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엔 지루한 장마와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불쾌하기 짝이 없는 뉴스들이 줄줄이 터져 나와 국민들을 더욱 열 받게 했다. 불쾌지수를 높인 뉴스의 주인공들은 다름아닌 전직 대통령들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숨겨졌던 반역적 언동이 올 여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을 통해 퇴임 후 6년만에 들통났다. 많은 국민들을 분노와 배신감으로 들끓게 했다.
그는 그 보다 앞서 청와대에서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퇴임 후 발각 돼 조사를 받아 국민들을 실망케 했었다. 결국 그는 수치심을 안고 봉화마을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인간의 비극이었으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린 흉한 뒷 모습이었다.
뒤이어 올 여름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미납 추징금 강제집행 뉴스가 꼬리를 물었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뇌물 수수 사건’으로 감옥에 갔으며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추징금 중 1672억 원을 내지 않고 16년간 버텼다. 결국 7월 서울 연희동 사저는 물론 그의 자녀와 친인척 집 등 17곳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개인적인 수모 뿐 아니라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북 불법 송금으로 조사를 받았고 그의 측근 부하들에 줄줄이 쇠고랑을 차게 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으나 그 상을 대북 퍼주기와 조직적 로비로 샀다는 비난을 국내외적으로 받았다. 국제적으로 자신의 얼굴과 대한민국에 먹칠한 추한 뒷 모습 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퇴임 후 감옥에 갔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시절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부정매입 의혹으로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받았다. 그는 내곡동 집터 매입과 관련 불법·비리가 적발되자 신축을 포기해야 했다. 대통령으로서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퇴임 후 국민들의 찬사와 존경을 받는다. 전직 대통령이 쇠고랑을 차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고 노벨상을 여러 대통령들이 수상 했지만 로비나 돈 주고 샀다는 뒷말은 전혀 없다.
7월 16일자 서울의 조간신문들에 실린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이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그 사진에는 올해 89세의 부시 전 대통령이 삭발한 채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두 살 백이 패트릭을 안고 있었다. 패트릭은 옛 비밀경호국 직원의 아들로서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을 잃었고 부시는 패트릭과의 연대감을 보여주기 위해 삭발한 것이었다.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의 부시에게 트위터를 통해 ‘멋집니다. 당신이 하신 일을 사랑합니다’고 썼고, NBC방송은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고 평했다.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퇴임 후 ‘멋진’ 생활로 찬사를 받아왔다. 그는 퇴임 후 여느 동네 할아버지 처럼 텍사스 주 댈러스 시 사저에서 트레이닝 복에 뭔가 가득 담긴 비닐봉투를 들고 집을 나섰다가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전등 배터리를 사기위해 가게에 들어갔더니 상점 점원이 “당신은 부시 대통령과 닮았다는 말을 듣지 않느냐”고 묻더라고 했다. 설마 부시가 손수 배터리를 사러 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퇴임 후 쇠고랑을 차거나 “반역자” “나라 망신시킨다”는 등 입에 담지못할 욕을 먹는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다. 대통령들이 재임 시 사욕과 권력에 취해 법 위에 군림하며 불법·비행을 저질렀던데 연유한다. 그에 반해 미국 대통령들은 법대로 통치하며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 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국민을 섬긴다. 우리나라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멋진’ 뒷모습을 보고 싶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