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미국의 매킨지는 지난 4월 ‘2차 한국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오늘의 한국경제를 ‘더워지는 가마솥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개구리 같다’고 했다. 불이 지펴진 가마솥의 개구리는 따뜻해지니 기분 좋게 느끼지만 끝내 물이 끓어 죽게 된다는 경고다.

한국 경제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외교전문 매체인 ‘포린 폴리시’는 4월17일 매킨지 전문가들의 글을 게제하면서 한국이 당면한 “진짜 위기는 북핵 보다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경제가 가마솥 개구리 꼴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협력하기 보다는 서로 물고 뜯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두고는 여야가 충돌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경기활성화 선택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대기업측은 경제민주화를 기업 옥죄기 수단으로 불신한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 때 내건 경제민주화 공약에 발목이 잡혀 신성장 동력과 경기회복 추진을 집중적으로 몰고가지 못한다.

경기회복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의욕을 북돋아 주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4월 15일 말한 것 처럼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 “10%만 투자해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기업들은 정부와 야당이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기업환경을 어렵게 몰아간다며 투자를 꺼린다.
물론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갑을(甲乙)’ 불공정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옳다. 대기업들의 탈법도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성장동력을 떨어트리게 된다면 경제민주화는 후순위로 밀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가 지나치면 기업투자를 위축시킨다”고 말 하면서도 “경제민주화 공약은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 공언, 헷갈리게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6월 18일 경제민주화가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면서도 “경제민주화와 경기회복은 양립해야 한다”며 양쪽에 다리를 걸쳤다.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격이다. 대통령과 부총리의 양 다리 걸치기 발언은 기업들의 불안감을 씻어낼 수 없고 그들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어렵다. 한국의 ‘진짜 위기는 북핵보다 경제성장이 멈춰버린 것’임을 직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5월 초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쏟아져 나와 갈수록 기업경영이 힘들어진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 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수 밖에 없지 않느냐”로 입을 모았다. CEO들의 불만 토로가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엄살일 수는 있다. 그러면서도 오늘 날 한국의 어려운 경제실태를 볼 때,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강행은 기업의 국외탈출(엑소더스)을 가중시켜 신성장 동력은 커녕 구성장 동력 마저 꺼버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권은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업 살리기 우선 정책으로 엑소더스 했던 많은 기업들을 다시 미국으로 유턴(U turn: 되돌아오기)케 하고 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법인세 감면 추구, 연구개발 투자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제조업 집중 육성, 자국 산업보호 위한 대외통상 압력 강화, 유턴 기업 지원 등이 그것들이다. 지난 3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는 새로 50만개가 늘어났고 수출은 46% 증가했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기업 살리기 성공을 타산지석(他山支石)으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 공약에 묶일게 아니라 오바마 처럼 경제 활성화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쳐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살리기를 우선 순위로 하고 경제민주화는 후순위로 물리는 용단을 내려야한다. 거기에 기업도 살고 국민도 살며 대통령도 사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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