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참사 ‘결정판’…인사라인 문책론 대두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요즘 여의도에 ‘윤창중 성추문 사태’를 두고 많은 말이 떠돈다. 깜깜이, 철통보안, 밀봉식 인사 스타일의 결과물이라는 분위기가 주다. 이를 두고 국회를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초반 “밀실인선, 철통보안 등으로 ‘독재스타일’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지켜보자”던 여당의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이제는 할 말은 해야 될 때”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인사들조차 ‘윤창중 성추행 사태’가 박 대통령에게 약이 돼 바뀌길 내심 바라고 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윤창중 전 대변인은 7인회 한 멤버가 추천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인선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 동안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판이 쏟아졌는가. 언론을 비롯해 당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됐다. 결국 국회와 언론을 무시해왔던 결과물이다.”‘윤창중 성추문 사태’를 지켜본 한 여권 인사의 평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자초
더구나 박 대통령의 인사 문제를 놓고 각종 설(說)들이 불거졌다. 박 대통령이 직접 했는지, 원로 그룹이 자문을 했는지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누가 추천을 했는지 조차 알 수 없고, 인선 과정 모두가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독재스타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인수위 때 윤 전 대변인의 행동에 대한 각종 불만이 표출됐을 때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그 배후에 ‘7인회 멤버' 이름이 거론됐고 ‘문고리 권력'의 힘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은 박 대통령의 주변인이 모두 언론을 무시하고, 측근들조차 쓴소리를 못하고 있다는 뜻도 품고 있다. 박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혹자는 윤 전 대변인 임명을 강행한 것을 두고 “소통은 끝난 것 아니냐”는 악평을 내놨다. 박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소통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그동안 고집불통과 언론을 기만하는 행동을 보였고, 국민소통과는 멀어졌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독재시대가 개막했다”고 말한다.

더구나 이정현 정무수석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국회는 민심을 대변하는 곳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수석을 임명한 것은 불통을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게 여권 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수석에게 주어진 직책은 당·청의 원만한 관계를 위함이지만 역할은 미미하다는 평이다. 소통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정무수석은 여당과 청와대, 청와대와 야당과의 관계를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 수석이 여의도에서 보여줬던 행동들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에 가깝다. 일례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두고 여야 타협안을 제시하기보다는 해법을 풀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특히 이 수석은 비례대표 초선의원이다. 당에는 5선 이상의 중진들의 많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초선 의원을 정무수석에 임명한 것은 국회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귀띔했다. 여권 내에서 “이 수석을 교체해야 한다”, “특임장관실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말들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 초기 정작 써야 할 사람은 쓰지 않고, 쓰지 말아야 할 사람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측근그룹을 대거 기용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권 초기는 개혁적이고 실험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측근 그룹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민봉 수석 등을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때문에 공무원들이 자기 조직 배불리기에 바쁘다는 인식이 여의도에 팽배해 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국회를 혐오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이 됐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고치지 마라’, ‘나서지 마라’는 식으로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핍박하거나 죄인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이 강하다. 즉, 정치권은 민심을 대변하는 곳인데 민심을 혐오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측근들에게만 의지한다. 참모나 장관 보좌관 자리가 국회 차원에서 천거를 해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래서일까.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 윤창중 사태가 박 대통령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윤창중 성추문 사태’로 무마하는 차원에서 인적쇄신도 중요하지만 국회에 대한 혐오감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지기반을 토대로 국정을 운영해왔고, 측근들을 대거 기용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듯이 박 대통령도 지지기반과 같이 가야 한다는 평이다.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이 ‘점진적 인적쇄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외에도 윤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기에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었다는 말도 나온다. 때문에 측근그룹, 문고리 권력에 대한 견제 뿐 아니라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스타일 바뀔까
특히 정권 초반 재를 뿌리지 않았던 당에서 윤창중 사태로 기점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는 것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한다”며 “윤 전 대변인은 지금 같은 체계적인 인사 시스템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인사가 이뤄졌고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 안타깝지만 오히려 정권 초기에 발생한 것이 장기적 차원에서 봤을 때 잘된 것”이라면서 “경각심을 갖고 새로운 인식을 가지고 공직에 임해야 겠다는 인식을 갖게 된 계기에서,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도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정치부장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앞으로 더 철저하게 노력하고, 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길, 지금 있는 자료도 차곡차곡 쌓으면서 상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에 대해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한 번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제대로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며 “그럴 때 참 저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언론에 귀 기울이며 신중하게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언론이 자신의 결정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싫어했던 박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통해 변화할 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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