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막녀’·‘H대 붕가 사건’ 파문
최근 미모의 아나운서와 그의 남자친구가 찍은 사진이 해킹되어 인터넷에 유포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큰 정신적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에 대한 또 한번의 경각심을 일으켰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에서는 또 다른 사생활 침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면면에서는 약간씩 성격은 다르지만, 사생활이 담긴 사진이 유포됐다는 점에서는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일명 ‘인막녀 사건’과 ‘H대 붕가 사건’이 그것.
특히 이 사건들은 때로는 변심한 애인에 대한 복수심에서, 또는 의미 없는 허황된 공명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다소 의아해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이 사진들을 본 일부 네티즌들은 논쟁과 설전을 거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건의 내막을 취재했다.


‘인막녀 사건’을 요약하자면 변심한 여성 애인의 사진과 이름, 전화번호 등을 공개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인막녀’일까.

네티즌들은 여성의 사는 곳이 인천이라는 것과 이제 그녀의 인생이 ‘막장’에 다다랐다고 표현, ‘인막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요약하자면 ‘인천에 사는 인생 막장된 여자’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인터넷 유포로 ‘사생활 테러’
인터넷을 통해 번져가고 있는 인막녀 사건을 재구성하자면, 애초 인천의 남녀 고등학생들은 서로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덧 애인의 관계로 발전하게 됐다.

그 사이에 그들은 가슴 사진이나 치마가 올라간 사진 등 여러 가지 사진을 찍게 되었다. 그 당시로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니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랑이 식게 되고 남학생이었던 오군은 여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남학생은 그간 찍어두었던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옛 여자 친구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하게 됐다.

게다가 그녀가 새롭게 사귄 남자친구는 바로 오군의 절친한 친구였던 터라, 이에 더욱 흥분을 하게 된 오군은 집요하게 곳곳의 사이트에 사진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요한’ 네티즌들은 이러한 사진들을 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진의 출처를 추적하던 네티즌들은 결국 해당 여학생의 모 사이트 미니홈피를 알게 됐고, 이에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 사실을 안 남학생은 곧 미니홈피를 탈퇴했고 그녀 역시 즉시 미니홈피를 폐쇄했다. 하지만 이미 사진은 전 포털사이트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그 남학생은 인터넷에 사진을 유포하기 전에 여학생의 집으로 찾아가 ‘이 여자는 걸레’라고 락카로 칠해놓고 전화번호도 함께 적어놓았다는 후문도 있다.

하지만 이 인터넷 사진 유포 사건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은 또 다른 추측을 하고 있다.

즉, 해당 남학생이 절묘하게 이중 아이디를 쓰면서 ‘자작극’을 벌였다는 것. 애초 남학생 오군은 ‘후럴’과 ‘개장수’라는 두 가지 아이디를 썼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주장이다. 일단 ‘개장수’를 사용한 오군이 변심한 애인의 행태에 대한 폭로와 함께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뿌렸다는 것. 그 후 절묘한 타이밍으로 ‘후럴’이라는 이름을 쓴 또 다른 네티즌이 그녀의 사진을 유포시켰다는 것이다.

결국 ‘오군=후럴=개장수’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그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고 한다. 그 후 지인들로부터 이러한 내막을 전해들은 여학생은 자신의 사진이 유포된 사이트에 들러 글을 남긴 후 결국 미니홈피를 폐쇄했다. 하지만 그녀는 폐쇄 직전 미니홈피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싫다고 그 지랄을 했는데도 사진 찍어서 지우는 척하고 남겨뒀던 게 이럴 때 쓰려고 그랬구나. 치밀하다. 놀랄 정도로 치밀하다. 그래도 사랑했을 때는 행복했는데, 그 행복 뒤에 이런 계산이 숨어 있었네.’

사생활을 침해당한 한 여성의 복잡한 내면을 읽게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네티즌들은 오군의 이야기만을 믿고 그녀의 올바르지 못한 행태를 비난했으나, 그 후에는 사태가 진정되고 그녀에 대한 동정론이 더욱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이 사건은 모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에 등장했으며, 지금은 상당수의 네티즌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 ‘유명 사건’이 되었다.


애인에게 ‘덤터기’ 씌워
이 사건에 대해 한 네티즌은 “고등학생이든 성인이든 남녀가 사귀고 헤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한번 변심했다고 해서 전애인의 인생을 한 순간에 망쳐놓은 그 남학생을 정상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H대 붕가 사건’은 H대학교에 다니던 한 남학생이 자신과 성관계를 맺고 잠자는 여학생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오히려 그 남학생의 신경을 건드렸다. ‘진짜 같이 잔 여자냐’, ‘어디서 퍼온 사진으로 자랑하는 거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왜 누나 방에 들어가서 누나 사진을 찍어서 올리냐’, ‘누나한테 그러고 싶냐? XX야’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남학생은 흥분을 하기 시작했고 자신과 함께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학생증을 공개하고 아이피 주소까지 공개하면서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사건의 얼개 자체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그 남학생과 함께 성관계를 맺은 여학생이다. 그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의 얼굴이 인터넷에 공개되는 ‘봉변’을 당했던 것.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에 대한 동정론을 제기하면서 H대 남학생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사건을 접한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한 네티즌의 이야기다.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연인끼리 성관계를 맺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이야기도 아닌데, 그런 걸 자랑했고 그것의 결백까지 주장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성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자랑할 것이 뭐가 있나. 요즘 네티즌들은 점점 남을 비난하고, 쓸데없이 자랑하고 싶은 욕구가 너무도 큰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잘못된 욕구로 인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을 볼 때 현재 인터넷을 통한 사생활 침해는 상당히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나운서 P양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유명인이냐 아니냐의 차원을 떠나서 누구나가 이러한 사생활 침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던 그 누구라도 일순간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대목에서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인터넷 사이트의 사진 갤러리 등에는 일반인들은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놀라운 사진들이 유포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물론이고 UCC까지 이러한 경향에 가세를 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인터넷 세상이 더욱 편리해지고 자유로워질수록 이를 잘 지켜가려는 네티즌들의 노력과 사생활 침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아쉬운 때라고 할 수 있다.


#“당신 사생활은 안녕하십니까”
늘 대중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들은 항상 사생활 침해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어디까지가 사생활 침해고 어디까지가 아니라는 기준도 애매한 상태다.

연예인들의 사생활 침해에 경종을 울린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2005년 초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놨던 ‘연예계 X파일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모 조사기관에서 작성한 이 문서에는 100여명에 이르는 국내 연예인들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실려 많은 연예인들에게 심적 고통을 안겨줬다. 2003년에는 유진, 서인영 등 일부 연예인들의 친선모임 사진이 e메일 해킹을 통해 유포돼 경찰 조사까지 이뤄지는 일이 있었다. 또 스타들이 친목을 위해 비밀리에 결성한 사이버카페 ‘산채비빔밥’도 누군가의 해킹으로 인해 정보가 유출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관심은 이제 연예인들에만 국한되지 않는 분위기다. 연예인과 관련된 사람은 물론 일반인들도 각종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사생활 침해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예인 및 일반인 사생활 침해에 대해 하나 같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흥미를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이 같은 사생활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연예인과 피해 당사자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마약복용 혐의를 받던 한 연예인은 ‘포승줄에 수갑을 차고 죄수복을 입은 모습이 인터넷에 게재됐다’며 사진을 유포한 공무원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지난해 말 한 미술전문 누드모델은 ‘계약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누드동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했다’는 이유로 국내 언론사 A사를 상대로 5,000만원의 초상권 침해 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P2P, 디카, 폰카, 몰카 등 문명의 이기(利器)들이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목을 죄는 형국이다. 누구나 사생활 침해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생활 침해가 범죄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막연한 호기심으로 이 같은 행위를 벌이는 일은 즉각 중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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