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신뢰도 차원 vs 조직충성도 검증 안돼 의문

▲ <뉴시스>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경찰청에서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경찰 간부로 특별 채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일선 경찰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실무 경험 없이 이론만 아는 그들이 경찰 간부로 들어와 적응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부터 승진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경찰청은 이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며 구체적으로 확정 된 것은 전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현직 경찰들과 경찰 간부시험 준비생 등의 염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순경출신과 경찰간부 시험 출신, 경찰대 출신에 로스쿨 출신까지 합세해 파벌이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은 해당 특채에 대해 현직 경찰의 우려, 특채의 장단점 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50명 경위 직급 채용… 구체적 확정 된 것 없어
장단점 있어 일선 경찰관의 불만 등 고려 필요

경찰은 지난 2011년부터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특별채용에 대해 논의해왔다. 거센 반대에 부딪히던 로스쿨 특채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올해 초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경찰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50명을 경위 직급으로 채용하고 3년 뒤 별도의 승진 심사를 통해 다음 계급인 경감으로 승진하는 채용안을 고려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당시 경찰은 경위로 채용하면 우수 인재 영입이 어렵고, 경감으로 채용하면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어서 절충안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특채는 법률 전문가를 채용해 수사 신뢰도와 전문성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사회 핵심인재가 되기 전 우수인재를 먼저 확보하기 위함이다.

실무 경험 부족
우려의 목소리 높아

그러나 로스쿨의 실력 검증이 되지 않았으며 우수 인력은 대형 로펌으로 빠져나가고 하위권 인력만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현직 경찰 A씨는 “특채가 시작되면 경위, 경감으로의 승진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가뜩이나 경찰은 중간에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로스쿨까지 합세한다면 기존에 있는 순경 출신들이 소외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B씨는 “솔직히 로스쿨은 사회에서 그렇게 인정해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사시특채나 경찰대 졸업생, 간부시험 통과자는 실력이 검증됐지만 로스쿨 졸업했다고 경찰 간부로 오는 것은 어느 정도의 능력이 있을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능력 있는 사람들은 대형 로펌을 가지 경찰로 오겠느냐”며 “능력도 의심되는 사람들이 들어와 앞길을 막는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순경 출신만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감 진급이 힘들어 경위로 은퇴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국에 로스쿨 출신이라고 들어와서 3년 만에 경감을 달면 좋아할 수가 없다는 것이 경찰들의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경찰대 출신들 역시 특별채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대 출신 모 경감은 “경감 승진 자리는 한정적”이라며 “그런데 로스쿨 출신이 들어와 경감으로 승진하면 경찰대 출신들의 자리가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로스쿨 채용을 바라보는 시험 준비생들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3년째 경찰간부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7)씨는 “변호사 자격증 있는 사람들이 특채로 들어온다고 해도 조직충성도가 얼마나 높을지 의문”이라며 “경력 쌓아서 로펌으로 가거나 개업을 하면 그만 아니냐. 이 제도가 유지된다면 힘들게 경찰대 들어가느니 차라리 국립대 장학금 받고 들어간 후 로스쿨 졸업하는게 나을 것이다. 경위로 들어오면 경감 자동승진에 변호사 자격증까지 주니 훨씬 이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최모(29)씨는 “순경출신, 경찰간부시험 통과자, 경찰대 졸업생 모두 경위가 되면 각 출신에 배정된 경감 TO내에서 경쟁을 통해 소수만이 경감으로 진급한다”며 “로스쿨 특채의 경우 그런 경쟁 없이 자동진급을 하게 되면 같은 경위라고 볼 수 없으며 로스쿨 경위라는 계급이 생겨 또 다른 파벌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해당 특채는 현재 논의 중인 사안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위 채용 후 3년 뒤 경감 승진은 검토하던 안중에 하나 일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다시 원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해진 사안이 없기 때문에 반대 의견에 대해 설명하고 대응할 수 없다”라며 “로스쿨 검증 문제와 하위권 인재가 온다는 우려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논의 과정에서는 현장 직원들도 참여해 의견을 이야기 있다. 추후 경찰은 자세한 채용 계획이 정해진다면 현직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는 “경찰 특채는 일선 경찰관들의 승진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항상 내부에서 부정적이다”라며 “로스쿨 출신 변호사 채용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 전 교수는 “경찰 업무는 법률 지식만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 경험과 경찰업무상황에 따른 특수성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한데, 실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변호사 자격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간부직으로 채용하게 된다면 일선 경찰관들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업무의 적응성, 조직 내의 화합 등이 저해된다는 의견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그는 “반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부분에 있어서는 같은 순경 출신의 동질감을 가진 경찰관이 아니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사람이 있음으로서 시민들의 대표성이 보완될 수 있다. 특히 변호사는 인권의식이 높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 특채를 통해 경찰 인권 의식과 준법 수준 향상에 대한 기대감도 향상된다”고 말했다.

표 전 교수는 “두 가지 장단점이 모두 고려되고 현재 경찰의 인력 수급 상황이 어떤지, 어떤 부분에 채용이 필요한지, 경위 직급의 승진 통로부분에 있어서 일선 경찰의 불만을 자아낼 문제가 있는지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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