다.

그러나 지금은 정식으로 허가를 얻어 호스트바 전용 룸살롱을 별도로 임대해 영업하는 곳이 생겨날 정도로 대중화되어 유한마담이나 유흥업소 종사자가 거의 전부였던 손님층이 이제는 대학생이나 일반 직장여성까지 확대됐다. 한마디로 대중화되었다는 것이 변화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정통 호스트바의 주대는 남성들이 찾는 고급 룸살롱인 텐프로와 비슷한 수준.


연예계 진출하는 경우도

그렇다면 이같은 업소에서 여성들을 접대하는 남성접대부인 ‘선수’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들의 외모는 어떤 수준일까.

호스트바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한 20대 여성의 말에 따르면, 괜찮은 호빠의 수질은 남성의 텐프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지어 호스트바를 즐겨 찾은 한 유명 연예인의 눈에 들어 연예인으로 데뷔한 몇몇 호스트의 이야기가 떠돌아 다닐 정도.

키 크고 잘생긴 남성들이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진 서초동의 한 호스트바의 마담 A씨는 “물론 밤에 일하니 힘이 든다. 때론 젊은 놈이 할 일 없어 처음 보는 여성한테 웃음을 팔고 먹고 사냐는 식의 조소와 멸시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는 일부 남성들이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업소 카페로 자신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문의와 면접을 보고 싶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온다”고 말했다.

또 “텐프로에서 일하는 여성들 전부가 예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에이스라고 불리는 상위 10% 애들은 연예인 맞먹잖아요. 호빠에서도 상위 10%는 연예인급이에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애들은 그냥 그저 그래요. 하지만 못생겼어도 말을 잘 하거나 나름의 테크닉이 있으면 잘 팔리죠.” 라고도 전했다.

하지만 A씨가 말하는 그저 그렇다는 남성들은 평균 신장이 180cm 이상에 외모도 준수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A씨는 “호빠의 초이스는 남성들이 다니는 룸살롱보다는 더 엄격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우리 업소에서는 마담이 선수들을 조 별로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시키는데 한 조는 보통 4명에서 6명 정도고 대략 5조 정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를 모두 소개받은 손님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초이스하면 선수들은 자기를 찍은 손님 옆에 앉아 함께 놀게 된다”며 다른 곳의 경우엔 한번에 20~30명 가운데서 초이스를 하는 곳도 많다”고 A씨는 덧붙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 꼭 맘에 드는 선수를 만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일단 수준 가리지 않고 구색 맞춰 선수들을 확보하기 바빠 일명 ‘쓰레기’라고 불리는 대기 선수들이 많다는 것.

또 자연히 잘 나가는 선수들은 더블로 더 많이 뛸 수밖에 없고, 호스트바에서는 마담의 권한이 절대적으로 세기 때문에 손님 몇 팀만 있으면 바로 마담으로 독립해 직접 손님을 관리한다는 게 A씨의 설명. 즉, 잘생긴 선수가 마담이 된다는 의미다.


호빠 찾는 일반인 증가

호스트바와 연관되는 단어로 ‘공사’란 말이 있다. 공사란 선수들이 여자 손님들을 속여 돈을 뜯어내는 일을 말하는데, A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많은 여성들이 호스트바에서 선수들이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주면 푹 빠져 이것저것 다 퍼주다 나중에 눈물 흘리며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또한 선수의 능력이니 업소에서 일일이 확인을 하거나 통제를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은 ‘공사’치는 선수들을 옹호해주기도 한다. 호스트바에서 직업적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는 한 텐프로 여성은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마담들이나 선수들이 공사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실상 마담들은 절대로 장사로는 돈을 벌 수 없게 시스템이 정착돼 있다“고 풀이했다.

그녀는 또 “룸살롱의 마담들은 자기 관리를 잘하고 운만 따르면 돈을 벌 수 있지만 호빠는 먼저 사인을 하고 나중에 수금하는 특성이 있어 단골 고객의 빚이 수천만원이나 쌓였는데도 수금을 못해 자기가 메워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런 호스트바를 즐겨 찾는 여성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A씨에 따르면, 호스트바를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은 룸살롱 호스티스들이다. 한 텐프로 여성은 접대 생활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로 호스트바를 즐겨 찾는다고 하기도 했다.

“평소 일하던 것과 반대로 누군가에게 대접받는다는 사실이 좋다. 처음에는 그래서 막 제가 손님들에게 당했던 이상으로 못되게 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동료 같은 느낌이 든다.”

이들 중엔 룸에서 손님과 접대부로 만나 서로 눈이 맞아 사귀는 경우들도 많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호스트를 찾는 일반 회사원이나 대학생 등의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언니들’과 ‘일반인’의 비율이 7:3이었다면 요즘은 6:4 정도라는게 청담동의 한 25세 호스트의 말이다.

“같은 직장이나 동호회 혹은 인터넷카페의 여성들끼리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호기심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또 어린 여대생들이 한달에 서너번씩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의 짓궂은 장난에 자존심이 상할 때가 많다.”

그래도 호스트들은 대체적으로 호스티스보다는 일반인이 좋다고 한다.

“룸살롱이나 북창동같이 하드업소에서 일하는 일부 여성들은 술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이고 옷까지 강제로 벗기려 든다. 손님들이 심하게 다루는 만큼 저희들한테 그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 같다. 당연히 일반인이 좋다.“


호스트 애인 서너명 두기도

A씨에 따르면 여성들이 호빠에서 노는 것은 남성들이 룸살롱에서 바라는 것보다는 조금은 유치하고 소박한 편이다.

“방배동 일부업소는 좀 ‘빡세게’ 논다지만 대부분 ‘정빠’의 경우 젊은 남녀 몇몇이 소풍가서 노는 것과 비슷하다. 노래나 3ㆍ6ㆍ9 등의 게임 위주로 진행이 되는데 조금 감정이 무르익어도 손 잡고 노는 정도에서 그친다.”

그러나 퇴폐적인 부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꼭 룸에서 역사가 이루어지지는 않더라도 서로 맘에 들어 사귀게 되면 끝나고 나가서 새벽까지 하는 대형포차에서 뒤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호스트바에 빠져 선수들과 사귀는 사람들 중에 가정을 가진 주부들도 많다. 한 선수는 신혼 1년째의 젊은 여성, 서울의 한 여대생, 20대 직장인 등 한꺼번에 서너명의 손님들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 주로 화이트 칼라의 아내들은 남아도는 시간과 돈을 주체하지 못해 이와 같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 그녀들은 남편
이 출근하고 아이들이 등교하면 선수를 불러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