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의 영향력은 온라인상에만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까지 확대되었다. 특히, 정치적 입김은 매우 거세졌다. 네티즌들은 노대통령의 탄핵반대 집회를 이끌기도 했고, 4·15총선에서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네티즌들의 여론을 읽을 수 있는 각종 정치 패러디물이 눈길을 끈다. 국회의원, 장관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물의를 빚은 행동이 사진과 포스터들을 통해 냉소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네티즌들은 의사 표현을 글로만 나타내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디 열풍의 진원지는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 com). 디시인사이드는 시의성 있는 패러디물로 패러디계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본 재미있는 패러디의 출처를 추적해 보면 대부분 디시인사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소위 ‘디시폐인’ 이라 불리는 회원들은 적절한 시기에 관심을 끄는 이슈에 대한 패러디를 내놓으며 열띤 공방을 벌인다. 디시인사이드가 주로 정치 패러디로 주목을 받는다면 웃긴대학(www.humoruniv.com, 일명 웃대)은 포복절도할 유머로 인기를 끈다. 인터넷 순위 평가에서 유머 분야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이트다. 지난 98년 남을 행복하게 해주기란 취지로 개설돼 6년만에 회원수 32만명의 국내 최대 유머 사이트로 성장했다. 최근엔 스포츠 신문 유머란에 ‘웃대출신’ 유머가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하고, 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을 묶은 유머 모음집이 책으로도 출간되기도 했다.

그러나 유머사이트라고 해서 가벼운 유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웃긴대학에서 시작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킨 사건은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왕따 동영상 파문. 웃대 게시판에 올라온 한 중학생의 왕따 동영상이 여기저기 유포되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오프라인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대되었고 급기야 학교 교장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교장의 죽음에 웃대가 책임을 져야 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런 관심과 주목에 대해 이정민 사장은 “유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졌기에 웃긴대학이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 라며 “단순한 유머사이트에 머무르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뉴미디어로 발전할 것” 이라 자신했다.

이 때문인지 웃긴대학은 철저한 악플(악질적인 답글)관리로 유명하다. 악플을 신고하면 확인 후 어김없이 아이디를 삭제한다. 한글을 파괴하는 외계어도 금지사항. 누드사진이나 포르노 동영상을 올리면 강퇴. 이것저것 따지는 점들이 다른 사이트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들 사이트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롭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과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익명성은 상대방의 의견과 인격을 가차없이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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