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초대석]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김순옥 회장

[일요서울|고동석 기획취재부장] 김순옥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이하 여경총) 회장은 여성 경영인들 사이에서 든든한 맏언니로 불릴 정도로 신망이 두텁다. 그는 국내 섬유업계에서 서른 살에 맨손으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창업해 불모지였던 텍스타일 디자인의 기틀을 잡은 여걸로 통한다. 일요서울이 김 회장을 만나 봤다 

김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학교를 졸업하고 남성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입사한 일본종합상사 서울지점에서 꼼꼼한 일본인 상사에게 인정을 받으면서 쌓은 첫 직장의 경험을 밑천 삼아 1980년 창업과 함께 경영 일선에 뛰어든 지도 30여년이 훌쩍 넘었다.

그 무렵 세계 섬유산업을 주도했던 일본 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김 회장이 설립했던 첫 회사는 섬유 디자인 기업이었다. 그는 당시 일본의 대형 디자인 전문기업에 합류해 800여명의 디자이너와 재단사를 두고 기모노 등 원단을 생산하면서 단숨에 섬유산업계 유망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뿐 아니라 국내 기업 중에서 한국 텍스타일 디자인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대통령 표창에 이어 2007년 신지식인 경영대상을 수상할 만큼 전문경영인으로도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회장은 20067대 여경총 회장에 선임돼 지금까지 10대 회장까지 4차례 연임할 정도로 여성 경영인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다. 전문경영인으로 사업에만 몰두했던 김 회장이 여경총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3년부터다.

그해 우연한 기회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던 중에 새롭게 창립한 여경총을 알게 됐다. 주위의 추천으로 여경총 이사직을 맡은 것이 계기가 돼 여성경영인의 선배로서 회원사들과 예비 여성 CEO들을 위해 올해로 17년째 경제적 사회적 구조 개선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데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기간 여경총 대표로 대기업 그룹 총수들과 함께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중국 기업인들과도 우호를 다지고 돌아왔다.

김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후배 여성경영인들에게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매순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설정한 경영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선 새로운 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067대부터 10대까지 4차례 협회장으로 연임 중인데 여성 기업인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인기라기보다는 열심히 제가 회장될 때 살아있는 조직을 만드는 거였어요. 협회가 협회답게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성과는 별도로 차치하고 열심히 해서 여경총을 정부에 알리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회원사들을 확보하면서 정책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했다는 것을 회원사들이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여경총을 살아 있는 조직으로 

- 여경총 이사와 부회장을 거쳐 2006년 회장으로 선출돼 지금까지 여경총의 역사와 함께 해왔는데 이처럼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해도 맨 처음에 외국상사 서울지점에서 입사했다가 트레이닝하고 퇴사해서 30살에 당차게 기업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사업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협회나 여성계를 전혀 몰랐어요. 내 일만 열심히 했죠. 사업에만 몰두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밟던 중에 여경총을 알게 됐습니다. 여성 경영인 단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여경총을 만났어요. 이렇게 여경총 창립 초창기에 인연을 맺게 됐고,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워도 협회를 떠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요.  

▲ 지난 6월 29일 한중 정상회담 기간 중국 섬서성 당서기가 주최한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경제사절단 수행원들과 함께 한 기념촬영(우측 네번째가 김순옥 회장)<사진=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제공>
- 대부분의 여성 경영인들이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것들 입니까?

제 경험적으로는 여성이기 때문에 장점도 많지만 약점도 많습니다. CEO로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맹렬하게 노력해야 하는데 여성은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한다는 점이 있어요. 그만큼 남성들보다 더 부지런히 해야 되고 자본력이라든지 신용 문제에서 사회 구조상 아직까지 인정받기 어렵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 여성경영인의 단점과 장점을 꼽는다면.

단점은 남자보다 체력이 달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인적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와 상황 변화에 따른 인지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응해야 합니다. 항상 새로운 분야와 정보를 공유하는 데 게을리 해선 안 되고, 탐구력도 남성들보다는 뒤떨어져선 안 돼요. 장점은 섬세하고 사업을 무리하게 이끌어가지 않고 경영 상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측면에선 남성보다 나은 편입니다.  

-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해온 걸로 알려져 있는데 실패와 좌절의 순간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8백여 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했는데 그러다가 1984년 유류 파동을 겪었을 때 직원들을 3분의 1로 구조조정해야 하는 위기가 닥친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너무 몰랐기 때문에 젊음의 패기로만 경영하기에는 뒷감당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경영자는 자신이 모든 것을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 일로 투명 경영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회사와 직원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우는데 톡톡히 값을 치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 현재 여경총이 여성경영인들을 위해 펼치고 있는 지원활동 중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방향이 있다면.

여성 기업인들은 대개 대기업을 빼고는 영소기업에서 중소기업까지라고 보면 됩니다. 창업하는 여성들을 보면 1~5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영세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창업 정보가 취약하고 국가 정책을 모르는 여성기업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다양한 정보와 정책을 알려주고 창업 리스크를 줄여주는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 협회 차원에서 봉사활동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특별히 정해놓고 하는 것은 아니고 여성단체에 찬조하거나 재능기부를 한다든지 하는 형태로 다문화 가정이나 불우 이웃들을 돕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경영인들이다보니 사업에만 열중하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각박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을 풀어주고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와 공간을 제공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크지 않지만 살펴보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했던 사업 비결은 투명경영 

- 서른 살인 1980년에 맨손으로 디자인 회사를 창업해 25년간 섬유산업 부문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면서 한국 텍스타일 디자인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적인 경영의 노하우는 무엇입니까.

경영 노하우라고 하기 보다는 창업을 할 때 CEO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외국회사에 들어가서 남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고요. 일본 상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디자인 텍스타일이 생소할 때였고 당시 국내 섬유 디자인 업계는 프랑스나 영국 가서 모방하는 때였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국내 섬유업계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현재 자동차 부품 생산 분야 중견기업인 IS오토 대표이사인데 여경총과 회사 일을 함께 이끌기에 힘들지는 않습니까?

지금 경영 중인 회사는 자동차 바디 부분을 만들고 있는 회사이고 수도권 일원에 공장 6개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사업이라는 게 아침 일찍부터 바쁘다보니 협회장을 맡는 다는 건 어느 정도 회사 경영상태가 받쳐주지 않으면 힘든 자리라고 생각해요. 어느 한 쪽도 놓칠 수 없는 일이다보니 빠듯한 스케줄 속에서도 주어진 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최근 한·중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했는데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여성 경영인들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전번 방중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현지에서 개최된 기업인 포럼에서 대통령 앞에서 두 번 씩이나 주제 발표했습니다. 여성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기가 너무 어려운 실정이에요. 중국 법률이나 정책에 적응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요.

그래서 중국과의 FTA를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FTA를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법률과 제도가 국가 간에 마련돼야 그나마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우리 협회 회원사들은 직접 진출하지 않고 삼각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요.

현재로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섬세한 경영마인드로 무장한다면 여성 경영인들도 충분히 도전할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 김순옥 여경총 회장이 지난 6월 28일 한중 정상회담 기간 방중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함께 했던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좌측부터),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상희 중소기업진흥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찬간담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제공>
- 여성경영인들을 대표해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미국도 못내는 여성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염려반 시기반이 있겠지만 여경총을 대표해서 성공하시는 대통령이 되실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 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여성경영인들을 위해서도 좋은 정책을 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일개 기업을 경영하는 여성 CEO들과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박 대통령도 여성으로서 나라를 경영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남성들을 뛰어넘는 치밀함과 섬세함으로 국정운영을 잘 수행하시리라 생각합니다.

kds@ilyoseoul.co.kr

 

 

김순옥 회장 주요 프로필

경력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Advanced Law Program 수료 S.T Aries Co. Ltd. 설립 및 대표이사 사장(1981 - 2005) ()I.S.Auto 대표이사 사장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회장 보당장학회 회장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운영위원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서울중앙지역협의회 운영위원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중앙노동위원회 사용자위원 여성신문사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여성분과위원장

 수상경력

2004 국제로타리 3640지구 초아의 봉사상 수상

2006 대통령 표창

2006 국세청장상 수상

2007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2007 신지식인 경영대상 수상

2009 한국국제경상교육학회 여성CEO경영대상 수상

 

여성경영계 든든한 맏언니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4차례 여경총 회장 연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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