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국내 대표적 일간 진보신문 전면에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을 찾아라’는 제하의 기사가 주먹만한 활자로 실렸다. 전 씨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의 시효가 2013년 10월로 불과 몇 달 남지 않은 시점임을 상기해서 검찰 의지를 촉구하는 내용에다 비자금을 찾는 ‘4가지 핵심 고리’를 취재 보도 했다.
검찰이 전 씨 재산 일부라도 찾아 추징하면 시효는 다시 3년이 연장되고 또 3년 안에 숨겨놓은 일부를 찾아내면 시효가 새로 3년으로 돌아가게 돼있는 현행법이다. 만약 이대로 몇 달 시한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전두환 씨가 드러내놓고 재산을 밝히고 돈을 물 쓰듯 하고 다녀도 어떻게 법으로 추징할 방법이 없어진다. 그러면 전 씨가 국민과 재판부를 비웃고 조롱하듯 29만 원 재산이 전부라고 통장을 흔들어댄 안하무인적 태도에 모두 굴복당한 꼴이 되고 만다.
전 씨 자녀들은 현재 호화 주택과 건물, 수십만평의 땅을 소유하고 엄청난 재력가로 활동하고 있다. 탤런트 박상아 씨와 재혼한 둘째아들이 서울 이태원에 30억 원 이상의 고급빌라를 구입해 살고 있고 세 아들 모두가 서민이 상상 못하는 재력을 과시하고 있다. 전두환 씨가 집권 과정에서 기업인들을 협박해서 거둬들인 천문학적 금액이 그 일가에게 유입되지 않았으면 그들 자녀들이 이런 떵떵거리는 재산가 행세는 모르긴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그가 김영삼 정권에서 단죄당할 때 불법자금에 대한 항목은 내란죄와 내란목적 살인죄에 가려서 국민관심이 덜한 측면이 있었다. 노태우 씨와 함께 처형을 겨우 면하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하는 수준에서 부족한데로 5공 청산의 국민합의가 됐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죄는 무겁지만 대통령 직책이 갖는 존엄적 가치가 파괴된데 대해 우려하는 면 또한 없지 않았다.
그런데 국민감정이 새로 격앙되기 시작한 것은 범죄자로서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당한 자에게 30억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로 경호를 하는 사실이 알려지고 부터다. 국민들 심기가 더욱 불편해진 것은 전 씨가 자숙해서 조용히 은거해도 모자라는 판에 호화 골프를 치고 무시로 해외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언론에 비춰져서 29만 원 밖에 재산이 없다는 그의 파렴치함이 온천지에 드러난 뒤였다.
웃지 못 할  얘기로 전투경찰 요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가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할 연희동 전두환 씨 자택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아주 걸작이다. 명절이 되면 전 씨가 건네주는 돈 봉투의 단위가 다른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열배가 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거들먹거리기 좋아하는 그가 서울 서대문세무서가 징수한 지방세 3000여만 원을 3년째 체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수수께끼 같은 전 씨 가족의 씀씀이를, 그러면서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으려고 하는 양아치 같은 전직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서도 국가가 속수무책이면 그 국민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 국회가 미납 추징금 징수방법을 가족들에게 숨긴 불법재산에서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추징금을 납부치 않을 경우 노역장에 강제 유치토록 하는 2개 법안을 발의해 놓고도 미미적거리는 까닭을 모를 일이다.
전 씨 미납금 시효가 다 지나도록 그를 비호할 뜻이 아닐진대 국회가 이토록 국민감정을 거스르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싶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일반인의 소액 추징금 같으면 벌써 29만 원이라도 추징해서 시효를 3년 연장하고 남았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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