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100조원 시대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국 광역 및 기초 244개 지방자치 단체의 직접 부채, 산하 공기업 부채, 민자사업 부채 등을 총 합한 부채액이 126조원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단체마다의 ‘도토리 키 재기’로 파악된 빚의 많고 적고를 따질 겨를 없이 지방부채는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지방 정부의 부채규모가 중앙부처 발표보다 몇 배로 큰 것은 지방 공기업 부채와 민자사업 부담 등 숨은 빚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단체 명의로 빌린 직접적 채무만 부채로 계산하고, 결국 지자체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방공기업 부채나 민자사업과 관련된 빚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감춰진 빚이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셈이다.
이 공기업 부실문제는 비단 지방공기업만의 사정이 아니다. 국가 전반적 차원에서 중앙과 지방공기업의 방만경영 및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평가체계를 확립치 않으면 정말 큰일 나게 생겼다. 공기업 사장 및 임원 임명 과정에서 검증 장치 없이 선거공신들의 논공행상 몫으로 이루어진 낙하산 인사가 오늘의 부실을 키웠다고 보면 정확한 판단일 것이다. 지방 공기업은 단체장의 선거조직화 돼있다는 지적이 난무한다.
지자체장들의 선심성이나 과시용 사업으로 인한 악성 지방 부채가 나라경제를 급박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혈세를 낭비한 지자체장이나 공기업 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방도는 없다. 새누리당과 안전행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을 연내 마련해서 지방공기업의 경영부실을 중앙 차원에서 관리 감독키로 한 것이 고작이다.
지방자치제 취지로 보면 중앙의 간섭을 반길 일은 아니지만, 지방공기업의 부실 만연과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그야말로 신설놀음에 도끼자루가 다 썩어 나갈 판이다. 다만 그 통제가 엄정해서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실효 없이 지방자치의 본뜻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경영을 핑계로 중앙정부 관료 출신들이 자리를 노릴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못한다.
미국, 일본처럼 지자체 파산제라도 도입해 자치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터다. 생존경쟁에 노출돼 있는 민간은 사업을 결정할 때 철저한 검토를 하고 경비를 줄이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지자체나 공기업이 민간의 사업 방식을 적용했으면 절대로 상황이 오늘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자체 자립도 순위가 전국 244개 가운데 236등으로 거의 꼴찌에 가까운 경상북도 청송군이 그림 딱 한 점을 걸기위해 25억원을 들여 전용전시관을 짓고 표구하는 데만 8000만원을 들였다고 한다. 산간벽지의 미술관에 그림 한 점 보자고 얼마만큼의 관광객이 찾아들지 모르겠으나, 공무원들이 자기 돈이라면 이렇게까지 했을 리 없다. 그것도 입장료를 받지 않기로 해 자체 수입원이 아주 없는 마당에 말이다.
지자체 모양이 이러니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할 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에 우리 유권자들 살펴 볼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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