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기 전 ‘교체설’ 나돌았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윤창중 성추문 사건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이 1차 성추행 당시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고 2차 성추행 때는 알몸 차림으로 있었다는 게 현재까지 불거진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은 경질됐고 이 사건은 박근혜 정부 인사검증문제로까지 번졌다. [일요서울]은 취재를 통해 윤 전 대변인이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킨 것을 확인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내에서도 문제가 많았다”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상관에게 사전에 주의만 줬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또 이번 방미가 대변인으로서는 마지막 일정이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윤창중 성추행 사태에 대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상황이지만 청와대 내에서 윤 전 대변인의 생활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반응이다.

‘윤창중 성추문 사태’가 벌어진 뒤 청와대에서는 ‘입조심’하는 분위기가 급격히 형성되어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창중’ 세 글자만 나오면 주변을 살핀 뒤 ‘개인적인 견해’라고 선을 긋고 말을 한다. 그 만큼 민감하다는 것.

청와대 ‘윤창중 터질 게 터졌다’
이 과정에서 [일요서울]과 만난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다소 솔직하게 얘기를 털어놨다. “그 시간에 기자들과 함께 하지 않은 것, 이남기 전 홍보수석을 겨냥한 것, 해명하는 과정에서 술 주량 등을 얘기하지 않은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결국 성추문 사건을 이해하려면 윤창중 전 대변인의 청와대 생활을 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청와대 내에서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이 많다. 술을 취하거나 욕설을 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빈번이 일어났던 일이다. 청와대 민정팀, 고위공직작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팀에서도 윤 전 대변인의 술버릇과 행동들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공직에 있는 인사라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 내 실세로 불리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동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그의 이러한 행동을 알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쉬쉬’했다는 후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사전에 미리 방지 할 수 있었지만 이를 키우고 말았다는 것이다. 사실상 통제불능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청와대의 내부 기강해이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렇다면 윤 전 대변인의 청와대 내 생활은 어떠했을까. [일요서울]은 청와대 인사들 뿐 아니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통해 윤 전 대변인의 청와대 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청와대 민정팀 한 관계자로부터 들은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을 청와대 출입하는 인사들에게도 쉽게 들을 수 있었던 것.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과 있었던 비화를 털어놨다.

“미국 방문 전 윤 전 대변인을 포함해 3명이서 서울 종로에서 한 술집에서 만났다. 술을 먹기 전에는 서로 예의를 차렸다. 그러나 3명이서 한 병 정도 술을 마시니 윤 전 대변인이 돌변했다. 예의를 차리기 보다는 막말을 하거나 아랫사람 다루듯이 ‘훈계’를 했다. 윤 전 대변인이 술 취한 상태로 화장실을 가자, 혹시 사고가 날 것을 대비해 화장실을 따라 갔더니 다리까지 떨더라.”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술자리 직후 윤 전 대변인은 홍보직원이 모였던 자리를 방문해서도 훈계는 물론 막말까지 했다. 윤 전 대변인의 이러한 청와대 생활이 논란이 됐고, 일부에서는 ‘아무리 대변인이라도 저럴 수 있느냐’는 말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에서 논란이 됐던 행동들이 미국에서도 일부 재현됐다는 반응이다. 실제 여성인턴이 오전 6시 윤 전 대변인으로부터 욕설 섞인 전화를 받고 호텔 방에 불려 갔다는 진술을 했다. 또 피해 여성 아버지는 “어디 엉덩이를 툭 친 것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하고 그러겠느냐”며 “1차 성추행보다 2차 성추행 때문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내보다 '터치'에 훨씬 개방적인 미국문화에 익숙해져 있던 여성인턴이 울고 있었다는 점을 봤을 때 성범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불거진다. 청와대에서도 이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윤 전 대변인이 “지난 7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10시까지 여성 인턴직원과 술자리를 가진 후 곧장 숙소로 돌아왔으며, 다음날 오전 6시쯤 일어났다”는 주장과 달리 8일 0시 30분에서 새벽 2시 사이 페어팩스 호텔 내 상황실에 있던 관계자들과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또 새벽 4시 30분에서 5시 사이 만취한 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 기자들에게도 발견됐다. 따라서 국내에서 줄기차게 제기됐던 문제가 됐던 술버릇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발화점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일정이 마지막’청와대 뒤덮어
그런데 미국 출국 전 불거진 윤 전 대변인의 ‘교체설’과 관련한 이런 저런 소문들이 나돌았다.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불만이 청와대 내에서 불거지면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공직자로서 불적절한 행동이 임기 초부터 계속 문제가 왔다는 게 교체설의 주된 골자다. ‘이번 방미 일정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말이 청와대를 뒤덮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공직자로서 ‘막말’을 하는 것과 청와대 내에서도 각종 실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 방미 이후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각 언론사 정보보고로 들어왔을 뿐 아니라 청와대에 이와 같은 기류가 있었다”고 전했다.청와대 내에 윤 전 대변인에 대한 각종 말들이 너무나 많아 더 이상 이를 간과할 수 없었던 탓에 교체확정이란 말이 나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윤 전 대변인은 미국 현지에서 한 차례 브리핑을 한 것 외에 거의 따로 움직였다. 게다가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사의 경과를 지켜봤어야 할 윤 전 대변인이 박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만찬 행사 중간에 빠져나갔다. ‘교체설’이 불거졌기 때문에 대변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워싱턴DC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성추행 사실을 신고한 여성 인턴은 이날 오후 9시30분∼10시 백악관 인근의 한 호텔에서 윤 전 대변인이 자신의 ‘엉덩이를 움켜잡았다’고 진술했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호텔 바에 있었던 것이다. 윤 전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 기념 만찬에 참석했다 오후 9시10분쯤 나왔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한 인사는 “미국 순방은 정말 힘들다. 시간이 나면 기자들에게 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말한 워딩의 의미나 이런 것들을 대변인이 해석해주고 설명해주는 역할인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윤 전 대변인의 거취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윤 전 대변인이 대변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도 어쩌면 사퇴설이 기정사실화됐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이어 “기자들이 그를 찾지 않은 것도 교체설이 한몫했고, 고약한 술 버릇 때문에 그를 멀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뿐만 아니다. 윤 전 대변인이 방미 수행 중에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실제 윤 전 대변인은 방미 수행 중 자신의 숙소(방)가 박 대통령이 묵는 호텔이 아닌 기자들이 묵는 호텔에 배정된 것에 대해 직속상관인 이남기 수석에게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또 미국 순방 중 수석비서관급 대통령 수행원들에게만 지원되는 '캐딜락'급 의전 차량이 대변인에게는 지원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윤창중-이남기 갈등 ‘화 불렀다’
이 외에도 윤 전 대변인은 급히 귀국한 데 대해 “잘못이 없는데 왜 돌아가야 하느냐”라고 말했으나 이남기 홍보수석이 “한 시 반 비행기를 예약했으니 핸드캐리 짐을 찾아서 내가 머물고 있는 윌러드 호텔에서 가방을 받아서 나가라”면서 귀국을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를 둘러싼 의혹도 상당하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전 대변인이 이 수석의 말을 들을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해, 윤 전 대변인의 주장처럼 미국에 남아 수사를 받겠다는 말을 했다면 충분히 남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청와대 한 관계자도 “정무적으로만 봐도 답은 나와 있다. 미국에 남아 수사를 받는 것이 ‘최선책’이었다”라면서도 “윤 전 대변인이 평소 이 수석의 말을 듣지 않는 걸 잘 아는 상황에서 이 수석을 걸고 넘어졌다는 윤 전 대변인의 2차 성추행 과정에서 더 큰 문제가 일어났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 전 대변인을 전혀 장악하지 못했고, 윤 전 대변인도 이 수석을 사실상 상급자로 대우하지 않았다“며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이 수석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다”고 말한다. 또한 “조직 장악력이 약했던 이 수석은 이를 그냥 내버려뒀다”는 반응이다. 결국 두 사람의 앙금이 여기까지 불똥이 튀어 진실게임으로 번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편, [일요서울]은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윤 전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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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파문’VS‘윤창중 사건’ 5년 전 상황 오버랩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 기간 발생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 정국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5년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방미 직후 조성된 정국 상황과 오버랩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모두 취임 후 비슷한 시기에 가장 먼저 미국을 방문해 정상외교 일정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15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초청 받아 회담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을 카트에 태운 채 직접 운전하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그는 미 정부와 의회에 한미 FTA 비준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고, 방미 기간 중 한·미 소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박 대통령은 백악관 정성회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통역도 없이 단 둘이 10분간 오벌 오피스 근처를 산책하며 한·미 동맹 60주년에 걸맞는 우호 관계를 과시했다. 상·하원 합동 연설 과정에서도 40차례 박수를 받았고, ‘코리아 세일즈’에서도 성과를 내는 등 성공적인 첫 해외순방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두 대통령 모두 첫 방미 직후 국정 운영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는 점과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는 것이 닮아있다.

이 전 대통령은 귀국 직후 방영된 MBC PD수첩 광우병 우려 보도를 계기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전국에 들불처럼 번지면서 정국 위기를 맞았다. 성난 촛불민심이 재협상 요구에서 정권 퇴진 요구로까지 이어지자 청와대 참모진은 취임 103일 만인 6월 6일, 내각은 107일 만인 6월 10일 총 사퇴를 선언하고야 말았다. 정권 초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것. 이 전 대통령 역시 사태 수습을 위해 그해 5월 22일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 역시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발목 잡혀 방미 성과가 빛이 바래졌다는 점에서 5년 전과 닮아있다. 국민의 시선은 박 대통령의 방미 성과 대신 윤 전 대변인의 사건에만 쏠려있는 모양새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 3월 30일 김행 대변인이 새 정부 장·차관 후보자 잇단 낙마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지난 10일 이남기 홍보수석의 심야 사과에 이어 지난 12일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 회견을 하게 됐다.

또 박 대통령은 이번 사태로 취임 77일 만인 지난 13일 공식 사과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방미 일정 말미에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로 동포 여학생과 부모님이 받았을 충격과 동포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된 것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정치권은 주변의 숱한 반대에도 윤창중씨를 기용했다가 결국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히 유사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 인사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산 소고기 파동으로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면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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