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수석, 홍보수석 이정현 겸임설…‘왕수석’되나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이정현 전 정무수석이 ‘윤창중 성추문 사태’로 물러난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자리를 맡았다. 윤창중 대변인 시절 그동안 ‘바지 수석’이라는 평을 받았던 이 전 수석이지만 이 전 정무 수석이 오면서 명실상부한 실세가 홍보수석에 오른 셈이다. 홍보 수석 자리가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자리로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이 전 수석의 기용은 대통령의 의중이 다분히 묻어나는 인사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이 홍보수석에 대한 신뢰는 지난 6월3일 동국대 특강중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날은 이 전 수석이 홍보수석으로 발령 난 날이였지만 한 달 전부터 예정된 특강을 이 전 수석을 취소하지 않고 강행했다. 오후 7시에 시작될 특강에 맞춰 이 전 수석은 동국대 본관에 6시에 도착했고 강의 내용은 박근혜 정부와 리더십에 대한 내용이었다.

많은 수강생들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몇 몇 이 홍보수석과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인사를 나누려고 했지만 이 전 수석을 볼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박 대통령과 통화중’이라는 수행 비서의 말 때문이었다. 이는 강의중에서도 발생했다. 한잠 강의를 하고 있는 이 홍보수석의 핸드폰 벨이 울렸기 때문.

통상 강의중에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놓는 게 관례지만 이 수석은 전화를 받으며 “다른 번호는 진동으로 했지만 대통령 전화는 벨로 해 놓았다”며 양해를 구했다. 10여분간의 대통령과 통화가 끝난 이 수석은 다시 돌아와 강의를 이어갔다.

대통령 전화는 벨로, 다른 번호는 진동으로
실제로 친박 인사들은 “박 대통령이 수시로 이 수석에게 전화를 건다”고 증언할 정도로 이 수석의 파워를 인정했다. 한편 이 수석이 떠난 정무 수석 자리가 누가 갈지가 정치권내 화제가 됐다. 정무수석 자리가 여야 당정청 관계를 아우르는 자리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사안일 수밖에 없다.

또한 정치권 동향 보고서를 비롯해 국정원, 경찰, 공무원 동향 보고서, 여론조사, 시민사회 동향에 해외 동향까지 각종 일급 보고서를 받아보고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와 통화를 해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청와대 요직중의 하나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3선 김학송, 이인기 전 의원과 재선 이성헌 전 의원이 이름이 나왔다. 내부 승진을 할 경우 김선동 정무 비서관이 승진설도 그럴듯하게 퍼졌다. 정무 수석 인사와 맞물려 최경환 원내대표까지 가세해 정무 기능을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6월4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무장관 부활을 제안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야 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저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며 하나하나 상의해서 국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원내대표는 “여야 간의 노력과 함께 청와대와 정치권의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며 “정치를 회복하고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정무장관제의 부활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표실에서는 사전 청와대와 조율 없이 원내대표로서 제안을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언지하에 최 원내대표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민망하게 만들었다. 제안한 바로 다음날 이정현 홍보수석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와 논의된 얘기는 아니다”며 “현재로선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청와대와 정부도 모두 엄청 축소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시도도 하지 않고 벌써부터 작은 정부를 바꿀 수 없지 않느냐”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무장관제 부활이나 정무특보 신설은 일일 헤프닝으로 끝났고 최 원내대표만 망신만 당한 셈이 됐다. 박근혜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과거 원내 사령탑이 공식석상에서 제안을 할 때에는 최소한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실에 얘기를 하고 했다”며 “최 원내대표가 자기정치를 하는 것은 좋지만 사전 조율을 안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해프닝으로 인해 그동안 당청간 정무 역할이 부재했다는 점을 다시한번 인식시킨 셈이 됐다.

덧붙여 이 인사는 “오히려 청와대 내부 분위기는 대통령의 귀 역할을 하는 정무수석 자리와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홍보수석 자리를 여차하면 이정현 수석이 겸임할 수 있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며 “만약 그럴 경우에는 이 수석은 박근혜 정권에서 진정한 왕수석이 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역대 정권에서 홍보수석과 정무수석 자리가 정치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요직중의 요직으로 꼽히고 인사도 무게감이 있는 측근들이 기용됐다. DJ 정권 당시에는 박지원 의원, 이강래 전 의원이 홍보수석을 맡았고 박 의원의 경우 비서실장으로 등극했다. 참여정부 역시 이병완 홍보수석이 비서실장까지 올랐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이동관 대변인이 홍보수석으로 승진해 여론의 동향을 보고하며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했다.

이수석 ‘정무장관 부활’ 제안 거절한 배경이…
이런 정무와 홍보 두 요직을 이 수석이 겸임할 경우에 역대 정권 참모중 가장 막강한 파워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도 나왔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역대 정권 어디에서도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겸임한 사례는 없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의 입과 귀를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측근정치, 밀실정치로 흐를 위험성이 높다”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반면 친박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정무수석 자리가 국내외 각종 동향 보고서를 받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선별된 정보를 가지고 홍부수석이 대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점에서 업무상 연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박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지만 이 수석에 대한 신뢰를 보면 전혀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고 겸임 가능성을 점쳤다.

최 원내대표가 제안한 ‘정무장관 부활’을 이 수석이 일언지하에 거절한 배경 역시 겸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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