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유명 브랜드숍 소비자들 헷갈려

점포 밀집 심화 탓에 경쟁 불가피
독과점 우려…정부 강력 규제 필요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이하 아모레)’에 소속된 유명 브랜드숍들이 매달 정기 세일과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화장품 업계 1위 탈환에 성공했지만 그 속엔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공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아모레의 전체 매출이 증가하고 매장 수의 확대 속도가 빨라졌다지만 가맹점들이 같은 영업 구역 내에 위치해 있어 선의의 경쟁이 아닌 서로 물고 무는 충돌이 잦았다는 것이다. 그 내막을 알아본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한 지붕 多가족 형태로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에스쁘아 등의 유명 브랜드숍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숍들을 ‘관계사’라고 표현하며 각각 다른 법인명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5월까지를 기준으로 아리따움·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의 가맹점 수가 각각 30개, 320개, 215개씩 증가했다. 현재 이들의 총 가맹점 수는 각각 1280개, 754개, 535개다.

가장 큰 폭으로 매장 수를 늘린 이니스프리는 아모레 화장품 브랜드 가운데서도 1분기 매출 증가율을 가장 높게 기록했다.

또한 올해의 가맹점비(한 점포당 1000만 원)를 따져봤을 때 아리따움 1억6000만 원, 이니스프리 11억 원, 에뛰드하우스 6억2000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맹점들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다.

아모레가 기존 가맹점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매장 수를 늘리고, 같은 기간에 브랜드 할인까지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맹점 관계자는 “회사 이익이야 늘어나겠지만 우리는 매출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같이 할인 행사에 들어가더라도 바로 옆에 위치한 브랜드가 더 싸면 손님들은 거기로 가버리더라”고 말했다.

▲ 명동 거리에 밀집돼 있는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숍. 서로 마주보는 것은 물론 200m 남짓 거리에 같은 브랜드 가게가 또 들어서 있다.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 아모레 브랜드숍들이 한 장소에 밀집돼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홍익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합정역, 양재역, 강남역 부근 등이 그 예다.

서울 뿐 아니라 경기도 평택시, 충남 천안시 등에서도 근거리 내에 아모레 브랜드숍들이 들어서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두 도시 모두 시내 거리에 위치한 아모레 브랜드숍 매장과 백화점 내에도 들어가 있는 매장 사이의 거리는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되는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평택시에 거주하는 소비자 A씨(23·여)는 “가끔 곳곳에 매장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이렇게 가까이에서 장사하면 망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 현상으로 보일만큼 굳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여러 개가 있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또 같이 밀집돼 있더라도 강남, 신촌, 명동, 영등포 등의 중심 상권의 경우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어 본사가 공급하는 샘플, 증정품, 적립제도 등에서도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영점 매장 관계자는 “주변에 같은 브랜드들이 더 들어왔다고 해서 가맹점들이 말하는 일들을 경험하고 있진 않다”며 “오히려 우리 매장은 매출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현재까지 매장의 위치에 대해서 특별히 접수된 불만은 없다”며 “각 관계사(아모레 소속의 브랜드들)마다 타깃으로 하는 주 고객층과 연령층을 비롯해 가진 색깔이 서로 다 다르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을 부추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가 저가 화장품을 판매하는 로드샵이란 공통된 색깔을 보이고 있어 아모레 측의 입장 설명은 석연치 않게 들린다.

같은 기간 동안 펼쳐지는 ‘브랜드 할인’ 행사는 밀집된 점포 위치로 인해 발생하는 ‘2차 피해’ 유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매달 진행되는 세일 행사도 경쟁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숍들은 특정 기간을 할인의 날로 지정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리따움은 지난 5월 14~16일, 이니스프리는 같은 달 13 ~15일에 세일 행사를 진행하며 같은 브랜드들이 동일한 시기에 세일을 진행한 최초 사례를 만들었다. 또 에뛰드하우스와 에스쁘아 역시 마찬가지로 지난달 30일부터 같은 날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이니스프리는 지난달 할인 행사에서 최대 50%까지 할인율을 지정해 아리따움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세일을 한 셈이 됐다.

이니스프리의 주 타깃 고객층인 20대 소비자 B씨는 “브랜드명만 다르지 다 같은 한 회사 소속인 걸 안 후로는 비슷한 성능의 화장품이면 더 저렴한 곳에서 사게 된다”며 “저가 화장품이라고 하더라도 ‘싸구려’ 이미지도 없고, 용기도 고급스러워 굳이 더 비싼 곳에서 사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관계로는 형제, 거주지로는 이웃사촌에 해당하는 이들끼리 피 튀기는 판촉 경쟁까지 벌이게 돼 가맹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져 가는 것이다.

한편 화장품 업계에서는 아모레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만큼 시장을 독과점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게 만드는 경쟁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이는 행보와 반대로 ‘9년째 같은 가격, 처음부터 정직한 가격으로 365일 NO SALE’이란 문구로 마케팅 전략을 펼친 타사의 모습도 존재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화장품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아직까지 강력한 규제나 제제를 가할 수 있는 ‘모범 거래’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는 지난해 모범거래기준안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제기됐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행 사항은 나타나고 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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