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티’문화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신 사교문화로 당당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부유층의‘노블레스 사교파티’서부터 파티업체가 주최하는‘미팅파티’까지 다양한 파티가 열리고 있는 것. 특히 연말연시가 되면서 각종 파티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일부 파티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음란·퇴폐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파티 문화’의 허와 실을 들여다봤다.한국은 ‘파티 공화국’. 연말연시, 친구들끼리 모여 술 마시며 흥청망청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최근 젊은층을 주축으로 ‘파티’가 새로운 사교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파티’는 ‘부어라 마셔라’ 하는 기존의 술자리는 아니다. 또 그렇다고 웨이터에 이끌려 억지로 행해지는 나이트클럽의 ‘부킹’과도 분명히 차이가 있다.

특히 파티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이처럼 파티가 유행을 타면서 서울 강남이나 홍대 근처의 호텔이나 바에서는 매일같이 파티가 열리고 있다. 불과 2∼3년전만해도 고학력·전문직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던 파티가 최근 들어서는 직장인·대학생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파티는 상류층의 폐쇄적인 사교파티가 있는가 하면 대중적 수준의 캐주얼 파티도 있다. 규모도 20여명 안팎의 소규모 파티에서 파티·사교 업체들이 주최하는 대규모파티까지 다양하다.소규모 파티의 경우, 개인들이 주최하는 ‘크리스마스·송년 파티’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대규모는 파티업체들의 ‘테마파티’가 주를 이룬다.지난 21일 서울 홍대의 P바. 모 여대 동창들이 호스트가 돼, ‘송년 파티’를 열었다. 기자가 찾은 시간은 어둠이 깔린 저녁 8시. 아직 파티참가자들이 많이 도착하지 않아서인지 아직은 한산한 분위기. 그리고 밤 9시가 넘어서부터 자유로운 복장의 선남선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20여평의 작은 공간에 60여명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적대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통해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젊은 남녀들의 흥겨운 춤사위가 이어졌다. 또 다른 한켠에서는 맥주잔을 손에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얘기꽃을 피우기 피웠다.카페주인 K씨는 “평소에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가, 파티를 여는 날은 다른 손님들은 받지 않는다”며 “파티 참가자들은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계층. 하지만 직업은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미술가, 의사, 모델, 방송인 등 전문직·자유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파티에 참가한 유학생 J(23·여)씨는 “파티를 통해서 내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인맥을 구축할 수 있다”며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업과 관련된 정보들을 서로 교환하게 된다”고 밝혔다.20일 저녁 서울 청담동의 고급 L바에서도 파티가 열렸다.

이날 파티는 인터넷 동호회 ‘와인파티(cafe.daum.net/ wineparty)’가 주최하는 25번째 파티.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진행된 이날 파티의 참가자는 200여명. 남성은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은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가 주류다. 또 평범한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대부분. 회비는 회원들에게 부담가지 않는 2만원선.식사가 제공되고 여성에게는 50여벌의 파티복까지 선착순으로 대여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단 술값은 먹은 만큼 바에 지불해야 한다.이날 파티에서는 ‘무반주 노래자랑’, ‘노예팅 경매’ 등 이벤트도 열렸다. 그 중에는 연말연시를 맞아 뜻깊은 행사도 계획됐다. 파티를 통해 조성된 이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쓰기로 했다. 조성된 이익금 140여만원으로 청바지 50여벌을 구입, 크리스마스인 25일 은평구 보육시설 ‘선덕원’에 기증키로 한 것이다 이 카페의 한 운영자는 “아직 올바른 파티문화가 정착이 되지 않아, 일부 회원들이 어색해하는 경향도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파티참가에 적극적이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파티가 새로운‘사교문화’로 정착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교파티의 경우,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음란·퇴폐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A카페에서도 파티가 한창이었다. 이날 파티는 유학생 등이 주축이 돼 개최된 파티. 당구대와 최첨단 오락시설을 갖추고 있고 파티 참가자들도 세련(?)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퇴폐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요란한 음악이 실내를 뒤흔들고 형형색색 염색한 머리카락도 리듬을 타며 출렁거렸다. 그 중 몇몇의 젊은이들은 흥에 겨워 술병을 든 채 테이블 위로 올라가 선정적인 춤을 추기 시작했다.분위기가 고조되자 한 20대 초반 여성이 웃옷을 벗어 던졌고, 이에 남성 참가자들이 자극돼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날 파티는 20대의 남녀들이 카페를 빌려 그들만의‘음란한 축제’가 계속됐다.이와 같이 자유분방함에 젖어 있는 일부 파티족들은 노골적으로 ‘섹스파트너’구하기에 혈안이 되기도 한다.강남의 사교파티의 중독자라는 H씨는 “룸살롱에서 젊은 여자를 끼고 외박 나가며 돈을 쓰느니 파티에서 적당한 파트너를 구해 즐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밝혔다.이와 같은 부도덕한 일부 파티에 대해 한 파티족은 “일부에서 본래 취지를 벗어난 퇴폐적인 파티를 여는 것이 문제”라며 “파티가 새로운 사교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퇴폐적인 파티가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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