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정국이 민생현안과 관계없는 일, 국민이 크게 관심두지 않는 일로 연일 시끄러워 폭염 속 생업 종사자들을 한없이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 새정권 시작한지가 아직 짧아 보이지만 5년 임기를 놓고 보면 벌써 십분지 일의 정권 수행기간을 대책 없이 까먹고 있는 셈이다. 이 시기면 강력한 집권 리더십이 작용돼 정국이 안정을 찾고 국민이 새 희망을 걸 수 있도록 모든 국가기관 시스템이 잡음 없게 작동해야 옳다.
야당 일각에서 가당찮은 ‘대선무효’ 언급이 나오고, 통합야권의 대통령 후보였던 사람이 깨끗한 선거 승복으로 언론의 ‘아름다운 패배’ 갈채 받은 활자의 먹물도 마르기 전에 “지난 대선이 대단히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태클을 걸고 있다. 선거 막바지에 박근혜 캠프가 미쳐 상황을 알아볼 겨를도 없이 초법적 수단으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터뜨려 마치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와 한패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바람에 보수가 더 강하게 뭉쳐서 선거가 불공정해졌다는 억지라면 또 몰라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불공정 선거로 따지면 할 말은 민주당보다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더 많아 보인다. 우선 천하가 다 아는 데로 당시 안철수 교수와의 후보단일화 담합 과정이 그러했고, 지지율 1%도 안됐던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담합 공세로 2:1의 TV난상토론을 감당해야 했던 박근혜를 안타까워한 유권자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다. 그뿐인가, 온갖 마타도어를 동원해 해괴스러운 ‘박근혜의 아들’까지 만들어 냈던 선거판이었다.
이런 것들은 불공정 했다기보다 억울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 할 것이다. 야권표를 갉지 않도록 중도 사퇴를 공언하면서 박근혜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사람이 국고보조금 27억 3500만원을 ‘먹튀’해도 한마디 비난을 못했던 문재인의 사정을 모를 사람이 없다. 그랬다면 지금 민주당 국회의원 입에서 대선 무효가 언급되기에 이르러서는, 이를 펄쩍 뛰고 말려도 모자랄 입장이다. 그런데 문의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불공정 대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때도 안 맞고 사리에도 어긋나는 이런 말들을 왜 해야 하며 뭘 얻고자 하는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이러려고 문 의원이 대선에 나서면서 국회의원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오해가 생긴다. 한 국가의 야권 통합 대선후보였던 사람의 덕목이 이러면 먼저 소속 정당이 불행한 일이다. 자칫 이 글이 보수의 편향적 시각으로 매도될 수 있지만, 맹세코 난 보수 꼴통의 경지가 아니다. 너무 나라꼴이 한심해서 뱉어내는 이편도, 저편도 아닌 그저 그런 사람의 속마음 일단으로 봐줬으면 한다.
오히려 지금쯤 문 의원이 거물답고 어른스럽게 민생문제에 올인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문재인을 얕봤던 사람들조차 마음이 숙연해 졌을 것이다. 작년 12월 19일 대선 당일 날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국정원 여직원 사건 영향으로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았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1%도 되지 않았다.
또 우리 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여당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표심을 잘 바꾸지 않는 콘크리트 표심임을 야당이 가장 믿고 있는 터다. 지난주 초 북한이 대남 선전매체인 ‘구국전선’을 통해 “지금은 대선 무효화 투쟁을 벌일 때”라고 말한 후의 나라사정이 어쩌면 이렇게 맞아 떨어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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