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노무현 추종세력이 뱉어내는 막말과 지난 대통령 선거 부정 발언이 너무 훼참해서 차마 귀를 열고 듣기가 민망했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어떻게 하든지 간에 노무현의 NLL발언 파장을 덮으면서 흩어진 지지 세력을 끌어 모아야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함이 묻어있다. 계속 발언수위를 높이고 조절하는 양태가 흡사 게릴라전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공격이 먹혀들지 않자 둘러갈 것 없이 아예 본격적인 선거 무효 투쟁으로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다시 결속시키려는 심산으로 차있다. 2대1, 3대1의 불공정 선거판에 대한 논란으로 두 번 죽기 싫었던 문재인 후보의 즉각적인 선거 패배 승복은 결국 얼마안가 벗어던질 가면극에 지나지 않았다. 어쩌다가 한국 정치가 이 모양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이러지 말고 정말 그들이 야당답게 새 정부의 방향을 문제 삼고, 실책을 공격하면서 국민을 바라보면 편견 없이 지지하고 찬동할 일이 많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방중 정상 외교의 성과를 폄하하고 시비할 제도권 세력은 없었다. 또 남북관계를 주도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국정 철학을 비난할 바도 못된다. 다만 지나친 원칙주의가 융통성을 해치지나 않을까 하는 일말의 염려가 잔존할 뿐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참모진이나 정부부처 쪽을 쳐다보면 상황은 아주 달라진다. 관료사회에 ‘칸막이 제거’와 ‘협업’을 주문했던 대통령 뜻이 빛을 내지 못하고 주요 정책이 부처이기주의에 밀당(밀고 당기는) 당하는 일이 예전 정권보다 더해 보인다.

정부부처 간의 갈등 때문에 죽어나는 건 관련 기업들이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됐다. 민감한 사항에서 부처 간 이해 문제에 관한 사전 조율 없이 덜컥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가 타 부처의 심한 반대에 부딪쳐 정책이 용두사미가 돼 버리는 일도 일어났다.

그럼 국회 여당 쪽은 또 어떠한가, 감사원의 3차 4대강 감사결과 발표에 대한 논란 하나에도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나 정부 입장과는 상반되는 목소리를 냈다. 경제민주화에 관해서는 대통령이 과잉입법을 우려해서 제동을 걸 정도로 대책 없는 목소리만 높다. 국회의 협조가 없으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할 만큼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 간 힘의 균형이 완성된 시대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주목 되는 바를 국회의원들만 모르고 있는 듯하다.

작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정부, 여당 간 당정 협조 채널만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의 입법화가 거의 불가능 해졌다. 때문에 당 결속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운신 못하는 식물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박근혜정부의 가장 큰 불행일 수 있다. 국회가 정부의 시녀로 전락했던 시절에 비하면 가히 꽃놀이패 국회 집단이다.

이런 시대에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을 모아놓고 아무리 발을 굴러대도 다잡는데는 한계가 있다. 축구 경기도 스타 주장선수의 단독 드리블로 얻는 골 득점은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은 있지만 아슬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우리는 축구경기를 지켜볼 때 주전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아 ‘팀워크’로 이끈 승리를 더 값지게 평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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