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지원, 공익성 여부 따져야"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안은혜 기자]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시민단체는 국가의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권익을 위해 정치 문제에 참여한다. 지난 2000년 제정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으로 인해 그동안 정권은 편향적으로 정부 보조금을 시민단체에 지급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시민단체는 진보와 보수로 성향이 나뉘는데, 최근 들어 보수단체의 활동과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지 5개월이 넘어서는 요즘 국정원 국정조사,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귀태발언’ 등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진보 단체들의 연이은 촛불시위 및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그 현장에는 언제나 보수단체들의 맞불 시위가 어김없이 진행된다. 정부의 보조금 운영 실태 및 그들의 진화, 그 끝은 어디인지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안행부, 비영리 민간단체에 150억 원 지원
보조금 받으려 별도 법인 만드는 편법도‘횡횡’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는 지난 4월 5일 비영리 민간단체 약 300 곳에 약 15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2000년 제정된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에 의해 정부로부터 공익사업비 명목의 보조금을 한 해 최소 3천만 원에서 최대 1억 원(2012년 기준)을 지원하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시민단체의 자발적 활동을 보장하고 건전한 민간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시민단체의 공익 활동 증진과 민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

지원 유형은 취약계층의 복지와 자원봉사 기부나눔 확산, 국가안보재난안전과 사회통합, 건강한 사회와 선진 시민의식 함양, 녹색성장과 자원절약, 글로벌 협력 및 네트워크 구축 등 5개로 구분된다.

안행부는 국회의장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추천한 공익사업선정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원 단체를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행부가 올해 발표한 지원 단체 명단은 엄격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정권 창출을 목표로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단체들이 지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은 정권 마음대로 지원되어 왔다. 노무현 정권 때는 진보단체에 더 많은 지원이 있었고, 이명박 정권 때는 보수단체 지원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진보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안행부 민간협력과 담당 사무관은 지난 1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집행되는 보조금은 지원 단체의 (보수/진보)성향에 따라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응모하는 사업의 공익성 여부에 따라 선정되는 것이다. 때문에 보수단체나 좌파단체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여야 의원 포함 15명의 선정위원의 공정한 심사를 통해 매년 초 응모하는 지원 단체의 사업의 독창성 등 요건을 충족시키는 비영리 단체를 선정하는 것”이라며 일부 성향의 단체에만 편향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답했다.

국민생활안보협회, 선진화시민행동 등 보수단체의 진화

지난 정권에서 새로 만들어진 보수 단체는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낸 이상원 대표의 ‘전국자전거길잇기국민연합’과 ‘한국미래포럼’ 등도 국가안보 및 사회통합과 건강사회 및 성숙한 시민사회 조성 등의 명목으로 5000만 원, 8500만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반면 진보단체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뿐 이었다. 2009년에는 광우병 촛불 시위에 참여한 진보단체가 대거 탈락했다.

경찰이 2008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속한 1800여개 단체를 ‘불법 폭력 시위 단체’로 규정했기 때문. 한번 불법 폭력 시위 단체로 규정되면 3년간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박근혜 정권에도 이 같은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사실상 공익사업으로 분류되는 관행이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

진보단체에서는 이번 정부도 진보단체로의 지원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의 가장 큰 존재의 이유는 감시와 견제다.

공정한 지원을 통해 시민단체 고유의 정부 비판과 견제기능을 살리고 관변단체(정부ㆍ기관의 필요에 의해 정부기관으로부터 직ㆍ간접으로 지원받는 공익성을 띤 단체)만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제2조 3호에 따르면 비영리 민간단체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ㆍ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주된 목적으로 설립ㆍ운영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선정된 일부 단체들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표적인 단체가 ‘국민생활안보협회(상임대표 장광일)’다. ‘국민생활안보협회’는 ‘대국민 안보의식 고양 및 저변 확산’이라는 사업으로 7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국민생활안보협회’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던 뉴라이트안보연합이 2010년 1월 이름을 바꾼 단체로 ‘하나회’ 출신 정정택 전 육군 소장이 친북 좌파정권 종식을 주장하며 만들었다.

정 전 소장은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국민생활안보협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박근혜 후보 지지 선언대회를 개최한바 있다.

또한 보수단체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서경석 목사)’은 ‘선진화 시민아카데미-통일 안보교육 및 캠페인 개최’ 사업으로 37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김진홍 목사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선진화시민행동’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박근혜 후보를 초청한바 있다.

탈북자단체인 ‘숭의동지회’와 ‘NK지식인연대’도 지난해 11월 박근혜 후보 지지연대 결성에 참여했다. ‘숭의동지회’는 ‘통일안보 문화 체험탐방 및 사회통합 실현’ 사업으로 3300만 원을, ‘NK지식인연대’는 ‘월간 북한실상 정보포럼 개최를 통한 국가안보 증진 및 사회통합’ 사업으로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정부는 대표적 관변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의 단위 조직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했다.

자유총연맹은 1954년 아시아민족 반공연맹으로 출발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선진한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보수적 이념운동단체로 전국 150여만 명 회원이 있다.

정부는 개별법에 의해 국고보조금 방식으로 지원받고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회,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등 3개 관변단체에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사업 대상에서 제외했다.

올해 사업공고문에서도 ‘타 법률에서 국고보조사업을 직접 지원받는 3개 단체는 지원신청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돼 있다.

자유총연맹은 2010년 10억 원, 2011년부터 매년 13억 원씩 국고보조를 받고 있다. 하지만 자유총연맹 청년회 조직인 ‘지구촌재난구조단’은 2012년부터, 여성회 조직인 ‘어머니포순이봉사단’은 2010년부터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금을 받고 있다.

올해 ‘어머니포순이봉사단’은 9500만 원, ‘지구촌재단구조단’은 7500만 원을 받았다. 이들 단체가 별도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서류상 자유총연맹과 별도의 법인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지구촌재난구조단과 어머니포순이봉사단은 국회에 제출한 한국자유총연맹 업무현황 보고 자료에 자유총연맹의 단위조직으로 돼 있다”며 “연간 13억 원씩 국고보조금을 받는 자유총연맹 조직이 별도법인을 만들어 비영리단체 지원 사업에 신청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밝힌바 있다.

어버이연합, 재향경우회 등의 맞불 집회 늘어

최근 진보단체 시위에 맞불 집회를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로는 어버이연합(회장 심인섭),  대한민국재향경우회(대표 구재태), 대한민국지킴이 등이 있다.

어버이연합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국민에게 전파하고 사랑을 나누는 밝은 사회로 만들어 가자는 기치로 2006년 5월 8일 출범했다. 정회원이 1700명으로 대부분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이며 여성회원도 500명이 넘는다.

서울종묘 공원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컵라면과 김밥, 도시락 등을 제공하고, 2007년부터 서울지역 복지시설에 사랑의 쌀 나누기 행사와 5월에는 서울지역 봉사단체와 병의원 등의 협찬으로 봉사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 폐지시위를 벌인 어버이연합은 3년 전 한차례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이후 단체명을 ‘희망나눔회’로 바꿔 서울시에 등록했다.

그러나 명칭과 성격을 사회봉사 쪽에 맞춰 지원을 받으려고 했으나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희망나눔회’ 명칭은 유명무실해져 어버이연합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지난 6월 2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국정원 사건 관련 표창원 전 교수, 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강연회와 촛불집회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어버이연합을 포함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서울 동아일보사 앞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6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NLL 바로 알리기 문화제를 열었고, 12일에는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어버이연합을 비롯한 6개의 보수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이 집결해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귀태 발언’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홍익표 의원 인형 화형식을 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는 전직경찰관의 친목과 복리증진을 위해 1963년 11월 21일 내무부의 창립인가를 받은 단체로 1983년 12월 사회공익법인체로 등록했다.

주요 사업은 치안협력, 범죄 신고정신의 고취 및 계도, 사회복지 및 봉사활동, 회원 상부상조 및 협동정신 함양, 국제재향경우간의 교류 등이다. 회원은 정회원과 명예회원으로 나뉘며 정회원은 퇴직 경찰공무원, 명예회원은 현직 경찰공무원이다. 회원 수는 150여만 명이다.

재향경우회 역시 지난 13일 국가인원위원회 앞에서 ‘국정원 무력화를 규탄하는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재향경우회 기획홍보국 담당자는 지난 1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NLL 대화록 공개로 위기에 처한 종북세력들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에 책임을 떠넘기려고 국정조사, 국정원 개혁, 국정원 해체를 선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정부로부터)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며 “회원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지원을 받는 보수단체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것은 모른다”고 답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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