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물 파손·짐 분실 피해보상은 미적미적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여름철 여행 성수기를 앞두고 항공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매년 급증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해외여행자 수는 ‘불황’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만큼 사상 최대인 1373만700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자 피해가 연평균 68%가량씩 증가해왔다. 그런데 항공사 측의 실수로 일어난 캐리어 분실·파손 등에 대한 피해 구제 등은 여전히 부분적으로 이뤄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황 없는 항공업계…서비스 불만 급증
저가·외국계항공사 피해 비중 가장 높아

사례1. 어학연수를 떠난 A씨는 최종 목적지인 캐나다에 도착하기 전 환승했던 공항 측의 실수로 자신의 수하물이 분실됐던 기억을 떠올리며 “어이가 없었다”고 표현했다. 다행히 필수적으로 필요한 짐들이 담긴 짐은 아니었기에 당장의 불편함은 크지 않았지만, 수하물을 찾는데 까지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A씨는 “비싼 요금을 지불해가며 맡긴 짐인데 어디로 갔는지 계속 확인해야하고 또 그 과정에서 사용된 전화비, 소요 시간을 생각하면 다시 생각해도 황당하다”고 말했다.

사례2.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난 B씨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날 즐거웠던 기분을 모두 망쳤다. 수하물을 찾고 보니 캐리어 외관 일부분과 안에 든 내용물이 깨져 있었으며 분실물까지 생겼기 때문. B씨는 “나중에서야 공항 내부에 항의할 수 있는 사무실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사무실을 찾기가 어려워 포기했었다”며 “손상된 캐리어 상태를 보며 ‘집어던지지 않는 이상 깨지기 어려운데 얼마나 험하게 다뤘으면…’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항공사 직원의 발권 실수로 엉뚱한 장소에 도착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여행객 사이에선 출반 전 체크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주목되고 있다. 이처럼 피해 승객이 구매한 티켓을 판매한 해당 회사가 대형 항공사에 발권을 맡기는 조업의 형태로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체를 찾는 것 역시 힘들다. 또 유럽여행을 떠남과 동시에 수하물이 분실돼 여행기간 내내 같은 옷 밖에 입지 못했지만 여행이 끝날 때 쯤 되찾은 가방 외에는 보상받은 것이 없다는 사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의 피해 구제 서비스가 여전히 부분적으로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 또 다른 사례인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서비스 관련 피해가 2010년 141건, 2011년 254건, 2012년 396건으로 전년대비 31.5%, 1.6%, 8.2%씩 꾸준히 증가했다.

피해 유형은 항공권 구매 취소 거절·과다 위약금 청구가 149건(37.6%)로 가장 많았고 운송 불이행·지연이 146건(36.9%), 정보제공 미흡에 따른 미탑승이 45건으로 11.4%, 위탁 수하물 분실·파손이 21건으로 5.3%를 차지했다.

특히 위탁 수하물 분실·파손을 입은 경우 노트북, 카메라 등의 고가 전자제품 혹은 현금, 귀금속류 등은 항공사에 따라 보상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또 국가별로 반입 금지 물품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수하물의 분실·파손의 원인이 외주업체를 통해 용역 직원들에게 맡겨지기 때문으로 보기도 한다. 항공사 직원들의 스티커 분류 작업이 끝난 뒤 비행기에 옮겨 싣는 것은 외주로 맡겨진 용역 업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분실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분실신고를 통해 위치 파악, 수하물 재배송이 이뤄진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객의 캐리어 안의 물건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용역업체들을 의심하게 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해외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한 사이트에서는 “분실됐던 캐리어를 돌려받았지만 캐리어 안쪽 지퍼가 반 쯤 열려있었고, 여행 중 구매했던 물건들이 사라져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기재돼있다.

최근까지 항공업계에 종사했던 C씨는 “수하물 분리 작업을 처음 봤을 때 ‘가방 멀리 던지기 대회’를 보는 줄 알았다”며 “수하물이 분실되는 경우는 잘못 분류되거나 환승을 하는 외국 항공사의 실수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업무 강도에 비해 보수가 적은 용역업체 직원들이 고가의 가방을 표적으로 삼고 내부에 든 물건들을 빼돌리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는 “수하물을 분실하고 되찾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배상 책임을 용역 업체들에게 떠맡기지 않고 우리 항공사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하물이 분실되거나 파손됐을 경우 국내 공항 내에 불만을 접수할 수 있는 신고센터가 마련돼 있다. 급히 서두르다 분실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용역 업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대형 항공사가 수하물 취급 방법을 ‘무게제’에서 ‘개수제’로 변환한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소비자 D씨는 “행선지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일본이든 그보다 먼 미국이든 제한된 개수로 수하물의 무게를 맞춰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무료로 실을 수 있는 수하물이 1개가 된 후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지만 수하물 분실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켜 준 것도 아니라 불만이 많다”면서 “거리 비례에 따라 수하물 규정도 세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사실 확인 근거자료 확보 필수

항공사별로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저가 항공사 86건(59.7%), 외국계 항공사 176건(55.0%)으로 국내 항공사와 대형 항공사가 각각 58건(40.3%), 144건(45.0%)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외국계 항공사는 국내에 지사 또는 영업소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어 피해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국외 항공사로부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내 지사나 판매점을 이용해야 하고 만일 없을 경우 피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수하물 앞뒤 모습의 사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며 “반드시 분실 시 수하물 사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가방이나 가방 속 물건이 훼손됐다면 수하물 수령 후 7일 이내에, 수하물 분실이나 지연 시에는 21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들은 사전에 신고 되지 않은 수하물과 신고한 수하물의 경우로 나눠서 손상, 분실의 책임 한도액 규정을 다르게 정하고 있다. 또한 파손의 경우 수하물 접수 7일 이내에 해야 한다. 수선을 맡길 경우는 영수증을 첨부해야 하고, 신품을 구입하면 수하물의 원구입 가격에 감가상각비를 적용한 금액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 만일 도난을 맞은 경우, 도난 물품의 중량에 의한 최고 배상한도액과 승객 청구액 중 낮은 금액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항공사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항공권 구입 시(특히 온라인 구입), 사전에 계약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외국계 항공사 이용 중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진촬영 등 피해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확보하고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권유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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