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고동석 기자] 미국에 본부를 둔 중화권 언론인 둔 둬웨이(多維)는 30일 최근 방북한 북한 특사 최룡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밝힌 "6자회담을 포함한 여러 형식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와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한·미·중 3개국과 함께 '4자회담'이라는 협상 구도를 수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매체는 "북한의 최 특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을 희망한다'고 했지만 꼭 '6자회담'이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이같이 보도했다.

매체는 또 "최근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강조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3대 원칙'에는 한반도 비핵화, 이 지역의 평화·안정 유지, 협상·대화 해결법 등이 포함됐지만 6자회담 형식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6자회담은 대화를 통한 해결법이라는 상징일 뿐, 강제성을 띤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4자회담의 배경으로 남·북·미·중 4개국이 외교적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과 달리 동북아 주변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일본이 '장애 요인'으로 부각되고, 러시아는 사실상 불필요한 존재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이유로 일본과 러시아를 제외한 새로운 구도의 한반도 주변 협의체로 4자회담을 북한 김정은이 수용할 가능성이 있고 분위기도 성숙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 역시 5월초 미국을 방문하고 일본을 방문하는 역대 정권의 전통적인 외교 관례를 깨고 중국을 방문하기로 결정한 것은 더 이상 일본이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 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도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는 게 이 매체의 시각이다.

이런 점들을 들어 매체는 "6자회담이 4자회담의 차기 버전이라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한·미·일 3개국은 일본과 러시아에 비해 훨씬 큰 긴박감 및 압박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일본과 러시아를 세력 균형을 위해 강제로 가담시킬 필요가 없고, 또한 그렇게 해야만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또 여기에다 최근 일본이 한.미.일 공동 대응 자세를 취해옸던 대북 압박 자세에서 탈피해 독단적으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북한에 특사를 파견한 것에 대해 '편협'했다고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매체는 "일본과 러시아가 빠진 4자회담은 역사적인 문제와 영유권 분쟁으로 지연되거나 파기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리아 사태나 미사일 방어체제 등 다른 현안으로 의견 분쟁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며 김 제1 위원장이 미·중과 대화를 시작한다는 전제 하에 4자회담은 6자회담을 대체할 만한 대화 구도"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또 "회담 참여국이 많으면 많을수록 실질적인 공동 인식을 도출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가 증명했고, 한·미·일의 요구에 따라 4자회담 구도에 부응하는 것은 김정은의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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