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박스권 형성 그 이후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글로벌 경제 흐름 속 미국과 신흥국으로 나뉜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내 증시 디커플링에 대한 주목도가 더해가고 있다. 특히 코스피는 유독 대외의존도가 높고 리스크 노출에 취약한 것으로 분류돼 왔으나 최근 탈동조화를 거듭하면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의문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코스피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짚어보고 그 속에서도 약진하는 업종들을 조명해봤다.

 

언제부터인가 미국과 따로 노는 국내 증시…왜
대외 의존도 높고 각종 리스크 취약해 ‘나홀로’?

디커플링이란 한 국가의 경제가 인접한 타국이나 세계경제의 기류와 달리 독자적인 흐름을 보이는 탈동조화 현상을 가리킨다. 이 현상은 크게는 국가경제 전체에서부터 작게는 주가나 금리 등 국가경제를 구성하는 일부 요소에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국내 증시의 경우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다우지수가 오르면 다음 날 코스피도 오르는 식이었으나 최근에 와서는 탈동조화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1689.37포인트를 기록한 다음날 국내 증시는 전날보다 0.22% 하락한 1871.41포인트로 장을 마쳐 오름세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근래 코스피의 부진에는 대규모로 쏟아진 외국인 및 프로그램 매도가 배경으로 자리한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주식뿐 아니라 이머징마켓 전체의 주식을 털어내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연기금을 주축으로 한 기관이 대량으로 물량을 받아내며 그나마 약보합세를 지켰다.

코스피는 앞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일명 ‘버냉키 쇼크’ 이후 큰 폭의 하강과 그에 못 미친 상승으로 ‘V’자 장세를 그린 바 있다. 이후에는 양적완화 축소 시점 판단이 아직 이르다고 한발 물러서며 한결 해소된 상태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와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우려로 박스권에서 계속 등락하는 형국이다.

“탈동조화 지속되나 회복은 가능할 것”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증시의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고 외국인이 순매도세를 이어감에 따라 당분간 디커플링이 지속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지연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증시 디커플링 현상은 기업이익 부진, 내수 저성장, 비우호적인 환율과 수급 요인 등 복합적인 악재가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기업실적 모멘텀 부재, 외국인 수급 불안정,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안 요인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시장 대비 국내 시장의 디커플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증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시장의 경우 이머징 마켓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여부, 불안정한 중국경제 등 여타 변수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했지만 정책에 따른 혼란이 진정됨에 따라 시장의 회복기조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외국인들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서명찬 키움증권 연구원은 “순매도를 지속하던 외국인이 뱅가드 물량 해소 이후 순매수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 “비록 지난번 순매도 규모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지만 투자심리 개선에 있어서는 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서 연구원은 “이러한 외국인의 수급 방향이 추세적으로 지속된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면서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기에 박스권 내에서의 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완료 시점까지는 짧은 주기의 등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외로 약진하는 조선·태양광주…이유는

한편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 속에서도 조선주와 태양광주는 각각 유로존과 중국의 영향에 힘입어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조선주는 장기적인 업황 부진 등으로 연일 주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선박금융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로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면서 조선주 역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선주는 선박 발주량 증가 등으로 이달 들어서만 15~20%가량 상승하고 있다.

또 유럽계 자금 유입의 증가도 조선주는 물론 국내 증시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현재 국내 증시의 외국인 비중은 1위가 미국계로 39%를 차지하며 2위가 유럽계로 31%다.

노아람 대우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업종의 업황 개선속도는 느리지만 중기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종목별로 차별화가 나타나는데 삼성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을 우선적으로 선호하고 현대중공업은 내년 이후에야 점진적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운의 태양광주 역시 폴리실리콘 단가 하락이 정점을 찍으면서 여기에 손댄 대기업들이 모두 고전을 면치 못하는 블랙홀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반덤핑 과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중국발 호재가 등장하면서 다시금 살아나는 추세다.

가장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는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2.4%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OCI가 꼽혔다. 이응주 신한증권 연구원은 “OCI가 낮은 관세율로 누리는 반사 이익과 감가상각비 감소로 폴리실리콘 제조원가가 대폭 하락하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만약 시장에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대폭 상승할 경우 흑자전환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사실상 이익을 내는 회사가 한 군데도 없었던 비합리적인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중국이 2015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35GW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업황 개선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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