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회생 위한 매각 이어져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웅진그룹의 알짜배기 계열사인 웅진케미칼이 최근 잠잠하던 인수합병(M&A) 시장의 핫딜(Hot deal)로 떠올랐다. 웅진의 오너인 윤석금 회장은 평사원에서 시작해 재벌그룹 총수가 된 인물로 샐러리맨의 신화라 불릴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는 웅진 계열사들을 팔아 그룹 회생에 주력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미 최대 주력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가 넘어갔고 웅진식품도 매각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웅진케미칼에 쏠린 시선을 짚어봤다.

섬유보다 필터?LG화학 등 주요 후보군 속내 달라
화학에 식품까지웅진 식구들로 들썩이는 M&A 시장

현재 웅진케미칼은 폴리에스테르 섬유뿐 아니라 필터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섬유 부문은 원면, 원사, 직물 등이며 나머지 15%에 달하는 비섬유 부문은 필터, 산업소재 등이다. 특히 필터는 수처리용인 마이크로 필터와 역삼투 멤브레인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섬유는 국내생산능력 3위 규모다.

M&A 시장에서는 웅진케미칼의 화학섬유 부문과 필터 부문 모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매각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 등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웅진케미칼의 자산가치를 2500억 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채권단과 웅진 측은 웅진케미칼의 일괄매각이 어려울 경우, 섬유와 필터 등 부문별 분리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웨이에 이은 두 번째 매물

무엇보다도 웅진케미칼 매각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업 자체의 성장동력 외에도 웅진그룹의 기업회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웅진은 웅진코웨이에 이어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을 계열사 매각의 핵심 키워드로 두고 추진 중이다.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를 포함한 그룹의 회생은 웅진케미칼이 연내 매각돼야만 순조롭게 진행된다.

앞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는 이미 지난 1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MBK파트너스로 넘어갔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웅진케미칼에 이어 웅진식품도 인수후보를 선정 중이다. 웅진케미칼의 경우에는 주요 인수후보군이 LG화학, GS건설, 휴비스, TK케미칼, 도레이첨단소재 5곳으로 압축된 상태다.

먼저 LG화학은 다른 인수후보에 비해 독보적인 규모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지난 14일 웅진케미칼 인수 추진설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LG화학을 가장 가능성 있는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수처리 기술 확보로 인기

특히 LG화학이 관심을 보이는 쪽은 필터 부문으로 LG그룹이 수처리를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것과 상통한다. 앞서 LG그룹은 사돈인 GS그룹과 맺은 신사협정이 깨지는 것이냐는 우려를 자아내면서도 2011LG전자를 앞세워 수처리 전문기업인 대우엔텍을 인수한 바 있다.

박재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LG그룹이 전자를 중심으로 수처리 사업을 키우고 있다면서 수처리 사업의 핵심은 필터 기술력으로 LG화학이 인수에 참여하면 웅진케미칼의 섬유 부문보다 필터 부문에 더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LG화학은 웅진케미칼과 사업영역이 직접적으로 겹치지는 않지만 LG그룹내 대표 소재업체라면서 웅진케미칼을 인수한다면 그룹 차원에서 수처리 사업 관련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이유로 GS건설도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GS건설은 대우엔텍을 놓고 LG전자와 경합을 벌였으며, 지난해 6월에는 스페인의 글로벌 수처리 전문기업인 이니마를 인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LGGS가 수처리 사업을 두고 계속해서 대결구도를 형성하면 그나마 이름만 남은 신사협정도 완전히 증발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도레이첨단소재 역시 필터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섬유 부문에서는 휴비스, TK케미칼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그룹 변경도 모자라 분리 우려도

각 후보기업들의 관심사가 다른 만큼 웅진케미칼의 분리매각이 이뤄질 수 있을지도 주목받고 있다. 분리매각이 성사되려면 웅진케미칼의 사업부와 공장을 분할해야 하지만 매각기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쉽지 않다. 게다가 섬유가 필터의 원료이기 때문에 같은 공장에서 전 공정이 이뤄지는 형태를 띠고 있어 물리적으로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업계에서는 웅진케미칼이 저력 있는 회사임에도 분리가 거론되거나 소속이 자꾸 바뀌는 데 대한 안타까움마저 보이고 있다. 원래 웅진케미칼의 모태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였던 제일합섬이다. 이후 삼성에서 새한그룹이 분리되면서 새한으로 변경됐으나 웅진그룹으로 인수되면서 웅진케미칼로 이름을 갈아야만 했다. 다시금 매물로 나온 웅진케미칼의 사명이 언제 또 변경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음료시장의 강자인 웅진식품 매각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웅진식품의 매각주간사인 삼성증권은 이미 잠재 인수후보군을 대상으로 투자유인서인 티저레터를 발송했다. 역시 알짜배기 계열사인 만큼 롯데칠성, LG생활건강, 신세계, 빙그레, 농심 등 10여개 유통기업과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웅진폴리실리콘과 웅진에너지가 매각 리스트에 오른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웅진케미칼의 인수후보들이 저마다 선호하는 부문이 갈리고 당장 분리매각이 쉽지 않은 만큼 일단은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 웅진의 알짜배기 계열사들이 M&A 시장에 차례로 나오는 가운데 과연 어느 계열사를 끝으로 그룹이 살아날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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